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을 맞아 되돌아보는 미국 역사 이야기, ‘역사 속 아메리카 250’입니다. 오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이더 연구 중 우연히 발견돼 오늘날 주방의 필수 가전제품이 된 전자레인지의 탄생 과정을 살펴봅니다. 조진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데우거나 간단한 식사를 준비할 때 흔히 사용하는 가전제품인데요. 이 기술이 전쟁 중 레이더 연구에서 시작됐다고요?
기자: 네, 전자레인지의 탄생에는 미국의 엔지니어 퍼시 스펜서(Percy Spence)가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적군의 항공기와 선박을 탐지하기 위해 레이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었습니다. 레이더 장비에서 중요한 부품 가운데 하나가 마그네트론이라는 장치입니다. 전자레인지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를 만들어 내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당시 스펜서는 미국의 전자·방위산업 기업 레이시온(Raytheon)에서 마그네트론을 연구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연구를 하던 중 주머니에 넣어 둔 초콜릿이 녹아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진행자) 초콜릿이 녹은 게 마그네트론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펜서는 이 현상이 마그네트론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연히 일어난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실험을 시작한 겁니다. 옥수수 알갱이를 장치 가까이에 놓아 팝콘이 만들어지는 것을 관찰했고, 달걀을 이용한 실험도 했습니다. 달걀은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터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실험을 통해 마이크로파가 음식을 가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초콜릿이 녹은 작은 발견이 새로운 조리 기술로 이어진 거군요. 그렇다면 전자레인지는 어떤 원리로 음식을 데우는 건가요?
기자: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라는 전자기파를 이용해 음식을 가열합니다. 전자레인지 안에서 발생한 마이크로파는 음식 속 물 분자와 상호작용을 합니다. 물 분자는 전기적 성질을 띠고 있어 변화하는 전기장에 반응해 방향을 바꾸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음식에 전달되고 열이 발생합니다. 음식 속 수분뿐 아니라 지방과 당분 등도 가열 과정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전자레인지가 음식을 항상 안쪽부터 바깥쪽으로 데우는 것은 아닙니다. 마이크로파가 음식에 침투하는 깊이와 음식의 모양, 수분 함량 등에 따라 가열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음식에 따라 일부는 뜨겁고 일부는 차가운 상태로 남기도 합니다.
진행자: 마이크로파라는 전자기파를 사용한다고 하니, 당시 사람들은 전자레인지의 방사능이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불안해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초기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좋은 지적이십니다. 대중화 초기에는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를 X선이나 방사능과 혼동해 '음식이 오염되거나 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는 비이온화 방사선으로, 음식을 유해하게 변질시키거나 방사능을 남기지 않습니다. 식품의 영양소 파괴 역시 기존의 끓이거나 튀기는 방식에 비해 오히려 적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이런 불안감은 점차 사라졌습니다. 다만, 금속 용기를 넣으면 불꽃이 튄다는 안전 수칙이나 플라스틱 용기의 환경호르몬 문제 등은 제품이 보급되며 새로 확립된 사용 지침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레인지가 나오기까지는 얼마나 걸렸습니까?
기자: 스펜서가 발견한 원리를 실제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레이시온은 1945년 전자레인지 조리 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이후 1947년에는 ‘레이더레인지(Radarange)’라는 이름의 초기 상업용 전자레인지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제품은 지금과는 크기부터 달랐습니다. 높이가 약 1.8미터에 이르고 무게도 340킬로그램이 넘을 정도로 거대했습니다. 가격도 비쌌고, 냉각을 위한 설비도 필요해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초기에는 식당이나 산업 현장처럼 대량 조리가 필요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진행자)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이 나온 건 언제인가요?
기자) 가정용 전자레인지는 1960년대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제품이 점차 작아지고 가격도 낮아지면서 1970년대부터 가정에 보급되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이 소장한 1976년형 전자레인지 자료를 보면, 당시 제품은 이미 가정용 가전제품 시장에 진입해 있었습니다.
이 제품은 일본 마쓰시타전기가 제조해 미국 백화점 체인 J.C. 페니를 통해 판매됐습니다. 당시 가격은 세금을 포함해 261달러 35센트였습니다.
진행자: 전자레인지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의 식생활에도 변화가 생겼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빠르게 데울 수 있어 조리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남은 음식을 다시 데우거나 냉동식품을 조리하고, 간단한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훨씬 편리해졌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짧은 시간 안에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은 전자레인지가 널리 보급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전자레인지가 모든 조리법을 대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존의 가스레인지나 오븐과는 다른 방식으로 음식을 빠르게 가열할 수 있게 되면서 가정의 주방 풍경을 바꿔 놓았습니다.
진행자: 군사 기술을 연구하던 중 발견한 현상이 오늘날 가정의 필수 가전제품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레이더 연구에서 출발해 일상생활을 바꾼 발명, 전자레인지 이야기였습니다. ‘역사 속 아메리카 250’,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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