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북 핵실험, 미 비핵화 목표 수정 압박…중대 결정 가까워져"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제6차 핵실험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무게가 비핵화에서 “핵 억제” 전략으로 급속히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핵무장한 북한과 살아가거나, 군사 옵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번 실험을 통해 일정 수준의 핵융합 기술을 보유했음을 증명하려 했다며, 폭발력이 50~75kt인 것을 볼 때 핵융합을 이용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연구원] “The North was clearly trying to demonstrate that it has achieved some degree of fusion; the size of this explosion, perhaps 50 to 75 kilotons, says it almost certainly did involve fusion.”

김정은이 이미 2015년 12월 수소폭탄 발언을 했음에도 다음해 4차와 5차 핵실험에서 충분한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한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한 기술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이번 실험이 기술적 진전 목적 외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움직여 미국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하도록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North Korea desperately wants to get into a conversation with the United States but without preconditions of denuclearization which is what the United States basically put on any future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And it is hoping that such a test will put pressure on Xi Jinping to exert influence on the Trump administration to seriously engage with North Korea before North Korea becomes a full-fledged nuclear power.”

고스 국장은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자칫 중국의 거센 제재 압박에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이 있고, 단기간 동안 더 큰 손해를 보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김정은 정권은 사전에 이런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핵 보유국 야심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풀이했습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특히 북한의 핵 도발 시점을 주목하면서, 미-한 연합군사훈련과 (미국의) 강경 대북 발언에 굴하지 않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 역량을 개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능력과 운반수단이 고도화되면서 미국의 비핵화 목표가 내부적으로는 핵 억제, 즉 동결로 하향조정 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보좌관은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다가가고 있다며, 제재와 압박이 통하지 않고 북한이 핵을 탑재한 ICBM으로 미국을 공격할 역량을 갖게 될 경우, 미국은 핵무장한 북한과 함께 살아가거나 위험이 큰 군사적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전 백악관 보좌관] “Realistically speaking, we are getting closer to having to make a very painful choice if sanctions and pressures do not work and North Korea achieves capability to attack the United States with the nuclear-tipped ICBM, we have to make a very painful choice between containment and deterrence and living with nuclear North Korea…or military option of some sort which has its own risk obviously.”

그러면서 군사 공격에 따르는 위험이 너무 큰 것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압박과 미사일 방어 등을 통해 북 핵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도 미국이 북한 핵 프로그램을 뒤로 돌리기 위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정책을 계속 구사하겠지만, 결국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 think that North Korea has no incentive to stop testing and if that is the case, I think they are going to achieve a nuclear capability before the pressure, sanctions forces them to have to back down. I think basically the clock will run out on the sanctions and it will be too late and North Korea will be a nuclear power…”

역내 안보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없는 한 김정은은 몇 년 안에 핵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훨씬 더 어려운 도전을 맞을 것이라는 겁니다.

베넷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핵무장을 기정사실화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북 핵 프로그램 제거에 대한 기대를 여전히 갖겠지만, 북한이 그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비핵화 가능성은 이제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연구원] “I think it would be politically very difficult for them to announce that they are prepared to live with a nuclear armed North Korea. They will undoubtedly still want to eliminate North Korea’s nuclear weapon program, but North Korea has announced that it has no intention of doing that. Thus the prospect of denuclearizing North Korea now seems remote.”

그러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일본, 한국 등 동북아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들 나라들의 핵무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현명하지 못한 접근법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연구원] “Abandoning the objective of denuclearization could be destabilizing to the American alliances in Northeast Asia. To the alliance with Japan, to the alliance with South Korea, it might seem to signal to those governments that the U.S. is less committed to the denuclearization of the North than it has previously profess to be and of course that could lead to consequences of their own including the…”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북 핵 억지는 장기적 관점에서 비핵화 목표에 부합하는 것으로, 서로 양립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기존의 대북 접근법을 갑작스럽게 전환하는 대신 제재를 강화하고 간접 군사 조치를 포함한 다면적이고 비대칭적 대응에 무게를 둘 것을 제안했습니다.

롬버그 연구원은 핵실험 직후 북한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그 전에 북한의 목표와 미국, 한국으로부터 얻어내려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요구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 등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 만큼 먼저 의미 있는 예비 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이 대북 무력 공격에 나서는 것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며, 대신 북한 미사일 요격을 예고하고 북한에 대한 정찰비행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등 다양한 군사적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연구원] “I think that any military attacks against North Korea would be too escalatory, likely leading to major war. But I think the United States should implement a variety of military actions. For example, United States could indicate that it is prepared to shoot down any future North Korean missile tests if it can do so. I think the United States could run more extensive military surveillance of North Korea using reconnaissance aircraft along both coasts of North Korea, flying just outside of North Korean air space.”

여기에 더욱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집중적인 정보 유입 캠페인을 전개해 불만을 가진 북한 엘리트들 사이에서 그의 정치적 입지를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학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특히 한국 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미-한 동맹을 분열시켜 주한미군의 철수를 유도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맞아 떨어진다며, 북한과 수사를 주고 받는 대신 비대칭적 대북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월 부소장] “We need to stop the rhetoric and take an asymmetric approach. We need to understand that the North wants the US to respond, to blink, the regime wants to split the ROK-US Alliance, and to get U.S. forces off the peninsula.”

맥스웰 부소장은 구체적으로 미국의 대북방송을 하루 24시간으로 늘리는 등 대규모 정보캠페인을 전개하고, 유엔 안보리를 통해 북한의 유엔 회원 자격, 혹은 투표 자격을 박탈하며, 해외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불법 활동과 노동자 송출을 근절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