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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재강화 이후 동남아 교역 줄고 중남미 늘어


북-중 국경지대 교역. (자료사진)
북-중 국경지대 교역. (자료사진)

북한의 10대 교역국이 유엔의 강화된 대북 제재 이후 70%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교역량이 크게 줄어든 반면 중남미 국가들과의 교역 증대가 두드러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 강화 이후 북한의 지난해 수출이 4년 전보다 17분의 1로 줄어든 가운데 교역국도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가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보고서와 과거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북한의 지난해 10대 교역국은 4년 전과 비교해 7개 나라가 바뀌었습니다.

2015년에는 중국, 한국, 인도, 러시아,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 부르키나파소, 우크라이나, 트리니다드 토바고 순이었지만, 지난해(2019)에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를 제외한 7개 나라가 바뀐 겁니다.

새롭게 10대 교역국에 오른 나라는 브라질, 코스타리카, 독일, 폴란드, 페루, 사우디아라비아, 짐바브웨였습니다.

북한과 전통적으로 교역이 활발하던 동남아 국가들이 대북 제재 강화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반면 브라질 등 중남미 세 나라가 새롭게 진입했습니다.

특히 브라질은 2018년에 비해 대북 교역량이 152.6% 증가해 3위를 차지했습니다.

브라질에 대한 북한의 수출은 26만 2천 달러로 미미했지만, 수입은 1천 985만 달러로 급증했고, 펄프와 콩사료, 옥수수가 주요 수입품목이었습니다.

지난 2015년 4월 인도를 방문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왼쪽)이 뉴델리에서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지난 2015년 4월 인도를 방문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왼쪽)이 뉴델리에서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2018년에 3위에 올랐던 인도는 북한의 10대 교역국 중 지난해 유일하게 교역이 70% 줄어들었지만, 북한 전체 교역의 0.4%인 1천만 달러로 4위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은 인도에 일부 광물과 플라스틱 13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고, 940만 달러어치의 의약품과 염료, 밀, 과일·견과류, 의류, 원부자재 등을 수입했습니다.

5위 코스타리카는 교역이 2018년보다 509% 증가한 757만 달러로 북한 무역의 0.3%를 차지했는데, 북한은 수입 없이 주로 실리콘과 의약품, 플라스틱, 포장재를 수출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 전체 교역액 29억 5천만 달러 가운데 중국이 95.2%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기 때문에 나머지 나라들의 대북 교역은 러시아를 제외하면 비중이 모두 1%를 밑돌았습니다.

중국은 특히 지난 2001년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3%에 불과했지만, 18년 만에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심화됐습니다.

아울러 지난 20여 년 간 북한의 대외무역(2001~2018)에서 17.8%를 차지했던 한국, 3.4%인 일본, 2.7%를 차지한 태국, 싱가포르 등은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으로 교역이 멈추거나 매우 미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교역국이 2001년부터 140개국을 유지했지만,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유엔의 제재 강화 이후 급감해 2018년에 115개국, 지난해에는 46%가 감소한 62개국으로 줄었다고 밝혔었습니다.

북한의 전통적인 교역 품목도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나선 항에 수출용 석탄이 쌓여있다. (자료사진)
북한 나선 항에 수출용 석탄이 쌓여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1~2018년 북한의 수출은 18.8%인 무연탄과 철광석, 의류, 수산물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수출 상위 10대 품목은 시계가 18.9%로 가장 많았고, 철강 13.3%, 가발 등 모제품 13% 순이었습니다.

수입도 과거에는 생활과 산업생산 등에 필요한 원유와 석유제품, 유연탄, 화물차, 전화기, TV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연료와 기계, 전자 등의 수입이 제재로 막히면서 대두유와 쌀, 설탕 등 식자재 품목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인 1998년~2011년 북한의 국가수입 성장률은 연평균 12.6%를 기록했지만, 김정은 위원장 집권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2012~2019년에 “거듭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유엔의 제재와 개성공단 폐쇄가 잇따르며 수입이 -3.4%로 역성장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위해서는 남북이 포괄적경제 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해 새로운 경제협력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VOA에, 북한이 무역 등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한국, 서방국과 협력해 사회기반시설 구축 등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The only solution is to find a way to work with South Korea and with the West, and to have some form of cooperation,”

소바쥬 전 소장은 북한이 자력갱생을 수 십 년 간 외친 결과는 만성적인 식량난과 전력난이었다며, 비핵화 진전과 사회기반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대외투자 유치와 교역 증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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