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포츠: 달리는 발걸음마다 달러가 쌓인다 - 마라톤 대회의 스포츠 경제학

2025년 뉴욕 마라톤 대회 모습. (자료사진)

진행자: 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구석구석 USA, 김철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나오셨나요?

기자: 오늘은 마라톤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가을을 맞아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미국의 대도시는 주말이 되면 도로를 통제하고 대규모 마라톤 대회를 여는데요. 미국 3대 마라톤 가운데 하나인 시카고 마라톤 대회가 바로 지난 일요일, 11일에 열렸고, 11월 1일에는 뉴욕 마라톤 대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수만 명이 숨을 가쁘게 쉬며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이 마라톤 대회는 선수들은 물론,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으면서 개최 도시의 주요 수익원 역할을 합니다.

진행자: 막대한 수익원이 된다니,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나요?

기자: 네.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는 '뉴욕 마라톤(New York City Marathon)'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단 하루 동안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 수만 명이 뉴욕의 5개 자치구 도로를 달리는 건데요.

뉴욕시와 뉴욕로드러너스 (NYRR)의 공식 경제 조사에 따르면, 뉴욕 마라톤 단 한 대회가 뉴욕시에 유발하는 직간접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는 매해 4억1천500만 달러에 육박합니다. 2024년에는 7억 달러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웬만한 프로 스포츠 리그의 결승전이나 올림픽 부럽지 않은 규모죠. 마라톤은 그냥 단순한 달리기 대회가 아니라, 대도시가 주최하는 최고의 '대형 행사성 관광 산업'인 것입니다.

진행자: 와, 경기장도 없는 하루짜리 대회를 통해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거군요.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큰돈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건가요? 참가비 때문인가요?

기자: 물론 인당 $250에서 $350에 달하는 참가비 수입 자체도 수천만 달러에 육박하지만, 진짜 핵심은 '원정 참가자들의 장기 숙박(Long-stay) 소비'에 있습니다. 해마다 뉴욕 마라톤에는 전 세계 140여 개국에서 5만 명이 넘는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 건각들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이 마라톤 러너들은 절대로 혼자 오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가족, 친구, 코치 등 평균 2~3명의 원정 응원단을 동반하죠. 여기에 추가로 마라톤 참가자와 동반객들이 뉴욕에 머무는 기간은 평균 3.5일에서 4일인데, 이 기간 뉴욕 전역의 호텔 방 수만 개가 완전히 매진됩니다. 이들이 호텔 숙박, 식당 외식, 지역 랜드마크 관광, 그리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극장에 기여하는 순수 관광 지출 규모가 가을철 뉴욕시 소상공인들에게 엄청난 대목 선물이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수십만 명의 이동 인구가 도심에 몰리면 뉴욕시 경찰의 치안 경비나 테러 방지 인력 배치, 그리고 대대적인 대중교통 통제로 인해 지자체가 지출해야 하는 행정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 비용 리스크의 손익분기점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기자: 철저한 '상업적 라이선싱 분담 전략'과 데이터 기반의 '순차적 통제 알고리즘'으로 행정 비용을 만회합니다. 뉴욕시 당국은 대회 운영과 치안 유지에 수백만 달러의 공공 예산을 투입하지만, 이를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TCS)’ 등 주요 스폰서십 기업들과의 방송 중계권 등을 통해 100% 민간 자본으로 보전받습니다. 또한 뉴욕 교통국은 주자들의 페이스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여 마지막 선수가 통과하는 즉시 도로를 블록 단위로 순차 개방하는 ‘다이내믹 블로킹’ 가이드라인을 전개함으로써, 대도시 마비에 따른 산업적 비용 손실을 최소화하는 정밀한 스타트업 경영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마라톤 선수 한 명이 몰고 오는 동반 관객이 대규모 역할도 톡톡히 하는 거군요.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들의 광고 마케팅 전쟁도 치열하겠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만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마케팅 대결도 대단합니다. 아디다스나 뉴발란스 같은 공식 후원사들은 대회 전시장인 '마라톤 엑스포'를 열어 한정판 기념 운동화와 의류를 판매하는데요. 매년 수천만 달러어치의 물량이 출시와 함께 완판되는 기록을 세웁니다. 또한 뉴욕 전역의 도로에 배치되는 중계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 수억 명의 시청자에게 대기업들의 브랜드가 노출되는 효과는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기록합니다. 도시 입장에서는 주말 하루 도로를 차단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전 세계에 도시 브랜드를 무료로 홍보하고 수억 달러의 내수 진작 특수를 올리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땀 흘려 달리는 건각들의 발걸음마다 도시의 골목 상권이 살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마라톤 대회의 경제 효과, 김철한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