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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교착국면 속 한국 적극 중재 움직임…"현실적 한계" 지적도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이 3일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 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는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이 3일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 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는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지만 미-북 간 교착 상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양상입니다. 한국 정부가 미-북 협상과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현실적 한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정부는 지난달 30일 ‘외교에 열려 있고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을 골자로 하는 대북정책의 큰 그림을 공개했습니다.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선결조건으로 요구해 온 북한은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에 반발하고 있고, 이에 따라 미-북 교착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북 대화의 중재 역할을 했던 한국 정부가 지금 국면에서 어떤 역할에 나설지 주목됩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 장관 회의 참석차 방문한 영국 런던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별도 회담을 갖고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성사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시할지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미-북 양측이 대화 재개를 위한 우선 양보안을 서로에게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점에서 현 단계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 공간이 넓어진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 박사는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실패했던 미-북 협상 중재 경험을 거울 삼아 이번엔 미-북 협상의 장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양측이 수용할만한 초기 합의안 마련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무엇보다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로선 오는 21일 미-한 정상회담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가동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 외교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조 박사는 한국 정부가 2019년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결렬된 ‘영변 핵 폐기-제재 완화’ 안을 토대로 미국에 대한 설득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국 정부도 지난번에 이미 북-미 양측을 만나게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양측이 실질적인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즉 다시 말해서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조합해 내는 초기 합의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을 결정적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 본격화의 분수령으로 보는 것 같고요.”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도 한국 정부가 교착 상태의 장기화가 미-북 모두에 큰 손해라는 점을 설득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미국에 대해선 `벼랑 끝 전술' 같은 과거 패턴이 재현되면서 북한 비핵화의 목표가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대해선 돌이킬 수 없는 경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교착 상황이 계속된다면 과거 패턴이라든지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에서 보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도발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한반도 상황 자체가 지금의 단순한 상황 관리를 넘어서 복잡하고 긴장이 조성되는 쪽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미-한 정상회담을 통해 미-북 협상 재개를 위한 선 조치로 그동안 주장해 온 종전 선언의 필요성을 미국 측에 거듭 제기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남북합작사업에 대한 제재 유예 요청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이런 시도가 실질 성과로 이어지는 데에는 현실적 한계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김진아 북한군사연구실장은 공개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유연한 외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는 바이든 외교팀이 그동안 보여왔던 기본적인 태도일 뿐 구체적인 대북 협상안에서 한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한국 정부의 방안엔 바이든 행정부의 전반적인 대외정책 기조를 흔드는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종전 선언을 북한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해준다는 것은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 전반의 기조를 흔들어버리는 거죠. 남북 합작사업은 더 어렵죠, 더 확실한, 북한이 원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거야 말로 북한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는데 한다는 것은 대외정책 기조뿐만 아니라 미국 국내적으로도 공화당의 반대도 있을 것이고 그걸 유예 또는 면제를 하려면 행정명령을 내려야 하는 상황까지 오는 거거든요.”

한국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제1 외교과제인 대중 견제에서의 한국 역할과 관련한 일정한 양보를 통해 미국의 대북 협상안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바이든 행정부가 공감을 이루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설득을 하려면 한국 정부도 코스트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한-미 동맹 차원에선 지금 한반도를 넘어선 지역적 차원의 문제, 궁극적으로 중국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도 동맹 강화를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한국 정부에게 북한을 설득할만한 수단은 현 상황에선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북한은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구실로 보복 행위 가능성을 비치며 적대적 자세를 노골화하고 있고 한국 정부의 대화 촉구에는 철저한 무시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한범 박사는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는 미-북 간 비핵화 초기 합의 여부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북한이 한국을 통해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려는 국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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