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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안보전문가들 "바이든 행정부 첫 국방예산안, 준비태세 악화 우려"


미국 수도 워싱턴 DC인근의 국방부 건물. (자료사진)
미국 수도 워싱턴 DC인근의 국방부 건물. (자료사진)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첫 국방예산안과 관련해 준비태세 악화가 우려된다고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핵 현대화 예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일레인 맥커스커 전 국방부 재무감독 차관 대행은 1일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발표한 첫 국방예산안을 통해 최우선 국정목표가 국방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다”고 말했습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맥커스커 전 차관 대행은 이날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 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화상대담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잠정 국가안보전략지침에서 국방을 매우 강조했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로 예산이 배정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 맥커스커 전 차관 대행] “First, defense is not a Biden administration priority and there is an attempt to redefine what constitutes a national security investment to divert defense funds to non-core activities.”

특히 지난달 28일 백악관 예산안 기자회견에서 짤막하게 중국의 위협과 태평양 억제 구상(PDI)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와 연계된 구체적인 예산 세부내역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인건비와 관련한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커스커 전 차관 대행 “패권경쟁 관점서 미흡…물가 오름세도 배제”

맥커스커 전 차관 대행은 중국이 이미 실제 물가지수를 반영한 군비투자에서 미국을 추월해 준비태세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이 이뤄졌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거대패권 경쟁에 대처하기 위한 예산 배정에 상당히 소극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의회에 요청한 국방부 예산은 7천 1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 늘어난 규모이고,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입니다.

캐서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달 28일 이번 국방예산안과 관련해 “국방부가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범위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도록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전체적으로 구형 군사체계 예산을 핵무기 현대화를 통해 중국을 억제하는 동시에 향후 전투 역량을 개발하는 데 전용하도록 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맥커스커 전 차관 대행은 이날 대담에서 이번 예산안에 실제 물가 오름세(Inflation)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물가 변동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인건비와 건강보험료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배정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실질 국방예산, 물가오름세 반영 시 역성장 추세

통상 국방부 예산 증액률은 특정시점의 명목상 화폐가치를 나타내는 ‘경상 달러’ (Current Dollars)와 물가오름세, 즉 각 해마다 상이한 인플레이션 변수를 제거한 실질 화폐가치인 ‘불변 달러’(Constant Dollars)를 기준으로 나눕니다.

따라서 명목상의 예산 규모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국방비가 반드시 늘었다고 간주되지는 않으며, 물가오름세를 반영할 경우 오히려 역성장하는 추세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2019년 발표한 실질 국방예산 전망치 자료에서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16%, 2023년은 -1.46%, 2024년은 -1.35%로 계속 역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맥커스커 전 차관 대행은 이번 국방예산안이 실질 물가오름세를 반영할 경우 오히려 역성장하는 상황이라며, 실제 역량보다는 물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인건비에 집중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면서 준비태세 악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토드 해리슨 “완결성 떨어져…인건비 등 어려운 결정 미뤄”

이날 대담에 함께 참석한 토드 해리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방예산분석 국장도 바이든 행정부의 첫 국방예산안이 전반적으로 ‘완결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해리슨 국장은 통상 실질 물가 인상에 따른 예산 추이를 추정할 수 있도록 첨부하는 5개년 계획표도 이번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만일 계속 2.2% 이내의 명목상 증액 기조를 유지할 경우 5년 뒤에는 사실상 역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려운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난다며, 맥커스커 전 차관이 지적했듯 실질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인건비가 다른 중요한 설비 투자에 들어갈 비용을 모두 잡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 해리슨 국장] “As Elaine said before, costs are growing faster than inflation. When your budget is not growing at the rate of inflation, it's actually bringing less than inflation, then your personnel costs are going to eat up your investment accounts over time. But they did not do that they only made some minor tweaks”

또 미 국방부가 다영역작전(MDO)을 구현하기 위해 최근 최우선 순위로 강조하고 있는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사업의 경우에도 이와 연계한 미 공군의 첨단전투관리체계(ABMS) 예산을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삭감했지만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핵 현대화 예산 변화 없어…LRSO 예산 증액 주목”

다만 해리슨 국장은 핵 현대화 예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미 공군이 개발중인 차세대 초장거리 공중발사 핵순항미사일 (LRSO)의 경우 기존 전망치 보다 70% 이상 예산이 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해리슨 국장] “Other interesting one was a big increase, it wasn't expected. LRSO, the long range standoff weapon, that's a new air launched nuclear armed cruise missile. What we see in this budget is the requested amount this year is about 70%, higher than they previously projected for this year. So it appears that they are accelerating that program.”

특히 이 차세대 무기가 비확산 관점에서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표적이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예산 배정은 국방부가 기존 계획보다 실전배치를 서두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해리슨 국장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 핵 현대화를 강하게 옹호했던 관리들이 현재 바이든 행정부 내 국방부와 에너지부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결과가 예상 밖의 일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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