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한국 내 주요 뉴스를 전해 드리는 `한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최근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를 둘러싸고 역사 왜곡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영화 ‘암살자(들)’인데요.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발생한 당시 박정희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사건을 소재로 만든 작품입니다.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씨 등이 출연하는데요. 당시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와 형사 등이 공식적인 사건의 경위에 의문을 품고, 그들이 생각하는 진실을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역사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논란의 핵심은 영화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입니다. 당시 수사당국은 일본의 조청련과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당시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 등을 의심하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더군다나 중정의 윗선 즉 박정희 대통령을 사건 배후 인물로 인식하도록 했다는 주장으로까지 확산됐다고 한국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영화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오고 있나요?
기자) 네. 영화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공식 수사 결과와 다른 가설을 제시하면서 정권 차원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 자체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실제 희생자와 유족이 있는 현대사의 사건인 만큼 충분한 근거 없이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면 관객들이 허구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며 제작사 측에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고요. 제작진이 경찰에 고발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영화를 옹호하는 쪽의 논리는 무엇입니까?
기자) 네. 극영화에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재현할 의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실제 역사적 사건에서 출발하더라도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나 의문을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할 자유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이 영화가 특정 인물을 배후라고 단정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은 만큼, 관객이 영화를 보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진행자) 제작진은 논란에 대해 뭐라고 설명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지난 28일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1974년 사건과 관련해 공개된 기록과 자료,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조사하고, 여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든 극영화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거나 작품 속 가설을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제작한 영화도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허진호 감독도 이후 직접 입장을 밝혔는데요. 영화가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를 죽이도록 했다’는 내용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논란은 정치권에서 좌우 편향성 논란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대 야당인 국민의힘은 영화가 창작의 자유를 넘어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며 "5·18은 말 한 마디만 잘못해도 감옥에 간다. 6·25 북침론, 천안함 미국 잠수함 충돌 주장은 '표현의 자유'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일은 직접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며 "그런데도 좌파들은 이런 영화를 만들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30일 “예술의 자유는 당연히 존중돼야 하지만 역사 왜곡의 자유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좌편향된 일부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역사 난도질이 기어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비난했는데, 당내에서는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와 함께 허 감독 등을 국정감사 증인이나 참고인 출석 방안까지 거론됐습니다.
진행자) 여당인 민주당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극영화를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최민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암살자(들)’은 어디까지나 픽션이라면서 상영 중단이나 감독의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정치공세라는 취지로 비판했습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도 영화감독을 국정감사에 불러 정치적 성향을 검증하려는 시도는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지원 의원도 29일 SNS에 "논픽션 영화도 아니고 픽션 영화"라며 2022년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차', 고등학생 만화로 떠들석했는데, 그때도 만화는 만화로 보자 했다"고 적었습니다.
진행자) 영화 밖의 논란도 상당히 커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논란이 출연 배우들에게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유해진 씨와 이민호 씨 등 출연 배우들의 SNS나 이들이 등장한 광고 등에 영화 출연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고, 유해진 씨가 출연한 광고 영상 가운데 일부는 댓글 기능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화 내용이나 역사적 해석을 비판하는 것과 배우 개인을 공격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음은 어떤 소식입니까?
기자) 네. 한국 국민의 통일에 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KINU 통일의식조사 2026’을 발표했는데요.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년 연속 절반을 밑돌았고, 통일보다는 남북한의 평화로운 공존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습니다.
진행자) 조사 대상 가운데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됐습니까?
기자) 네. 48.2%였습니다. 지난해 49.0%에 이어 2년 연속 절반을 밑돈 겁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변화가 더욱 뚜렷합니다. 2014년 조사에서는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9.3%였는데요. 그러니까 12년 사이 2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겁니다.
진행자) 이번 조사에서는 통일을 바라보는 자세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연구진이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고 물었는데요. 여기에 동의한 사람이 무려 66.9%, 그러니까 국민 3명 가운데 2명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63.2%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통일 자체보다는 전쟁 없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연구진은 올해 이를 좀 더 분명하게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질문도 추가했습니다. “남북한이 점진적으로라도 하나의 국가로 합쳐지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해야 한다”는 입장과 “남북한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입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겁니다. 그 결과 ‘평화 공존 우선’이 57.6%, ‘통일 우선’은 16.4%였는데요. 20대에서는 평화 공존 우선이 68.5%에 달했고 통일 우선은 6.7%에 불과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에서도 통일에 대한 인식 변화가 확인됐습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39.0%로 나타났는데요. 2007년 첫 조사 당시 63.8%였는데 약 20년 사이 24.8%포인트 낮아진 겁니다. 반면 남북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31.5%로 조사 이래 가장 높았고, 통일할 수 없다는 응답도 39.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진행자) 남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군요?
기자) 네. 응답자의 81.1%가 남한과 북한을 현실적으로 ‘독립된 별개의 국가’라고 인식했습니다. 정부 대북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묻는 말에서도 ‘평화공존·평화정착’이 61.6%로 가장 높았고, ‘개혁개방·경제교류’가 22.6%, ‘남북통일’은 15.3%에 그쳤습니다.
진행자) 네. 한국은 지금,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