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북한의 ‘선군절’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선군절이 어떤 날인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북한의 선군절은 8월 25일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세웠던 '선군정치'를 상징하는 기념일인데요. 북한은 2013년 최고인민회의 정령을 통해 선군절을 국가 명절로 정했습니다.
진행자) 과거엔 선군절을 떠들썩하게 지낸 것 같은데, 올해는 조용히 지나간 것 아닌가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과거에는 선군절이 되면 중앙보고대회와 당·정·군 고위 간부들의 참배, 그리고 노동신문에 사설과 특집 보도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선군절 행사는 상당히 축소되었습니다. 올해 노동신문을 보면 선군절 기사는 2면에 배치됐습니다. 1면은 박태성 내각총리의 경제 시찰과 국가발전 5개년 계획의 완수를 강조했습니다. 반면 선군절 기사는 2면에서 김정일의 군사활동을 회고하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선군절이 뒷전으로 밀려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선군정치는 과거 경제난 속에서 군부에 의존했던 아버지 김정일 시대의 통치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노동당 중심의 통치 체제를 복원했고,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선군정치 대신 ‘인민대중 제일주의’와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통치 이념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니까 통치의 중심이 군부에서 노동당으로 이동한 겁니다. 여기서 북한 전문가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상범 북한연구센터장 말 들어보시죠.
김상범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선군절은 아버지 때 군부에 의존해 국가를 경영했던 비정상적인 방식을 상징하는 날이거든요.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정치방식을 인민대중 제일주의로 바꾸고 선군절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습니다.”
진행자) 선군절뿐만 아니라,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의 통치 구호나 이념, 기구도 많이 사라지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난 10년간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의 정치적 유산에 대한 '지우기' 혹은 '수정' 작업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북한의 연호가 폐지됐습니다. 2024년 10월을 기점으로 김일성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하던 '주체 연호'가 없어지고 서기 연도로 일원화됐습니다. 또 과거에는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 또 김정일 생일을 '광명성절'이라고 불러왔는데요. 지금은 태양절 대신 '4·15' 또는 '4월의 명절', 광명성절 대신 '2·16' 또는 '2월의 명절'이라는 표현이 늘어났습니다.
진행자) 과거 막강했던 정치 기구도 많이 없어졌죠?
기자) 많이 없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김정일 시대 권력 기관이었던 '국방위원회' 폐지입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비상 통치 기구이자 선군정치의 상징이었던 국방위원회가 국가 최고 권력 기관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헌법 개정을 통해 44년 역사의 국방위원회를 해체하고, 외교·경제·안보 등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국무위원회'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또 대남 기구도 전면 정리했는데요.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 남북 교류와 공작을 담당했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조국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그리고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등 주요 대남 기구들을 모두 해체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대남 조직 자체를 없애버린 것입니다.
진행자) 김일성 시대에는 주체사상이 중요했는데, 주체사상도 희미해졌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기자) 네김일성 시대 북한의 통치 이념인 주체사상 역시 영향력이 약화되고, 그 자리를 '김정은주의'가 채우고 있습니다. 또 '김일성-김정일주의'도 약해지고 '김정은 혁명사상', 또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또 과거의 ‘민족통일론’을 폐기했는데, 이는 북한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나요?
기자) 상당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다시 김상범 북한연구센터장의 말 들어보시죠.
김상범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여러 가지 지방 건설을 하면서 인민들의 기본적인 물질적인 욕구는 채워가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외부에 의존해야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조, 낮은 기술 수준, 원료의 부족, 간부들의 무능까지 합쳐서 경제가 확 나아질 구조는 아니고, 인민들의 불만은 상존해 있다고 평가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내세우는 ‘인민대중 제일주의’는 인민생활 개선을 중시한다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 경제적 성과가 김정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까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첫 공개 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며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이어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김정은 정권의 핵심 이념으로 내세운 만큼, 눈에 보이는 경제적 성과가 없으면 통치 이념 자체가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김정은 정권의 성패는 경제 발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북한의 이념과 우상화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을 절대화하는 우상화 작업이 한층 가속화될 것입니다. 또 북한은 핵무력과 ‘경제적 성과’라는 실리적 국정이념을 앞세울 공산이 큽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두 국가론’을 바탕으로 남북 교류를 중단하고 냉전식 대립 구조를 장기화하는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선군절’을 계기로 북한 정치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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