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한국 핵잠수함] 1. 정치적 승인 이후 핵잠 협상…동맹 신뢰·역할 분담이 쟁점

2023년 7월 19일, 미 해군의 탄도미사일 잠수함 ‘켄터키함(USS Kentucky)’이 대한민국 부산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다.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했지만, 실제 이행까지는 여러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진전이 더딘 배경으로 사업 자체의 법률·기술·비확산 문제를 꼽았습니다. 대미 투자나 호르무즈해협 지원과 핵잠 협력의 직접적인 연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미한 관계와 핵잠수함의 임무에 대한 양국의 기대가 협력의 속도와 범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핵잠 승인 뒤 남은 협상”

미국의 승인 뒤에도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협상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한국석좌는 “현재 진전이 더딘 것은 이 사업에 얽힌 법률·기술·비확산 문제가 이례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승인했지만 연료와 기술 이전, 안전조치, 건조, 사용후 핵연료 관리를 둘러싼 문제는 여전히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루 여 /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한국석좌

[앤드루 여 /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한국석좌] “For now, the slow progress should be understood largely as a consequence of the program’s extraordinary legal, technical, and nonproliferation complexities. President Trump provided political approval, but questions concerning fuel, technology transfer, safeguards, construction, and spent-fuel management still require negotiation.”

지난해 11월 미한 공동 팩트시트는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양국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한 사업 요건을 진전시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첫 범정부 후속 협의에서도 양국은 조속한 성과와 협의 가속화에 뜻을 모았지만, 구체적 결정과 차기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위성락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22일 뉴욕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 뒤 양국 정상이 지난해 11월 공동 팩트시트를 토대로 핵잠수함 연료와 농축·재처리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고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 내부의 준비도 변수입니다.

여 석좌는 “미국의 대부분 기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잠수함 지지를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협력 추진에 회의론과 저항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루 여 /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한국석좌] “Most US agencies were likely caught off-guard by Trump's support for SSNs, so there may be both skepticism and resistance in moving SSN cooperation forward.”

“대미 투자·호르무즈…핵잠 협력에도 변수”

대미 투자나 호르무즈 지원이 핵잠 협상의 조건이 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별도 현안의 갈등이 핵잠 협력에 필요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18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조현 한국 외교장관의 회담 뒤 양측이 공개한 내용에도 핵추진 잠수함이나 민간 원자력 협력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발표문은 반도체 협력을 먼저 거론했습니다. 이어 호르무즈해협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미국 기업의 공정한 사업 환경, 핵심 산업 공급망 확보를 강조하고 한국의 투자 약속은 “신속히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조 장관은 회담 뒤 전략투자 협의의 “좋은 결실”과 정상 간 합의 이행에 무게를 뒀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카네기멜런대 전략기술연구소 연구원은 “오커스도 이행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한국과의 합의가 더딘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며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 잠수함 건조 장소 문제를 풀어야 하므로 이행은 애초부터 어려운 과제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사안들은 별도 협상으로 봐야 하지만, 쓸 수 있는 지렛대는 무엇이든 찾는 행정부가 호르무즈해협이나 투자 약속을 놓고 한국을 압박하는 데 핵잠 협력을 이용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해서도 안 된다”며 “한 문제가 풀린다고 다른 문제까지 풀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 카네기멜런대 전략기술연구소 연구원

[트로이 스탠가론 / 카네기멜런대 전략기술연구소 연구원] “Even AUKUS has faced implementation challenges, so we should not be surprised on slow progress for the Korea agreement. The implementation of nuclear-submarine agreement was always going to be challenging as it required resolving questions related to the nuclear reactor, spent fuel, and where the submarines would be built. However, this is an administration that looks for leverage where it can get it, so while we should view these as separate negotiations, we also shouldn’t expect the Trump administration to not use it as leverage to pressure South Korea on the Strait of Hormuz or investment commitments. Just that resolving one issue does not mean it will resolve the other.”

여 석좌도 “현안 연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흔히 쓰는 전술이어서,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려 한다면 핵잠수함과 한국의 호르무즈 지원을 묶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두 사안의 직접적인 연결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루 여 /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한국석좌] “Issue linkage is a common tactic of Trump so it wouldn't be surprising if the US links SSNs to Korea's support in Hormuz if they want to pressure Seoul. But I haven't seen a direct connection to those issues yet.”

엠마 챈렛-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정치·안보 담당 국장 겸 워싱턴사무소 부소장은 동맹 신뢰에 더 무게를 뒀습니다.

그는 “한국이 투자계획 이행에서 충분히 진전하지 못해도 잠수함 협력이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투자 발표 속도에 대한 미국의 불만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을 한국이 충분히 지원하지 않았다는 인식 속에 한국의 ‘모범 동맹’ 지위가 약해졌다”며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는 두 정부의 강한 신뢰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 신뢰가 부족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엠마 챈렛-에이버리 /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정치·안보 담당 국장

[엠마 챈렛-에이버리 /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정치·안보 담당 국장] “It would be foolish to assume that cooperation on submarine development could continue uninterrupted if the ROK does not make sufficient progress on implementing the investment plan. In the face of U.S. frustration at the pace of investment announcements and a perceived lack of support for the U.S.-Israeli war on Iran, South Korea has seen its status as a ‘model ally’ fall. Developing nuclear-powered submarines demands strong trust between two governments, which may be at a deficit now.”

챈렛-에이버리 국장은 “투자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곧 사업에 착수하면 원자력 협력을 비롯한 다른 동맹 현안도 진전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엠마 챈렛-에이버리 /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정치·안보 담당 국장] “A robust announcement on planned investments, followed shortly by starting the projects, could spur progress on nuclear cooperation, among other alliance initiatives.”

한국 정부는 22일 3천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첫 사업으로 텍사스 가스복합발전소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국 정부 투자위원회의 승인과 추가 협상이 남아 있어 실제 착수 여부와 다른 동맹 현안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위 실장은 같은 날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전략투자사업 논의의 “큰 진전”을 환영했다고 전했습니다.

스탠가론 연구원은 “핵 협력이나 핵잠수함 논의의 진전이 양국 관계 전반의 개선에 따른 것이라면 여러 현안이 비교적 빠르게 함께 움직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관계 전반이 개선된 것이 아니라 개별 현안에서만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 카네기멜런대 전략기술연구소 연구원] “If progress on nuclear-cooperation or nuclear subs is not part of resolving specific issues but rather a broader reset of relations, we will see progress on a range of issues relatively quickly. Otherwise, we should simply view it as progress being made on those specific issues.”

“호르무즈 지원과 별개…핵잠 임무 조율도 쟁점”

핵추진 잠수함의 임무를 놓고 미국과 한국의 기대가 일치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여 석좌는 “한국은 베트남전쟁 때부터, 특히 2000년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한반도 밖 미국의 임무를 지원하는 데 원칙적으로 열려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논쟁은 한국의 한반도 밖 역할을 둘러싼 광범위한 이견이라기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지원을 요구하고 한국의 대응을 비판한 데 따른 문제”라며 “항행의 자유 작전에 참여할 경우 한국이 감수할 군사·경제·정치적 위험도 걸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앤드루 여 /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한국석좌] “The ROK in principle has been open to assisting the US on missions outside of the Peninsula dating back to the Vietnam war, and most notably in Afghanistan and Iraq in the 2000s. Rather than indicating disagreement over South Korea's role beyond the Peninsula, the current debate over the Strait of Hormuz is more specific to the Trump administration's particular request (and criticism) for support in the Strait of Hormuz and the potential military, economic, and political risks that South Korea faces should it contribute to 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s in the Strait.”

그러나 핵잠수함의 운용 목적에서는 더 근본적인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여 석좌는 지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회담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북한과 중국의 위협을 모두 들어 핵잠수함 추진의 필요성을 설명한 만큼, 서울은 미래 핵잠수함이 북한과 중국에 대응하는 작전 모두에 유용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같은 전력을 두고 양국이 그 목적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각한다면, 특히 미국이 한국 핵잠수함의 타이완해협 투입을 기대할 경우 정치적·작전적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앤드루 여 /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한국석좌] “President Lee justified SSNs last fall in response to both North Korea and Chinese threats so in theory Seoul could maintain that their future SSNs would be beneficial for both types of operations. But if the two governments acquire the same capability with fundamentally different assumptions about its purpose, particularly if the US expects ROK SSNs could be deployed in a Taiwan Strait, those divergent expectations could produce political and operational friction.”

미 전쟁부는 한국 핵잠수함의 군사적 필요성과 북한 대응, 중국 해군을 상대로 한 인도태평양 작전 가능성에 관한 VOA의 질문에 “현재로서는 제공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핵추진 이점은 먼바다에서…북한 근해에서는 제한적”

북한 대응만 놓고 보면 핵추진 잠수함이 반드시 필요한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 잠수함은 한국 잠수함보다 소음이 훨씬 크고 음파탐지기와 센서 능력도 떨어진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남북 간 거리가 짧고 동맹의 공중 우세가 예상되며 북한의 대잠수함전 능력도 취약한 만큼, 한국의 재래식 잠수함이 못 하고 핵추진 잠수함만 할 수 있는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반 밴 디펜 /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

[반 밴 디펜 /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 “But I think it is generally agreed that North Korean submarines are significantly noisier than ROK subs and have less capable sonar/sensor systems. Given that, I don't see a role that an ROK SSN could fill that a ROK conventional sub (SS) could not, especially given the relatively short distances involved between NK and ROK, likely Alliance air superiority, and what is generally agreed to be poor NK anti-submarine warfare (ASW) capabilities.”

북한 핵추진 잠수함의 배치 시점과 성능도 불확실하다고 봤습니다.

그는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실제로 배치할지, 배치한다면 언제일지 분명하지 않다”며 “배치하더라도 소음이 크고 센서 성능이 낮아 북한 수상함과 항공기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연안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반 밴 디펜 /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 “Also, it remains to be seen if and when the NKs actually deploy a nuclear-powered sub. Even if they do, it is likely to be noisy and have poor sensors, and probably will stay close to North Korea so it can get some protection from Alliance ASW from NK surface ships and aircraft.”

북한 탄도미사일잠수함의 상시 추적도 실제 배치와 운용 방식에 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우선 한국이 추적할 북한 탄도미사일잠수함이 실제로 있어야 하지만, 그런 전력이 배치될지, 배치된다면 언제일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전시나 위기 전까지 항구에 두고 북한 근해의 보호 수역에서만 운용한다면 상시 추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핵추진의 장점은 북한 근해보다 먼바다에서 크지만, 취약한 북한 잠수함은 원양으로 나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 밴 디펜 /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 “First, there actually have to be NK SSBs/SSBNs for the ROK to track -- and it is not clear if or when that may occur. Second, a lot depends on how the NKs operate any missile subs they have. If they stay in port until wartime or a prewar crisis, and then only deploy in protected ‘bastions’ close to North Korea, the idea of ‘continuous tracking’ by the ROK will be made more complicated. I think it is generally agreed that the advantages of nuclear propulsion will be greater in the open ocean (where the NKs may NOT choose to operate given their vulnerabilities) than near North Korea.”

한국 핵잠수함이 북한의 핵 태세를 크게 바꿀 가능성에도 신중했습니다.

그는 “한국 잠수함의 유무와 관계없이 북한 핵 억지력의 대부분은 지상 이동식 미사일이며, 북한의 핵심 과제는 이를 언제 기지 밖으로 분산하느냐”라고 설명했습니다.

[반 밴 디펜 /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 “With or without ROK subs (SSN or SS), the North has to face the big question of when to disperse its land-based road-mobile missile force (the lion's share of its nuclear deterrent, as well as a big conventional warfighting contributor) away from garrisons and out to the field. Once it has dispersed, missile-armed ROK subs would pose a pretty modest threat to the NK missile force given how few SLBMs (conventionally-armed) the ROK is likely to have and the challenges of targeting dispersed, camouflaged NK mobile missiles.”

이어 “일단 분산되면, 한국이 잠수함에 탑재할 재래식 탄두 SLBM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위장된 이동식 미사일을 겨냥하기도 어려워 북한 미사일 전력에 가하는 위협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