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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암호화폐 전문가, 북한 제재회피 조력 정황 추가로 드러나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Cal School Of Information.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Cal School Of Information.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암호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 씨가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도우려 했던 정황이 미 검찰에 의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북한에 암호화폐 연결망을 구축하려 한다는 대화 내용이 공개됐는데, 범죄의 ‘의도’ 부분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주장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8년 2월, 버질 그리피스 씨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한 인물에게 북한 내 적절한 사람을 물색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 사람을 통해 자신이 개발에 참여한 암호화폐 기술 ‘이더리움’과 관련해 방북을 하고 싶고, 또 ‘이더리움 노드’ 즉, 암호화폐 거래의 주축점으로 통하는 일종의 연결망을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그리피스 씨는 또 북한 내 ‘이더리움 노드’ 구축에 경제성이 있v는지를 묻는 질문에 “사실상 그렇다”면서, “그건 그들(북한)이 자신들에게 가해진 제재를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이 같은 대화 내용은 미 검찰이 10일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리피스 씨는 북한에서 열린 암호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됐습니다.

당초 미 검찰은 기소장에 그리피스 씨가 국무부의 ‘방북 불가’ 방침을 어기고 북한을 방문해 암호화폐 기술을 북한과 공유했다는 혐의를 적시한 바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연방수사국 건물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의 연방수사국 건물 (자료사진)

그런데 이번 문건을 통해 ‘대북 제재 위반’과 관련한 그의 ‘의도’ 부분이 추가로 드러난 겁니다.

검찰이 공개한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그리피스 씨는 2018년8월 한 개인과의 대화에서 북한 정권이 두렵지 않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은 제재를 피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인재를 겁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그리피스 씨가 제재 회피 촉진을 위해 북한을 돕는 행위가 ‘북한 암호화폐 회의'의 중요한 목표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11일 VOA에, 이번에 공개된 내용들이 “구체적인 의도를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검찰에 제공했을 것”이라며, 형사재판에서 ‘의도’는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스탠튼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도 그리피스 씨는 형량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유죄 형량 합의’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정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그리피스 씨와 관련된 이번 재판은 변호인과 검찰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그리피스 씨 변호인은 재판부에 ‘소송각하’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미 검찰이 10일 제출한 문건은 ‘소송각하’ 신청에 대한 대응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그리피스 씨 측은 신청서에서 그리피스 씨가 최초 북한으로 향하기 전 뉴욕의 북한대표부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는데, 대표부 측이 이메일을 열람한 지역이 뉴욕 맨해튼뿐 아니라 미국 버지니아와 오리건, 아일랜드 더블린 등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이메일을 열람한 만큼 현재 사건이 진행 중인 뉴욕 남부법원에 관할권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리피스 씨 측 변호인의 행동은 금융범죄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기소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뉴욕 남부 지역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미 법조계 관계자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지방법원 뉴욕남부지원 건물.
미국 연방지방법원 뉴욕남부지원 건물.

그러나 미 검찰은 이번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그리피스 씨 측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습니다.

특히 그리피스 씨가 이메일을 보낼 당시 뉴욕의 북한대표부에 보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또 뉴욕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맨해튼 중심부를 기점으로 25마일 이상 벗어날 수 없다는 점도 명시했습니다.

아울러 이메일이 열람된 지역에 맨해튼이 아닌 도시가 있었던 사실에 대해서도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실제 접속 지역은 얼마든지 변경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 평양에서 그리피스 씨 등 세계 각국에서 100명을 초청한 ‘암호화폐 회의’를 개최하며, 관련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회의는 해외 친북단체인 조선친선협회의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 회장 등이 주관했습니다.

미국의 사이버 보안업체 파이어아이의 루크 맥나마라 수석분석가는 북한이 제재 상황이지만 현금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에 암호화폐에 더 많은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녹취: 맥나라마 수석분석가] “They are still under sanctions. They still have a demand for a currency. I think it made a lot more attractive to go after that.”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민주주의수호재단 매튜 하 연구원은 “북한이 암호화폐의 신뢰성이나 안정성, 기존 화폐와의 가치 교환성 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암호화폐 관련 연구와 관심이 국제 거래와 무기 개발 등 정권의 자금 운용을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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