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미국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토드 블랜치 미 법무장관 대행은 20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1996년 미국인 3명과 미국 영주권자 1명이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카스트로를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4월 23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미국 국민 살해 공모 1건, 살인 4건, 항공기 파괴 2건의 혐의가 카스트로에게 적용됐습니다. 또한 다른 5명도 공동 피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블랜치 직무대행은 1960년대 쿠바 난민 수용소로 사용됐던 마이애미의 프리덤타워에서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을 잊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996년 2월 24, 쿠바 공군 소속 미그 전투기가 무장하지 않은 세스나 항공기 2대를 격추했습니다. 당시 미국인 3명과 미국 영주권자 1명은 ‘브라더스 투 더 레스큐(Brothers to the Rescue)’ 인도주의 활동의 일환으로 플로리다 해협 상공의 국제공역을 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임무는 쿠바에서 탈출해 미국으로 향하던 쿠바 난민들을 공중에서 발견해, 미 해안경비대에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었습니다. 라울 카스트로 전 의장은 당시 쿠바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해당 격추 사건이 국제수역 상공에서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앞서 같은 날(20일), 미국 연방 하원의원 4명은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가 카스트로를 기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리오 디아스-발라트, 카를로스 A. 히메네스,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 니콜 말리오타키스 하원의원은 모두 쿠바계 미국인입니다. 이들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법무부가 1996년 사건과 관련해 카스트로를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히메네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VOA에,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쿠바 권위주의 공산 정권을 이끌었던 라울 카스트로 전 의장에 대한 미국의 기소는 미국과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쿠바에 보내는 메시지는, 미국 시민을 살해하고도 처벌받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서반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쿠바가 미국에 가하는 위협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쿠바 독립기념일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미국 본토에서 불과 90마일(15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적대적인 외국 군대와 정보기관, 테러 조직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불량 국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같은 날 코네티컷주 뉴런던에서 열린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바나 해안에서 파나마 운하 기슭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무법과 범죄, 그리고 외국의 침범 세력을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20일) 코네티컷주 뉴런던의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하며, 쿠바를 가리켜 “적대적인 외국 군대를 숨겨주는 불량국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아바나 해안에서 파나마 운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무법과 범죄, 그리고 외세의 침범을 몰아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0일 쿠바 독립기념일을 맞아 쿠바 국민에게 스페인어로 된 영상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이 “양국 국민과 양국 간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며, “더 나은 미래를 가로막는 유일한 장애물은 여러분의 나라를 장악하고 있는 자들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여러분이 전기 없이 살아가도록 강요받는 이유는 미국의 석유 봉쇄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기와 연료, 식량 부족 사태는 이를 통제하는 사람들이 수십억 달러를 약탈했기 때문”이라며, “쿠바 국민”을 돕기 위해 쓰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또한 1억 달러 규모의 미국 인도주의 지원 제안을 재확인하며, 이 지원은 가톨릭교회나 다른 신뢰할 수 있는 자선 단체를 통해 배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루비오 장관에 대해 “부패하고 복수심에 찬 이해관계의 대변인”이라고 비난했지만, 지원 수용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쿠바 외무부는 라울 카스트로 기소와 관련해 아직 직접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올해 94세인 카스트로는 이달 초 쿠바에서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카스트로가 쿠바를 떠났다는 징후는 없으며, 쿠바 정부가 그의 미국 송환을 허용할 것이라는 조짐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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