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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신종 코로나’ 대응, 한계·개선책은?


지난 13일 북한 평양 기차역 입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승객의 체온을 재고 있다.

외부와의 인적, 물적 교류를 전면 차단하는 국경봉쇄로 대표되는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응이 어떤 한계를 보여줬는지, 또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 안소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1월 22일, 북한은 중국과의 국경봉쇄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전염병 발원지인 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잇는 항공기와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하는 등 인적, 물적 교류를 완전히 끊어 버린 겁니다.

이후 2월 1일에는 평양 주재 각국 외교관들과 국제기구 직원들이 외국인 구역에만 머물도록 하는 등의 격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의 열악한 의료보건 실태를 감안할 때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국경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효과적으로 시행했다는 겁니다.

나기 샤픽 전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 담당관은 지난 2월 21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장비가 부족한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예방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샤픽 전 담당관] “DPRK doesn’t have enough equipment and the system.”

의료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 당국의 국경폐쇄는 정상적인 대응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또한 초기 대응으로 출입국 통제를 강화하고, 의심 환자에 대한 격리에 집중했습니다.

국제기구 직원의 입국마저 제한되면서, 대북 지원활동 제약에 따른 문제점이 제기된 것은 이 무렵이었습니다.

지난 3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쿤 리 아시아태평양지부 대변인은 VOA에 코로나 차단을 이유로 평양사무소 일부 직원이 격리 조치되면서 현장방문 등 북한 내 활동에 제약이 생겼다고 밝혔습니다.

[리 WFP 아시아태평양지부 대변인] “WFP’s work is continuing in DPRK, our staff had been under quarantine up until 1 Mar, and during that period, they continued working and keeping our operations going. Field visits have been limited due to the quarantine.”

이런 가운데 평양 내 국제기구의 직원 수는 6개월 넘게 코로나 사태 이전의 4분의 1로 줄어든 채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달 대북 식량 지원사업 결과를 발표하는 WFP의 관련 보고서도 반 년 넘게 발간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연일 예방과 방역 태세를 강조하며 봉쇄를 최우선 대응책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무조건 격리하고 통제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며, 감당해야 하는 다른 문제들이 뒤따른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대북 지원단체의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로 정기적 방북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심지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와 미국 재무부로부터 승인 받은 지원물품의 반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겁니다.

미국 친우봉사회의 다니엘 제스퍼 지부장은 대북 지원을 시작한 이래 지금처럼 상황이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제스퍼 소장] “Our biggest concern is for the well-being of AFSC partners in North Korea and the 12,000 people that rely on our four partner farms. If COVID was not a factor, AFSC would likely have completed two shipments of agricultural materials by this summer and at least one monitoring visit over the spring.”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올 여름까지 농업 관련 물품을 두 차례 북한에 전달하고, 봄에는 적어도 한 차례 북한에서 작황 조사를 벌였을 것이라는 겁니다.

제스퍼 소장은 특히 친우봉사회의 북한 내 협력농장 4곳을 통해 식량을 지원받는 주민 1만 2천 명의 영양 상태를 크게 우려했습니다.

대니얼 워츠 전미북한위원회 국장은 북한이 이번처럼 빗장을 오래 걸어 잠근 적은 없다며, 과거 에볼라 사태 때도 북한은 국경을 봉쇄했었지만 당시에는 넉 달에 그쳤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20년 넘게 결핵치료 사업을 벌여 온 미국의 구호단체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방북이 무기 연기된데다, 북-중 국경에서 진행하는 엄격한 화물 격리 조치로 인도에서 구입한 결핵치료제가 몇 개월째 인도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폭우로 북한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전히 통제 방역만을 강조하는 북한의 대응체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장기화하는 만큼, 북한 당국이 이제는 실질적인 의료 보건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미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담당 국장은 북한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방역에 나서길 희망했습니다.

[녹취: 박 국장] ”The extra steps they are taking may not be based on the science, it is more fear based.”

특히 격리 기간과 화물 검열 기간을 과학적 근거보다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최장 40일까지 시행하고 있는 상황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박 국장은 이를 위해 국제 지원단체와 북한 당국 간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국제 기준의 격리 기간은 2주이며, 화물에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3일 정도라는 사실을 북한 당국이 깨닫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겁니다.

양측 간 대화를 통해 북한의 다소 무리한 방역 조치와 국제 기준에 맞는 코로나 대응 조치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박 국장의 설명입니다.

박 국장은 북한 당국이 격리 기간 등을 단축할 수 있다면, 우선 지원물자가 좀 더 빠르게 움직이는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도 북한이 방역 조치에서 유연성을 발휘한다면 국제기구와 지원단체의 활동이 보다 순조로울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북한 내 취약계층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국제사회의 지원 규모가 오히려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국제기구와 지원단체의 대북사업 역량과 효과는 국제 전문가와 국제기구 직원의 북한 내 입국 범위가 확대돼야 더 커진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서 적절한 검열과 질병관리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이 협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코틀랜드 로빈슨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인도주의 보건센터 교수는 북한이 문을 걸어잠그기 보다는 정확한 전염병 실태를 공개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코틀랜드 교수는 방역대책이 북한 최고지도부와 평양 지역에만 집중된 데 대한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엄격한 출입국 통제와 국경봉쇄 등이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고 해도,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만큼 북한 당국이 이제는 보다 과학적이고 국제 기준에 근거한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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