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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연합훈련 반발 속 중·러 밀착 강화…전문가들 "대미 압박 일환"


지난달 27일 북한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일을 맞아 평양 시민들이 대성산혁명렬사릉에 참배했다.

미-한 연합훈련에 반발하고 있는 북한이 미국에 맞선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환경을 조성하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밀착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미-한 연합훈련의 사전연습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이 시작된 지난 10일 담화를 내고 미국에 대해 ‘지역 평화를 파괴하는 장본인’이라고 비난하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장비 철거를 주장했습니다.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러시아 관영매체인 ‘타스 통신’과 지난 11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부부장의 이런 담화 내용을 거듭 주장하면서 “공동의 위협인 미국에 맞서는 데 있어 북-러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고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 전통적 관계를 더 높은 수준에서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의 밀착행보를 꾸준히 보여왔던 중국은 앞서 지난 6일 화상으로 진행된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한 연합훈련 취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북한과의 공조를 과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12일 “중국과 러시아가 9일 중국 닝샤 회족자치구의 훈련기지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시작했다”며 “합동군사훈련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반테러 합동작전 분야를 확대 발전시키고 지역의 안전과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비난 담화와는 대조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훈련 명분을 그대로 인용해서 전한 겁니다.

미-한 연합훈련을 구실로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는 북한이 미국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러시아 주재 대사는 북한이 미-중, 미-러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을 활용해 주한미군 철수와 미-한 연합훈련 중단 같은 세 나라의 공통된 입장을 부각시키면서 중.러에 밀착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위성락 전 대사]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미-러 관계가 점점 악화될수록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이 한반도와 주변에서 운영하는 군사력에 대해서 경계심을 높이고 부정적으로 보는 강도를 높이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중국, 러시아와 북한간에 접점이 있다고 봐야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2018년 이후 언급하지 않았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점에 주목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과의 협상 조건에서 한동안 배제했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다시 꺼낸 것은 대미 협상의 장기 교착에 따른 초조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미-러 군사적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1차적으로 그들의 시간이 없다는 초조함이 반영되고 그 초조함으로 인해서 미국과의 협상을 빨리 돌려야 된다고 하는 것, 최근에 보이는 중국, 러시아까지 보면 그런 미국과의 협상을 준비하면서 뒷배를 만들어 놓는 거죠. 협상을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전조치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자신들의 협상 재개 조건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자극하기 위한 방안으로 북-중-러 연대 강화 카드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 박사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여지는 열어 놓되 교착 장기화에 대비해 경제난 완화를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우방국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려는 셈법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중국과 러시아는 패권경쟁에서 살아남고 자신의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무력 증강을 하고 있고, 무기체계의 공유, 훈련을 같이 해서 극동지역 또는 아시아 지역 내에서 전시상태에서의 전략적 제휴할 수 있는 부분 까지도 활발한 군사적 밀착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게는 어떻든 미국과 협상의 여지는 계속 가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용도로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죠.”

북한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 시험발사 같은 고강도 도발을 염두에 두고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다져놓으려는 행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원곤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임 행정부와는 달리 북한이 SLBM 시험발사를 감행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문제를 갖고 갈 가능성이 크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앞서 지난 2016년과 2017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한 바 있습니다.

박 교수는 SLBM 시험발사가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지만 북한으로선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미리 다져놓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의 중.러와의 밀착은 세 나라 공동전선을 구축해 신냉전 구도를 고착시키는데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부터 중국과 관계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은 극구 피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이를 잘 알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적절한 시기에 한국이나 미국과 대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를 지렛대 삼아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한반도에 신냉전 구도를 만드는 것은 북한으로선 중국에게 지나치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또 중국도 북한에 영향력을 점점 더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그 대안으로서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를 실질적 진전 보다는 하나의 카드로 가질 가능성이 있고 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거죠.”

신 센터장은 북한은 향후 수년간 한반도 정세를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차원에서 내년 3월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세력의 집권을 저지할 필요성이 크다며, 그런 차원에서 남북협력을 중시하는 현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에 대화 국면을 만들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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