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가을 환절기가 되면 누구나 두꺼운 외투를 꺼내고 여름옷을 정리하는 옷장 정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전역의 도서관, 공원, 대학교 등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독특한 가을맞이 행사가 주류 문화로 정착했습니다. 바로 자신이 안 입는 옷을 가져와 이웃과 공짜로 바꾸는 ‘의류 교환(Clothes Swap)’과 중고 거래(Thrifting) 문화입니다. 김철한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네, 지금 미국 전역에서 ‘중고 의류 재판매(resale)’가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동네 공터나 커뮤니티 센터에 주민들이 각자 집에서 깨끗하게 세탁한 가을 니트, 재킷, 코트 등을 들고 모입니다. 행사장 옷걸이에 옷을 걸어두고, 다른 사람이 가져온 옷 가운데 내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비용을 내지 않고 자유롭게 가져가는 일종의 '의류 나눔 축제'입니다.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은퇴 세대까지 온 마을 주민이 참여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진행자: 돈을 쓰지 않고 옷장을 새로 채울 수 있다니 매력적이긴 한데, 이 현상이 미국 주류 사회 전반의 트렌드로 평가받는 지표가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연방정부의 공식 통계 시스템이 바뀔 정도로 이 현상은 주류 경제의 이목을 받고 있습니다. 명확한 출처를 밝히자면,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소비자물가지수(CPI) 공식 개편안에 따라, 미국 정부는 사상 최초로 '중고 의류(Secondhand Apparel)'를 소비자물가지수 산출 정식 품목에 편입시켰습니다. 미국인들의 전체 소비 지출에서 중고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다는 연방정부의 공식 인정인 셈이죠. 금융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신용카드 거래 데이터 분석에서도, 2026년 미국 중고 의류 마켓의 거래량은 지난해에 비해 22%나 늘어날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진행자: 국가 물가 지표에 중고 옷이 들어갈 정도라니 정말 놀라운 변화군요. 미국 소비자들이 새 옷을 사는 대신 의류 교환이나 중고 시장으로 향하는 핵심 원인은 무엇인가요?
기자: 고물가 시대가 계속되는 데 따른 ‘실리적 예산 절감’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가치관’의 결합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예일버젯랩(Yale Budget Lab)’의 분석에 따르면, 수입 의류에 대한 관세 영향과 공급망 비용 상승으로 미국의 새 의류 가격은 최근 수년간 4.2%까지 오르는 등 계속 폭등했습니다. 경제적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유엔환경계획(UNEP)의 한 통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미국인 한 명이 해마다 32킬로그램의 옷을 폐기하고 있습니다. 또 최신 유행을 반영한 옷을 저가에 제작해 판매하는 ‘패스트 패션’이 글로벌 탄소 배출의 10%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퍼졌습니다.
진행자: 고물가와 환경 보호라는 두 토끼를 잡는 셈인데, 이러한 의류 교환 문화가 미국의 유통 산업이나 대형 패션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기자: 미국 최대의 온라인 리세일 플랫폼인 스레드업(ThredUp)의 2026년 리포트를 보면, 현재 미국 소비자의 59%가 일상적으로 중고 의류를 구매하고 있으며, 특히 Z세대의 무려 83%가 옷을 사기 전 중고 시장을 먼저 확인한다고 답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바이스, 파타고니아, 자라 같은 글로벌 대형 브랜드도 ‘중고 보상 판매(Trade-in)’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자사 브랜드의 중고 옷을 직접 매입하고 재판매하는 '순환 경제' 시스템 구축에 나섰습니다.
진행자: 주민들이 직접 모여 옷을 바꾸는 ‘커뮤니티 의류 교환 행사’는 단순한 상업적 중고 거래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나요?
기자: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정서적 가치에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 행사를 단순한 거래가 아닌 '마을 행사'로 인식합니다. 내가 아끼던 옷을 이웃이 멋지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기쁨을 느끼고, 옷에 얽힌 추억과 패션 팁을 공유하며 단절되었던 이웃사촌 간의 유대감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고물가라는 위기를 커뮤니티 중심의 자원 순환과 인간적 연대로 극복해 나가는 소비 방식이 바로 이 의류 교환 문화라고 하겠습니다.
진행자: 단순한 알뜰살뜰한 옷 나눔이 아니라, 거대한 시대적 과제를 미국인들이 지혜롭게 풀어내는 현장이기도 하군요. 고물가를 견디는 미국인들의 지혜, '커뮤니티 의류 교환' 트렌드를 살펴봤습니다. 김철한 기자였습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