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미 항공모함 떠 있는 동해에 미사일 쏜 북한

미 5항모전단의 기함인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23일 한국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과 중국이 밀착 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두둔하는가 하면 북-중 화물열차 운행도 재개했습니다. 북-중 밀착이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끌고갈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9월 25일부터 이어진 3차례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다시 `도발 모드’로 돌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1월부터 6월까지 18차례에 걸쳐 미사일 31발을 쐈습니다. 그러나 6월 5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마지막으로 석 달간 조용히 지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연합군사훈련(8/22-9/1)기간 중에도 별다른 도발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겁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이번 미사일 발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북한과 중국이 보조를 맞추거나 역할을 분담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North Korea and China co-ordinating doing separating…”

북-중 밀착은 외교, 군사, 경제 3가지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평양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군사 분야에서도 북한과 중국은 공동전선을 펼쳤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26일 동해에서 연합해상훈련을 시작하자 중국도 25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은 미-한 연합훈련이 진행 중인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이 떠 있는 해상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켄 고스 국장은 중국이 직접 미 항공모함을 겨냥한 적대행위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신 미사일을 발사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US aircraft carrier, China doesn't want react directly to it, so North Korea does…”

경제 분야에서의 북중 간 협력도 두드러집니다.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날인 26일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오가는 북-중 화물열차가 150일 만에 운행을 재개했습니다.

중국은 또 북한에 식량을 공급했습니다. 중국은 7월에 1만t의 식량을 제공한 데 이어 8월에도 11척의 선박을 동원해 남포항에 상당한 식량을 수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에서 6월-8월 석 달을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는 북한이 이미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시기였습니다. 3월부터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복구를 시작한 북한은 5월 말 이미 기폭실험까지 완료했습니다.

과거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북한과 중국이 막후에서 핵실험과 중국의 공산당 대회, 미한 연합훈련, 식량, 화물열차 운행 등 여러 문제를 놓고 논의와 메시지를 주고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My guess is that China said missile test is OK but don’t nuclear test, trade is back…”

우선 핵실험과 관련해 중국은 10월 1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공산당 당 대회 때까지 자제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당 대회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시작되는 중요한 정치적 행사입니다.

그런데 이를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그야말로 ‘남의 잔치에 재를 뿌리는 격”이 된다고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중국 공산당 20차 대회 이전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잔치상에 재를 뿌리는 것으로 중국은 인식할 수 있죠. 중국으로서는 핵실험을 막을 수 없다면 공산당 대회 이후로 연기하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핵실험을 늦추는 대가로 북한에 필요한 식량과 석유, 그리고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약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한의 7차 핵실험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이 조금씩 도발 수위를 올리다가 10월 1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공산당 당 대회 이후 핵실험을 하는 겁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28일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10월 16일~11월 7일 사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의 시나리오는 한 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는 10월 16일 열리지만 시진핑이 총서기가 되는 것은 10월 23일입니다.

그러니까 이 시기에 핵실험을 할 경우 시진핑 주석은 집권 3기가 시작되자 마자 북한 핵실험을 겪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이 기간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10월 16일 중국, 11월 7일은 미국의 정치일정인데, 북한이 마지막 카드인 핵실험을 할만큼 다급한 상황은 아니다. 국정원도 여러 전제가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죠. 만일 한다고 해도 미국이나 중국 정치일정 보다 자체적인 판단에 따를 가능성이 많죠.”

또 다른 시나리오는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에 모종의 타협이 이뤄지는 겁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정상은 그동안 5차례 화상회의와 전화통화를 했지만 아직 얼굴을 맞댄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 정상이 대면 정상회담을 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타이완 문제와 함께 북한 문제가 논의될 수 있습니다.

켄 고스 국장은 중국이 미국에 북한 핵 동결이나 핵 군축 협상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켄 고스 국장] ”China’s view is what you need is freezing the program, not denuclearization…”

이에 대해 조한범 박사는 중국이 중재를 해도 미국이 제재 완화를 약속하지 않으면 북한은 회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 미국과 중국의 이익이 되거든요. 그래서 중국이 모종의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은 미국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미국의 선양보나 요구조건을 들어준다는 확신이 없으면 협상장에 나오지 않을 겁니다.”

9월 들어 북한은 잇달아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모드로 돌아섰습니다.

또 북한과 중국은 군사와 경제 분야에서 보조를 맞추며 미국에 맞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강화되는 밀착이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를 어디로 끌고갈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