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 곳곳의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보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미국을 변화시킨 혁신을 만나보고 있는데요. 오늘도 김철환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할 혁신은 무엇인가요?
기자) 오늘은 미국인의 장보기 문화를 바꾼 ‘쇼핑카트’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매장에서 자연스럽게 끌고 다니는 익숙한 물건인데요. 쇼핑카트가 등장한 것은 1930년대였습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식료품점 운영자가 고객들이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개발했습니다.
진행자) 쇼핑카트가 나오기 전에는 어떻게 장을 봤나요?
기자) 당시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진열대에서 직접 상품을 골라 바구니에 담는 셀프서비스 방식의 식료품점이 확산하고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점원에게 필요한 물건을 말하면 점원이 상품을 꺼내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는데요. 셀프서비스 매장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는 여러 상품을 둘러보고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문제는 손에 들고 다니는 바구니였습니다. 바구니가 가득 차거나 무거워지면 고객은 쇼핑을 중단하고 계산대로 가야 했습니다. 사고 싶은 상품이 더 있어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었던 겁니다.
진행자)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쇼핑카트를 만들게 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험프티 덤프티(Humpty Dumpty)’라는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던 실번 골드먼이 쇼핑카트를 고안했습니다. 골드먼은 어느 날 접이식 의자를 보다가 의자 다리 아래에 바퀴를 달고, 의자 위에는 장바구니를 올리는 방법을 떠올렸는데요. 직원 프레드 영과 함께 바구니 두 개를 위아래로 올릴 수 있는 금속 틀을 만들었습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서 보관할 수도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쇼핑카트와 모습은 다르지만, 고객이 무거운 바구니를 들지 않고 상품을 운반할 수 있게 한 겁니다. 골드먼은 1937년 6월 자신의 매장에 이 장치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처음 등장했을 때는 소비자들이 사용을 꺼렸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유가 뭔가요?
기자) 남성 고객들은 바퀴 달린 카트를 미는 것이 힘이 약해 보인다며 사용을 꺼렸고요. 여성 고객들은 당시 카트의 모습이 아기 유모차와 비슷하다며 또다시 무언가를 밀고 다니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노인 고객들도 자신이 혼자 바구니를 들 수 없을 만큼 나이가 들어 보일 수 있다며 카트를 피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성능보다 사회적 시선과 기존 습관이 보급을 가로막은 겁니다.
진행자) 이런 사람들의 거부감을 어떻게 바꿨습니까?
기자) 매장 안에서 쇼핑카트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줬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를 고용해 일반 고객처럼 매장을 돌아다니며 카트를 밀게 했는데요. 매장 입구에는 직원도 배치해 들어오는 고객에게 카트를 건넸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본 소비자들이 하나둘 카트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광고에는 무거운 바구니를 더 이상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문구도 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외면받았던 쇼핑카트가 불과 몇 년 만에 큰 인기를 얻으면서 매장에 공급할 카트가 부족할 정도가 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초기 쇼핑카트는 지금과는 모습이 달랐다고 하는데, 오늘날 사용하는 쇼핑카트와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기자) 골드먼의 초기 제품은 접이식 금속 틀 위에 별도의 바구니를 올리는 형태였습니다. 바구니에 상품을 담은 뒤 계산대에서는 바구니만 들어 올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처럼 카트 여러 대를 앞뒤로 포개 보관하는 방식은 1940년대에 오를라 왓슨이 개발했습니다. 카트 뒤쪽을 열어 다른 카트를 안으로 밀어 넣을 수 있도록 설계한 건데요.
이 방식이 등장하면서 매장들은 좁은 공간에도 여러 대의 카트를 보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후 어린이가 앉는 좌석과 아래쪽 짐칸 등이 추가되면서 지금의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진행자) 쇼핑카트가 미국의 소비문화에는 어떤 영향을 줬습니까?
기자) 소비자가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늘렸습니다. 손으로 드는 바구니와 달리 무게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면서 우유나 통조림, 세제처럼 무거운 상품도 한꺼번에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소비자들이 더 오래 매장을 둘러볼 수 있게 되자 슈퍼마켓도 더 넓어졌습니다. 통로가 넓어지고 진열되는 상품의 종류와 양도 증가했습니다. 자동차 보급과 교외 지역의 성장도 이런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넓은 주차장을 갖춘 슈퍼마켓을 찾아 카트를 가득 채우고, 구매한 상품을 자동차에 실어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진행자) 쇼핑카트에도 계속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매장을 벗어나면 바퀴가 자동으로 잠기는 도난 방지 장치가 적용되기도 하고요. 카트에 화면과 스캐너를 달아 상품을 담으면서 가격을 확인하고 직접 결제하는 스마트카트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1937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더 편리하게 담아 이동하도록 돕는 겁니다. 접이식 의자에서 얻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매장의 모습과 소비자의 행동까지 바꾼 생활 속 혁신이 된 셈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미국인의 장보기와 슈퍼마켓 문화를 변화시킨 쇼핑카트의 탄생과 발전을 살펴봤습니다. 김철환 기자와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