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매혹의 땅’이라 불리는 뉴멕시코주를 소개해 드립니다. 김철한 기자, 안녕하세요? 뉴멕시코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자: 뉴멕시코 주민들이 자부심으로 내세우는 ‘먹거리 문화’를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만약 미국의 식당에 들어갔는데, 종업원이 대뜸 "빨간색입니까? 녹색입니까?(Red or Green?)"라고 묻는다면, 무엇을 고르라는 질문일까요?
진행자: 글쎄요, 감이 잘 안 잡히네요.
기자: 정답은 뉴멕시코의 매운 고추, 즉 '칠리(Chili) 소스' 종류를 고르라는 질문입니다. 뉴멕시코주는 미국 50개 주 중에서 유일하게 '공식 주의 질문(State Question)'을 법으로 지정해 둔 주인데, 그 법적 질문이 바로 "Red or Green?"입니다. 타코나 부리토 등 음식을 주문할 때 붉은 칠리소스와 초록색 칠리소스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죠. 두 가지 맛을 다 보고 싶다면 "크리스마스(Christmas)로 주세요!"라고 외치면 접시에 반반씩 예쁘게 섞어줍니다.
진행자: 공식 '주의 질문'이 음식 소스라니 정말 유쾌합니다. 주민들이 매운맛에 진심인가 봐요.
기자: 그렇습니다. 뉴멕시코의 강렬한 사막 기후와 척박한 토양은 고추가 자라기에 완벽한 환경입니다. 특히 '해치(Hatch)' 밸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추는 미국 전역에서 최고 품종군으로 꼽힙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거대한 드럼통에 고추를 넣고 가스불로 직접 구워내는 '칠리 로스팅' 축제가 열리는데, 이 칠리 고추 산업의 경제 규모만 연간 4억 달러가 넘습니다.
진행자:이런 강렬한 음식 문화 외에, 전 세계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미국 예술의 메카'로도 유명하다면서요? 사막 한가운데에 미술관이 많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뉴멕시코주의 주도인 '산타페'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대형 미술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예술 도시입니다. 도시 인구는 10만 명도 안 되지만, 도시 전체에 250개가 넘는 전문 갤러리와 미술관이 밀집해 있죠. 미국의 전설적인 여성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가 뉴멕시코의 광활한 사막 풍경과 흙벽돌 건물, 황토색 하늘에 영감을 받아 평생을 이곳에서 보내며 작품 활동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진행자: 예술적 영감을 주는 사막이라고 하니, 뉴멕시코가 가진 자연 풍경도 예사롭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뉴멕시코주가 '매혹의 땅'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외계 행성을 연상시키는 초현실적인 대자연 때문입니다. 먼저, 뉴멕시코의 뼈대를 이루는 '리오 그란데 강(Rio Grande)'이 있습니다. 스페인어로 '큰 강'이라는 뜻의 리오그란데는 콜로라도에서 발원해 뉴멕시코를 남북으로 관통한 뒤 텍사스와 멕시코의 국경을 이루는 전장 3천51km의 거대한 강입니다.
진행자: 이 외에도 독특한 암석이나 지형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네, 먼저 나바호 인디언 부족의 성지인 '쉽록 암봉(Shiprock)'이 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에 약 500m 높이로 우뚝 솟은 거대한 화산암 모놀리스(단일 암석)입니다. 약 3천만 년 전 화산 폭발 후 남은 마그마 통로가 침식 작용으로 드러난 지형인데, 멀리서 보면 거대한 돛을 단 군함이 사막을 항해하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곳은 북서부에 위치한 '비스티/데-나-진 윌더네스(Bisti/De-Na-Zin Wilderness)' 황무지입니다. 이곳은 오랜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 작용을 거치며 만들어진 기괴한 모양의 기둥바위인 후두(Hoodoos)와 버섯바위, 그리고 다채로운 지층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거대한 화석 알이나 짐승의 뼈처럼 생긴 바위들이 흩어져 있어 공상과학 영화 속 외계 행성의 표면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진행자: 정말 신비롭네요. 지상뿐만 아니라 지하와 사막 지형 중에도 세계적인 명소가 또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두 곳이 더 있는데요. 첫 번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고 모래사막인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White Sands National Park)'입니다. 일반적인 모래와 달리 순백의 반짝이는 석고 결정으로 이루어진 흰색 모래 언덕이 약 700제곱킬로미터(km²)에 걸쳐 광활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빛 반사율이 높아 한여름에도 모래가 뜨겁지 않은 것이 특징이며, 눈부신 하얀 풍경이 압권입니다. 두 번째는 지하 깊은 곳에 형성된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Carlsbad Caverns National Park)'입니다. 지상 사막 아래에 위치한 세계적인 규모의 천연 석회암 동굴로, 수억 년 전 고대 해양 생물이 남긴 지층이 황산에 의해 녹아내리며 형성되었습니다. 축구장 여러 개가 들어갈 만큼 거대한 '빅룸(The Big Room)' 공간과 정교한 종유석들이 압권입니다.
진행자: 네, 그런데 이런 거친 사막 지형 위에서 매년 세계적인 규모의 대형 축제도 열린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매년 10월 초가 되면 전 세계의 사진작가들과 관광객 100만 명이 뉴멕시코주의 사막 도시 앨버커키로 몰려듭니다.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열기구 축제인 '앨버커키 국제 열기구 축제(Albuquerque International Balloon Fiesta)'가 개최되기 때문입니다. 이른 아침, 건물 7층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열기구 수백 개가 동시에 하늘로 떠오르며 장관을 이루는데요. 9일간 열리는 이 축제가 뉴멕시코주에 가져다주는 직접적인 경제 효과만 연간 약 2억 달러에 달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뉴멕시코주가 이런 아날로그적인 열기구뿐만 아니라, 최첨단 우주항공 과학 산업의 중심지라는 반전도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외계인 추락 소동으로 유명한 '로스웰' 사건의 무대이기도 하고,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비밀 연구소인 로스앨러모스가 바로 이 뉴멕시코주 사막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사막의 외진 지형 덕분에 군사 과학이나 국가 보안 우주 산업을 은밀하게 연구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던 것이죠. 최근에는 뉴멕시코주 남부 사막에 민간 우주 비행선들이 실제로 이착륙하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 공항인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Spaceport America)'가 건설되어 가동 중입니다. 우주 기업 '버진갤럭틱' 등이 이곳을 본거지로 삼아 민간인 우주 관광 비행을 실제로 연이어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뉴멕시코주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김철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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