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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러시아에 옛 사할린 한인 강제노역 실종자 확인 요청


제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됐다 실종된 아버지의 유해발굴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신윤순 씨가 지난달 언론 인터뷰 도중 92세 노모 백봉례 씨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됐다 실종된 아버지의 유해발굴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신윤순 씨가 지난달 언론 인터뷰 도중 92세 노모 백봉례 씨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유엔이 2차 세계대전 중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됐다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한인 실종자 10명의 신원 확인과 유해 수습 등을 러시아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사할린주 지방정부가 이런 유엔의 요청에 따라 실종자 행방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산하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은 최근 한국의 민간단체인 ‘사할린 강제동원 억류피해자 한국잔류유족회’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 6월 러시아 정부에 한인 (징용) 실종자 10명에 대한 유해 발굴과 확인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실무그룹(WGEID)은 서한에서 지난 5월에 개최한 121기 심의 뒤 6월 17일 러시아 정부에 이들 10명의 유해를 찾아 신원을 확인해 가족에게 송환하기 위한 적절한 수색작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정부에도 이 서한을 보냈다며, 이런 노력은 순수한 인도적 차원임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사할린 강제동원 억류피해자 한국잔류유족회’는 지난해 9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의해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됐다가 귀국하지 못한 채 행방도 모르는 25명의 신원 확인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에 제출했었습니다.

유족회는 진정서에서 유엔이 이들 25명의 강제실종 사실을 확인하고, 러시아와 한국, 일본 등 관련국에 생사와 신원 확인, 유해 발굴과 봉환 등에 대한 협력을 촉구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에 당시 상황에 대한 진실 규명과 피해자의 신원 확인, 유해 수습 등을 위한 전담 상설 조사기구를 설치하고, 러시아와 일본 정부에 필요한 외교적·기술적 조치에 대한 협력을 촉구했었습니다.

한국의 인권조사기록단체로 유족회의 진정서 제출을 지원한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14일 VOA에, 러시아에 대한 유엔의 첫 서한은 강제실종 상황이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강제실종 피해자분들이 돌아가시더라도 유해가 발굴되고 가족에게 되돌려지기 전까지는 강제실종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할린 한인분들의 강제실종이 끝나기 위해서는 국제법적으로 러시아 정부와 한국 정부가 협력해서 이분들의 자료조사와 묘를 확인하고 유족에게, 70년 이상을 기다리신 분들인데, 이분들께 하루라도 빨리 유해가 봉환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됐다 실종된 아버지의 유해발굴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유족자 신윤순씨가 지난달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됐다 실종된 아버지의 유해발굴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유족자 신윤순씨가 지난달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부분 남한 출신인 한국인 수만 명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의해 강제징용돼 당시 일본이 점유했던 사할린으로 끌려가 탄광 등지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습니다.

이들은 그러나 해방 뒤에도 냉전에 따른 옛 소련과 북한의 반대로 조국에 귀환하지 못한 채 어려운 생활을 했으며, 일부는 여전히 생사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신 분석관은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이 러시아 정부에 신원 확인을 요청한 피해자 명단에는 유족회 대표인 신윤순 할머니의 아버지도 포함돼 있다며, 각 가족마다 큰 고통과 아픔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1943년에 아버지께서 사할린으로 끌려가실 때 어머니인, 지금도 살아계신 백봉례 할머니가 임신 중에 계셨고, 그래서 아버지가 사할린으로 끌려가신 뒤에 (신윤순 할머니가)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평생 아버지를 찾는 게 본인의 한으로 남아있습니다.”

6·25 한국전쟁 직전에 사할린의 아버지로부터 마지막 편지를 받은 뒤 연락이 끊긴 신 대표 가족은 1970년대부터 한국 정부에 청원하며 아버지 유해 찾기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 2010년에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을 위한 위원회를 설립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2015년에 활동을 접었고, 이후 실종자 파악과 유해 수습은 진전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한편 한국 ‘연합뉴스’는 지난 12일 러시아 주재 한국 외교공관을 인용해, 사할린주 지방정부가 유엔의 요청을 받은 뒤 한국인 실종자 확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 관할인 유즈노사할린스크출장소장 등을 인용해 사할린 당국이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강제동원됐다가 실종된 한인들의 이름을 파악하기 위해 출장소에 최근 협조를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사할린 정부 관계자도 러시아 외무부로부터 공문을 받은 뒤 실종 한인들의 행방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강제동원 피해 실종자 확인 작업이 탄력을 받을지 유족들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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