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 곳곳의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보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오늘은 미국의 영화와 공연 등 대중문화를 만나볼 텐데요. 조상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기자) 오늘은 뉴욕 무대에 오른 한국 연극 ‘벚꽃동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배우 전도연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박해수가 출연하는 작품인데요.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현대 서울의 재벌가 이야기로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공연은 9월 26일까지 뉴욕 파크애비뉴 아모리에서 진행되는데요.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공연하고 미국 관객들은 영어 자막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게 됩니다.
진행자) 먼저 체호프의 ‘벚꽃동산’은 어떤 작품인가요?
기자) 1904년에 처음 공연된 체호프의 마지막 희곡입니다. 아름다운 벚나무 과수원이 딸린 영지를 소유한 러시아 귀족 가문이 빚 때문에 집과 땅을 잃는 과정을 다룹니다. 가족들은 영지를 개발하면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조언을 듣지만, 과거의 추억과 체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결국 영지는 경매에 넘어가고 벚나무가 잘려 나가면서 한 시대가 끝납니다. 몰락하는 특권계층과 새롭게 부상하는 계층의 충돌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진행자) 이번 공연에서는 러시아 귀족 가문이 한국의 재벌가로 바뀌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출가 사이먼 스톤은 이야기의 무대를 혁명 이전의 러시아에서 오늘날의 서울로 옮겼습니다. 원작의 귀족은 과거의 영광에 기대 살아가는 재벌가로 바뀌고, 농노의 아들이었던 상인은 재벌 회장 운전기사의 아들로 태어나 성공한 기업인이 됐습니다.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재벌문화, 계층 이동을 통해 체호프가 다뤘던 사회 변화를 현대적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진행자) 전도연 씨와 박해수 씨는 각각 어떤 역할을 맡습니까?
기자) 전도연 배우는 위기에 놓인 재벌가의 상속녀 송도영을 연기합니다. 가족의 회사와 집이 넘어갈 상황에서도 어린 시절의 추억과 과거의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박해수 배우는 이 집안 회장의 운전기사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기업인 황두식 역을 맡는데요. 가족에게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제안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 몰락한 재벌가를 대신해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게 됩니다.
전도연 배우는 영화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요. 박해수 배우는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었죠. 두 배우 모두 이번 작품으로 뉴욕 연극 무대에 데뷔합니다.
진행자) 무대 구성도 상당히 독특하다고요?
기자) 네. 무대 한가운데에는 한국 건축가 사울 김이 설계한 현대식 저택이 들어섰습니다. 집의 벽 대부분이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졌는데요. 관객들은 마치 인형의 집을 들여다보듯 거실과 침실, 부엌에서 벌어지는 일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한쪽에서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다른 방에서는 또 다른 인물이 술을 마시거나 다투기도 하는데요. 화려하지만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집의 모습이 몰락을 앞둔 재벌가의 불안한 상황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공연은 특히 한국어 공연을 뉴욕 관객에게 그대로 선보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진행되며 영어 자막이 제공됩니다. 미국 관객을 위해 대사를 영어로 바꾸는 대신 한국어의 억양과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자막을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이제는 한국어 연극도 언어와 문화적 특징을 유지한 채 미국 관객을 만나고 있는 겁니다. 이 작품은 2024년 서울에서 처음 공연됐고, 이후 호주를 거쳐 이번에 뉴욕에서 북미 초연을 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공연 장소인 파크애비뉴 아모리는 어떤 곳인가요?
기자)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역사적인 건물입니다. 19세기에 주 방위군의 훈련과 무기 보관을 위해 지어졌는데요.
공연이 열리는 드릴홀은 기둥이 거의 없는 거대한 실내 공간이어서 일반 극장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대형 무대와 실험적인 공연을 선보이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번 공연은 이달 9월 26일까지 이어집니다.
진행자) 오늘은 체호프의 고전을 현대 한국 사회의 이야기로 재해석한 연극 ‘벚꽃동산’의 뉴욕 공연을 살펴봤습니다. 조상진 기자와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