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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차관 “5년간 0% 예산 증액도 만족”...분담금 압박 심화 가능성


매튜 도노반 미 국방부 인사·준비태세 담당 차관.
매튜 도노반 미 국방부 인사·준비태세 담당 차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수로 인한 국방 예산 삭감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고위 국방관리는 향후 5년간 국방 예산의 0% 증액을 고수해도 만족한다고 밝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가 미치는 재정 악화 변수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설명입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매튜 도노반 미 국방부 인사-준비태세 담당 차관은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여파로 미국의 총 국가 부채가 지난 6주 사이에 22조 달러에서 25조 달러로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도노반 차관] “The response that COVID-19 when you think about it, we had a national deficit of $22 trillion and over the course of about a six week period, we increased that deficit to $25 trillion. So, I think that anyone who thinks that we're going to continue in an upward climb in the defense budget is probably without merit.”

도노반 차관 “6주만에 국가부채 3조 달러 늘어”

“5년간 실질 국방예산 증가율 0% 유지해도 만족”

도노반 차관은 이날 미 공군협회 소속 미첼인스티튜트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최근 재정 악화 상황을 언급하며 “향후 국방예산의 증가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아마도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도노반 차관은 "이미 바이러스 여파 '이전'부터 실질 국방 예산 증가율이 둔화된 상황을 감안하면, 의회에 요청한 2021년 국방회계예산안을 포함해 향후 5년 간 실질 증가율이 0%로 유지되더라도 만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도노반 차관] “And we saw that the flat line of the budget at zero 'real growth' coming into this and I think if we could keep zero real growth over the next FYDP that we'd be very happy with that.”

당초 국방부가 기대한 3~5% 실질 예산 증가율 달성은 커녕 현상유지만 하더라도 선방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바이러스 여파가 미치는 재정 악화 변수가 심각하다는 설명입니다.

또 미군은 모병제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인력유지비가 매우 비싸다며, 지난 10여년 간 실질 인건비는 평균 2% 안팎의 다른 비용과 비교해 5.8%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바이러스 변수로 인해 공군의 경우, 기본 군사훈련 규모가 기존보다 50% 줄어든 점을 제시하며, 신규 병력공급의 차질을 완화하기 위해 현역들의 복무기한 연장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방부, 지난해부터 실질 예산 역성장 추세 전망

바이러스 여파로 역성장 추세 더 빨라져

국방부의 향후 국방예산안 증가율 전망을 담은 연례문서 이른바 ‘그린북’ 통계는 통상 해당 시점의 명목상 화폐가치를 나타내는 ‘경상 달러’ (Current Dollars)와 물가오름세, 즉 각 해마다 상이한 인플레이션 변수를 제거한 실질 화폐가치인 ‘불변 달러’(Constant Dollars)를 기준으로 나눕니다.

VOA가 입수해 분석한 지난해 5월 최신 자료에 따르면, ‘경상달러’로 계산할 경우 올해 총 국방예산 예상액은 7천42억 8천 200만 달러, 내년의 경우 7천 272억 8천100만 달러로 명목상으로는 약 3.16% 증가할 것으로 앞서 국방부는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실질 화폐가치인 ‘불변달러’로 계산할 경우, 올해 예산은 7천42억8천 200만달러에서 내년의 경우 7천 124억 8천300만 달러로, 1.15% 증액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명목상의 국방예산 증액이 반드시 실질 국방예산 증액으로 그대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나아가 국방부가 지난해 전망한 2022년의 실질 국방예산의 경우, 오히려 전년대비 -1.16%, 2023년은 -1.46%, 2024년은 -1.35%로 계속 '역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브루스 베넷 “방위비분담금 문제와 밀접 연관”

“미 국방예산 삭감 계기 동맹 압박 심화 가능성”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9일 VOA에 바이러스 여파 '이전'에 국방부가 전망한 예산 증액 추이는 미국이 동맹들에게 압박하고 있는 방위비분담금 증액 논리와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질 예산증액의 '역성장' 추이에 더해 미-중 패권경쟁까지 심화되면서 미군 현대화를 위해 자체 예산증액 필요성을 의회에 호소하는 동시에, 그동안 세계 경찰국가로서 관여한 비용을 동맹분담으로 충당하려는 계획이라는 설명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바이러스 여파에 따라 예상보다 빨라진 미국의 실질 국방예산 '역성장' 전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압박 기조를 더욱 강화시키는 직접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Pressing the Allies appears to have been more of a political decision than it was a deficit related decision. Now, he probably feels personally that the allies are maybe taking unfair advantage of the United States. So he's probably feeling like the Allies really should be paying in order to offset all of the extra expense the US has run over the years.”

지금까지는 정치적 성격이 짙었다면, 바이러스 여파에 따른 실질 국방예산액 삭감은 그동안 동맹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대통령 개인의 오랜 신념에 더해져 압박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당초 분담금 증액으로는 미국의 전체 재정손실을 메꾸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며, 처음부터 현실적인 대안도 아니었고, 오히려 동맹의 국방력 약화를 야기해 전체적인 준비태세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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