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 속으로: ‘워크 앤 롤 투 스쿨데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자료사진)

진행자) 미국인들의 일상을 소개하는 미국, 미국 속으로 시간입니다. OOO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알아볼까요?

기자) 오늘은 미국 학생들의 등굣길 이야기를 해보겠는데요. 바로 ‘워크 앤드 롤 투 스쿨데이(Walk & Roll to School Day)’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워크 앤드 롤 투 스쿨데이’가 어떤 날입니까?

기자) 네. 바로 ‘걸어서, 또는 바퀴를 이용해 학교에 가는 날’입니다. 2026년 공식 행사는 10월 7일인데요.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 D.C.,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학교들이 참여할 수 있고, 학교 사정에 따라 10월 중 다른 날에 행사를 열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예전에는 ‘Walk to School Day’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는데, ‘Roll’이라는 말이 붙은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네. 이번 행사는 ‘전미 안전한 통학로 센터(National Center for Safe Routes to School)’라는 곳이 주관하는데요. 단순히 보행에 그치지 않고 자전거, 스쿠터, 휠체어, 스케이트보드 등 다양한 바퀴 달린 ‘이동수단(Roll)’을 이용하는 모든 학생과 장애 학생들을 포용하기 위해 공식 명칭에 ‘Roll’을 추가했습니다. 캠페인의 핵심 목적은 단순히 '하루 차를 안 타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통학로 주변의 보행 안전, 교통 시설(건널목, 속도 제한 등), 신체 활동 촉진 환경을 개선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있습니다.

진행자) 이 행사는 언제 시작됐습니까?

기자) 미국에서는 1997년에 처음 시작됐습니다. ‘걸어다닐 수 있는 미국을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a Walkable America)’이라는 조직이 시카고에서 ‘Walk Our Children to School Day’,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걸어가게 하자’라는 행사를 열어 보행하기 좋은 지역사회의 필요성을 알렸습니다. 2000년에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가 함께하면서 ‘국제 학교 걸어가는 날(International Walk to School Day)’로 확대됐고, 이후 세계 여러 나라가 10월에 걷기 통학 행사를 열게 됐습니다.

진행자) 미국 하면 노란색 학교 버스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런 행사가 생겼다는 게 흥미롭군요.

기자) 맞습니다. 지금은 자동차나 학교 버스로 등교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과거에는 미국에서도 걸어서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수십 년 동안 교외 개발이 확대되고 학교가 주거지역에서 멀어지면서 통학 방식도 달라졌는데요. 그래서 이 행사는 미국의 자동차 중심 생활이 아이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실제로 걸어서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줄었습니까?

기자) 네. ‘Safe Routes to School’ 자료를 보면 1969년에는 5살에서 18살 사이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약 42%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갔는데요. 2001년에는 16%로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건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부모 조사에서는 학교까지의 거리가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꼽혔고 교통 위험, 날씨, 범죄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걷거나 자전거로 등교하도록 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네. 우선 신체활동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살에서 17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매일 60분 이상 중간 또는 높은 강도의 신체활동을 권고합니다. 그런데 등하굣길 걷기나 자전거 타기는 별도의 운동 시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건강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됩니까?

기자) CDC는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근육과 뼈, 심폐 건강에 도움이 되고 체중 관리와 2형 당뇨병, 비만 같은 만성질환 위험 요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또 주의력과 기억력 같은 두뇌 기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데요. 학교도 학생들이 하루 권장 활동량을 채우도록 도울 수 있는데, 통학 자체를 신체 활동의 한 부분으로 만드는 것이 한 방법입니다.

진행자) 부모로서는 운동보다 안전이 더 걱정될 수도 있겠는데요. 실제 행사 날에는 어떻게 합니까?

기자) 네. 지역 여건에 따라 방법이 다양합니다. 학교가 가까운 학생들은 부모나 친구들과 집에서부터 걸어가고, 멀리서 사는 학생들은 일정 장소까지 차로 온 뒤 거기서부터 걸을 수도 있습니다. 또 ‘walking school bus’라고 해서 어른이 여러 아이와 정해진 길을 따라 함께 걸어가는 방식도 있는데요. 교사나 학부모뿐 아니라 경찰관, 지방정부 관계자가 동행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행사 한 번이 실제 통학 환경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까?

기자) 주최 측은 하루 행사가 장기적인 걷기·자전거 통학 프로그램, 새로운 인도와 통행로 설치, 학교와 지역사회의 정책 변화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지역 관계자가 학생들과 직접 걸어보면 횡단보도가 부족한 곳, 자동차가 너무 빨리 달리는 구간, 인도가 끊긴 곳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결국 ‘Walk & Roll to School Day’를 단순한 기념일로만 보면 의미를 놓칠 수도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행사가 던지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우리 아이가 집에서 학교까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가’입니다. 이 질문을 따라가면 학교 위치, 인도와 횡단보도, 자동차 속도, 자전거 시설, 부모의 안전 우려, 아이들의 운동 부족 같은 미국 사회의 일상 문제가 모두 연결됩니다.

진행자) 미국의 자동차 문화와도 연결해서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자동차는 미국의 넓은 국토와 교외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이동 수단입니다. 하지만 모든 이동을 자동차에 의존하면 가까운 거리조차 걷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워크 앤드 롤 투 스쿨데이’는 자동차를 없애자는 행사가 아니라, 걸을 수 있는 거리에서는 아이와 가족에게 안전한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친구와 동네를 걸어 학교에 가는 평범한 경험이 가능하려면 그에 맞는 길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10월 7일 미국에서 열리는 ‘워크 앤드 롤 투 스쿨데이’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