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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북 핵 문제에 극명한 입장차"…양국 전문가 서신 교환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양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의 안정을 이유로 비핵화에 나서지 않고 있고, 반대로 중국은 미국이 미-한-일 동맹 강화를 위해 비핵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워싱턴의 북한전문 매체 ‘38 노스’가 25일 미국 전직 당국자와 중국 국무원 산하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이가 무엇인지, 어떤 해법이 있는지 등을 엿볼 수 있게 한 겁니다.

미국 쪽에서 이메일을 보낸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태 부서를 이끌었던 수전 손튼 전 동아태 차관보 대행입니다.

또 리난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손튼 전 차관보 대행에게 보내는 답신 형식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주장을 전했습니다.

먼저 양측이 쟁점으로 삼은 사안은 북 핵 문제 해결에 상대국이 열성적이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손튼 전 대행은 이메일에서 “북한의 비핵화 노력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미국의 실망과 의구심이 적지 않다"며, 그 중에서도 미국의 가장 오랜 불만은 중국이 북한 정권의 안정을 비핵화 과정보다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붕괴가 임박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제재 압박을 가하는 것마저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손튼 전 대행은 “미국이 중국의 제재 이행을 공동의 비핵화 노력에 기여하는 데 대한 진지함을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고 있는 만큼 (북한 문제에서의) 긴장과 의견 불일치는 협력에 대한 희망마저 끊는다”고 말했습니다.

손튼 전 대행은 미-한-일 동맹을 중국이 `방해'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많은 정책입안자들은 미국과 미국의 동북아 동맹인 일본, 한국 사이의 간극을 넓히려는 노력에 있어 북한과 중국의 이해가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지적에 리난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입장이 미국과 정반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이 북 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으며, 중국 대응을 위한 동맹 강화를 목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용인할 준비가 된 상태인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자신들과 동맹을 겨냥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 같은 견해 차이와 서로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양국의 실질적인 진전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리난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일부 인식이 잘못됐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에 따라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중국은 냉전시대 미국과 중국이 외교관계를 맺음으로써 옛 소련을 견제했던 것처럼,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북한이 더 가까워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고, 리난 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리난 연구원은 “한반도에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은 남북한이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안정되고 핵이 없는 한반도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중국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자칫 역내 다른 나라들의 자체적인 핵 프로그램 개발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중국의 안보 이익에 역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손튼 전 대행이 지적한 제재 이행 문제에 대해서도 “비록 중국이 북한에 강한 정치적 지지를 보냈지만, 중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그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미 국무부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관계 속에서도 북한 문제만큼은 협력할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결코 일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북한은 적어도 어느 정도 일치된 이해관계가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I think it's fair to say we're never going to have identical interests with the PRC. But North Korea, the DPRK is one of those areas where there is at least some alignment of interests.”

그러나 이 발언이 나온 며칠 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협력은 상호 신뢰와 이익, 건전한 양국관계 분위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할 땐 (협력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손튼 전 대행과 리난 연구원은 북한의 경제 문제와 관련한 대목에서도 이견을 드러냈습니다.

손튼 전 대행은 리난 연구원에게 다시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의 최종 목표가 체제보장이고, 이 체제보장은 일반 주민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김정은의 눈에 경제적 장려책이 별 가치가 없는 것일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 무대에서 김정은에게 큰 존경과 체면을 세워줬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면서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간과한 유인책이나 압박은 무엇일까”라고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리난 연구원은 북한의 최종 목표가 체제보장에 있다는 손튼 전 대행의 가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북한 정권이 ‘인민’에 의존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평범한 북한 주민들이 체제 개혁과 생활 개선을 촉구하며 압력을 가했다”며, “핵 프로그램이 주민들에게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지켜준다는 확신을 준 것이고, 지금의 압박은 경제를 바로잡으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리난 연구원의 이런 주장은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국제사회는 북한 정권이 부족한 자원을 핵과 미사일 개발 등에 투입하고, 이로써 유엔의 제재 아래 놓이는 등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자초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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