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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미국, 이란 핵 프로그램 무력화… 테헤란, 핵 포기 가능성은 낮아”

이란 이스파한의 핵시설 전경.
이란 이스파한의 핵시설 전경.

미국의 저명한 전문가들은 올해 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인 공습으로 이란의 핵 농축 시설과 군사 인프라가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으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다시 구축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이들 전문가는 미국이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과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란 정권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강화함에 따라 분쟁이 '전략적 인내'를 요하는 상황으로 변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미국이 “계속해서 해협을 장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이란 지도자들과 합의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여전히 자신의 최우선 과제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제임스 제프리 전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
제임스 제프리 전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지낸 제임스 제프리 전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남아 있던 핵물질의 상당 부분을 파괴하거나 매장했으며,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기반 시설도 상당 부분 약화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제프리 전 대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대규모 공습이 추가로 단행되지 않는다면 이란이 결국 핵 프로그램을 다시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이란은 하루에 몇 발의 미사일밖에 발사하지 못하며, 발사된 미사일도 대부분 요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프리 전 대사는 이란이 보유한 대규모 단거리 미사일과 드론 전력이 여전히 걸프 해역의 선박과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의 기반시설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 야심을 포기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제프리 전 대사는 “1979년 혁명 이전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프리 전 대사는 새로운 정부가 역내 국가들을 지배하려 하기보다는 다른 국가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윌리엄 웩슬러 라피크 하리리 중동센터와 중동 프로그램 선임국장은 2025년 6월과 올해 ‘에픽 퓨리 작전’ 당시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상당히 약화했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공습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일련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웩슬러 국장은 “우리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타격을 가했고, 이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란은 여전히 자국 내 우라늄 농축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란과 같은 국가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자국 내에서 농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이란은 이를 포기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웩슬러 국장은 이란이 수십 년에 걸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온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 웩슬러 / 애틀랜틱 카운슬 라피크 하리리 중동센터, 중동 프로그램 선임국장 (사진출처: 애틀랜틱 카운슬)
윌리엄 웩슬러 / 애틀랜틱 카운슬 라피크 하리리 중동센터, 중동 프로그램 선임국장 (사진출처: 애틀랜틱 카운슬)

웩슬러 국장은 “이란은 긴장 고조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압박을 받으면 수위를 낮추지만 다시 끌어올린다. 이들이 하려는 것은 전쟁의 문턱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사실상의 새로운 ‘정상 상태’를 만들어내고, 이를 국제사회가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란은 1979년 이후 줄곧 이런 방식을 사용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웩슬러 국장 역시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언컨대 그렇다”며,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려면 정권 교체가 필요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웩슬러 국장은 이란이 자국 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할 경우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고 동결된 자산을 풀어주는 등 이란 정권에 혜택을 제공할 의사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웩슬러 국장은 “실제로 핵에너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에서 우라늄을 농축하지 않는다. 농축된 우라늄을 다른 곳에서 구입해 사용한 뒤 다시 돌려보낸다. 이란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가 상승에 따른 고통 속 협상 교착

웩슬러 국장은 바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국방부에서도 근무했으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국가안보회의(NSC) 초국가적 위협 담당 국장을 지냈습니다. 웩슬러 국장은 현재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으며, 양측이 서로를 능가하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웩슬러 국장은 “양측은 근본적으로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고 있다”라며 “하지만 양측의 판단이 모두 옳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주 송유관과 수출 시설을 통한 운송량을 포함하면 역내 원유 수송량이 하루 평균 약 1천 500만 배럴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당한 규모의 원유가 계속 시장에 공급되고 있고, 여러 국가가 전략적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유가가 안정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웩슬러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을 설명하면서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르는 데 그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상황을 장기간 견딜 수 있다. 반면 이란은 지금 경제적 재앙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이란이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고 있는 데다 가뭄과 전력난, 민생 문제까지 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전 세계의 석유 비축량이 결국 고갈될 것이며, 이에 따라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이란이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당시 미 국무부 시리아 특별대표와 국제 대 IS 연합 특사를 지낸 제프리 전 대사는 이란이 미국과 체결한 잠정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프리 전 대사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성공적인 지상 작전이 없다면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좁은 수로를 포격을 통한 봉쇄로부터 해방시킬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 위한 합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접근 방식은 이란에 대한 봉쇄를 유지하면서 원유 부족으로 인한 비용을 감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봉쇄는 이란 경제를 계속해서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제프리 전 대사는 이란이 지난 6월 18일 미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당시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제프리 전 대사는 “6월에 체결한 양해각서의 경우처럼, 이란은 자신들이 체결한 합의를 나중에 파기할 것이며, 외교를 패권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또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

2026년 8월 17일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
2026년 8월 17일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

제프리 전 대사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잠정 합의가 이행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된 뒤, 궁극적으로 새로운 핵 합의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좌절감을 느껴, 미국의 양보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계속되는 내용의 “어떤 합의”가 체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웩슬러 국장은 이란과의 협상과 관련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저 덜 나쁜 결과”, 즉 긴장이 더욱 고조될 위험을 낮추고 에너지 공급이 계속되도록 하는 시나리오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현 시점에서는 상황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웩슬러 국장은 “우리는 언제든 단 하루 만에 대규모 확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람들이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전쟁이 매우 큰 피해를 초래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양측 모두 에너지 생산시설이나 전력 공급망, 상수도 시설을 전략적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이 세 분야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웩슬러 국장은 또 다른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속적인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충분한 석유 유통 외에도 긴장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웩슬러 국장은 "당장으로서는 최악의 상황 중 그나마 최선의 시나리오는 우리가 지금 당장 상황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쟁은 올 것이기 때문에, 내가 다음에 다시 전쟁을 치르고 싶을 때는 그들에게 유리한 때가 아니라 우리에게 유리한 시점과 상황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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