[역사 속 아메리카 250] 광부의 작업복에서 세계적인 패션으로, 청바지의 역사

미국 청바지 브랜드인 '리바이스'상점 내부의 모습.

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을 맞아 되돌아보는 미국 역사 이야기, ‘역사 속 아메리카 250’입니다. 오늘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옷, 청바지의 역사를 알아보겠습니다. 조진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청바지는 지금은 누구나 편하게 입는 옷인데요. 처음부터 일상적인 패션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청바지의 출발점은 멋을 내기 위한 옷이 아니라, 거친 환경에서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 튼튼한 작업복이었습니다.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서는 금광과 철도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았는데요, 당시 바지들은 거친 일을 하다 보니 주머니나 바느질선이 쉽게 찢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선 사람이 바로 네바다주 리노에서 일하던 재단사 제이컵 데이비스(Jacob Davis)였습니다. 데이비스는 바지에서 쉽게 찢어지는 부분을 금속 조각으로 보강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바지 주머니 모서리처럼 힘이 많이 가해지는 곳에 금속 조각, 즉 ‘리벳’을 박아 튼튼하게 만든 겁니다.

진행자: 청바지 주머니 모서리의 그 조그만 금속 징이 그런 거친 노동 현장에서 탄생한 혁신이었군요! 그런데 청바지 하면 리바이스라는 이름도 떠오르는데요.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어떻게 이 발명에 참여하게 됐습니까?

기자: 데이비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특허로 보호하고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싶었지만, 혼자서는 자금과 사업 기반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원단을 공급하던 사업가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에게 동업을 제안했습니다.

독일계 이민자였던 스트라우스는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의류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데이비스의 아이디어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두 사람은 공동으로 특허를 신청했습니다. 미국 특허청(USPTO)에 따르면 1873년 5월 20일, 두 사람은 금속 리벳으로 바지를 보강하는 기술에 관한 미국 특허를 받았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청바지’라는 이름을 널리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허리에 걸치는 작업용 바지를 뜻하는 ‘웨이스트 오버올스(waist overalls)’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진행자: '웨이스트 오버올스'라니, 지금의 청바지라는 이름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그런데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파란색 데님 원단을 사용했던 건가요?

기자: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데이비스가 처음에 만든 바지는 사실 갈색 캔버스 원단이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질기고 입기 편한 ‘데님’ 원단을 쓰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의 청바지 모습에 가까워졌죠. 1890년에는 리바이 스트라우스 회사가 제품에 ‘501’이라는 번호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잘 알려진 리바이스 501 청바지의 뿌리입니다.

진행자: 거친 현장의 작업복에서 시작한 바지가 어떻게 세계적인 패션이 되었는지 점점 더 궁금해지는데요. 대중문화나 영화의 영향도 컸겠죠?

기자: 맞습니다. 1930년대와 1940년대 서부 영화 속 카우보이들이 청바지를 입기 시작하면서, 청바지는 ‘미국 서부의 자유로움과 와일드함’을 상징하게 됐습니다. 노동자의 옷이었던 청바지가 미국 서부의 자유롭고 거친 이미지를 상징하게 된 겁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군인들이 청바지를 입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영화와 청년문화가 청바지의 이미지를 다시 바꿔 놓았습니다.

진행자) 유명 배우들도 청바지의 인기에 한몫을 했다고요?

기자) 네. 미국 영화 연구소(AFI)에 따르면 195년대에는 배우 말런 브랜도(Marlon Brando)와 제임스 딘(James Dean) 같은 스타들이 청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청바지는 단순한 작업복을 넘어 기존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이들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청바지가 청년문화와 대중적인 일상복으로 더욱 널리 퍼졌습니다. 여성용 청바지도 이보다 앞선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상품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단순한 바지 한 장에 개척 정신부터 청춘의 반항, 그리고 자유까지... 참 많은 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었네요. 청바지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인의 옷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요?

기자: 청바지에는 실용성과 문화적 상징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오래 입을 수 있고 활동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중요했습니다. 이후 영화와 음악, 청년문화가 청바지에 새로운 의미를 더했습니다. 특히 청바지는 특정한 계층이나 격식을 갖춘 자리에만 어울리는 옷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비교적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청바지 문화는 이후 세계 곳곳으로 확산했고, 오늘날 나이와 직업, 국적을 넘어 다양한 사람이 즐겨 입는 패션이 됐습니다.

진행자) 사실 데님 원단과 작업복의 역사는 더 오래됐죠?

기자) 맞습니다. 데님은 원래 프랑스 님 지역에서 탄생한 건데요. 이름도 ‘님에서 만든 직물’이란 뜻의 ‘serge de Nîmes’에서 나왔습니다. 이 데님에 미국에서 금속 리벳으로 보강한 작업용 바지가 대량 생산되고 대중문화와 결합하면서, 오늘날 익숙한 청바지의 형태와 이미지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튼튼한 바지를 만들려는 실용적인 아이디어가 세계적인 패션으로 이어진 셈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청바지는 광부와 노동자들이 입던 작업복에서 출발해 카우보이와 영화 속 반항적인 청년들,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 사람들의 옷으로 변화했습니다. 시대마다 새로운 의미를 얻으면서도 편안하고 튼튼한 옷이라는 본래의 특징은 이어져 왔습니다. 미국의 생활문화가 세계적인 대중문화로 확산한 사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청바지입니다.

진행자: 노동자의 작업복에서 세계인의 옷장으로 들어온 청바지. 익숙한 옷 한 벌에도 미국의 산업과 영화, 청년문화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역사 속 아메리카 250’,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