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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암호화폐 전문가 평양 강연 내용 일부 공개…“미국이 북한 거래 못 막아”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Cal School Of Information.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Cal School Of Information.

북한에 암호화폐 기술을 전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가 지난해 평양에서 한 강연 내용이 일부 공개됐습니다. 암호화폐가 제재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암시했고, 참석자들은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이나 유엔이 뭐라고 말하든 북한을 막을 순 없다.”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회의에 참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버질 그리피스 씨가 당시 암호화폐의 장점을 강조하며 발언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미 검찰은 23일 그리피스 씨가 지난해 4월 북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문제의 발언이라며 녹취록 일부를 발췌해 공개했습니다.

그리피스 씨는 최근 변호인을 통해 가택연금과 컴퓨터 사용 금지 등이 적용된 보석 조건의 완화를 재판부에 요청했는데, 미 검찰은 이에 반박하는 문건을 제출하면서 당시 그리피스 씨의 강연 내용 일부를 제시했습니다.

검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그리피스 씨는 당시 강연에서 암호화폐가 북한의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또 암호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은행 업무와 거래에서 자립을 허용한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설명한 뒤, 미국은 블록체인을 통한 금전 지불을 막을 수 없고, 유엔은 거래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리피스 씨 등에게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보인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북한말을 사용하는 한 참석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그리피스 씨와 함께 강연에 나선 또 다른 전문가는 “미국이 북한과의 모든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한다고 해도, 어떻게 금지를 하겠느냐”며 “미국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그리피스 씨는 ‘북한이 암호화폐 공식거래소에 접근할 수 있는지, 아니면 장외거래(OTC)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이용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중국에서 (장외거래가) 불가능하다면 싱가포르에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그리피스 씨의 방북은 북한이 암호화폐를 이용해 제재를 회피하도록 도우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그리피스 씨는 방북에 앞서 미국 정부에 북한여행 허가 신청서를 냈지만, 미 국무부는 대북 제재를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그리피스 씨는 방북을 감행했고,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북한이 발급한 사증을 여권과 별도로 보관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그리피스 씨가 가족들에게 ‘북한에서 돈세탁 회사를 차릴 수 있다’고 말한 사실과,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 키츠 네비스의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점도 추가로 공개하며, 그의 보석 조건이 완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그리피스 씨는 보석 조건 완화 요구와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인 뉴욕남부 연방법원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관할권을 변경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 법조계 전문가들은 금융범죄에 대해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기소를 한다는 평판이 있는 뉴욕남부 지역을 피하려는 의도로 추정했습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검찰 등이 대북 제재 위반자들을 겨냥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근래 들어 잦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은 미 재무부나 국무부가 최근 북한을 겨냥한 제재 조치 등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되는 변화입니다.

미 워싱턴 DC 연방검찰은 23일 북한 은행을 대신해 자금세탁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기업들의 불법 거래 자금 237만 달러에 대해 몰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북한 ‘조선무역은행’ 관계자 등 30여 명이 미 금융제재법 위반 혐의 등으로 대거 기소됐고, 이보다 앞선 3월엔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탈취한 암호화폐의 자금세탁을 공모한 중국인 2명이 기소장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만, 미국의 기소 대상자나 몰수 대상 자금이 상당 부분 해외에 있어 실제 체포나 압류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그리피스 씨 사건과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억류돼 미 법원의 판결에 의해 최종 매각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 사례처럼 실제 법적 조치로 이어지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는 양상입니다.

윌리엄 스위니 FBI 뉴욕지부장은 지난해 와이즈 어네스트 호 억류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런 조치는 미국인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위니 지부장] “The FBI’s counterintelligence efforts…”

스위니 지부장은 “외국의 적들이 미국을 위협하는 데 사용되는 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는 것을 목적으로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허용치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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