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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국무부 차관보 대행, 과거 북한과 활발한 막후 협상…비밀해제 문서에 드러나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북한 측 대표단과 협상 중인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자료사진)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북한 측 대표단과 협상 중인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자료사진)

과거 국무부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했던 인사들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핵심 인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일부 인사들은 과거에 북한 측과 비공개로 활발한 만남을 가지며 다양한 사안들을 협상하기도 했는데, 이런 내용을 과거 국무부의 비밀해제 문서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와 대북정책특별대표, 주한 미 대사 등을 지낸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직함에 걸맞게 북한 문제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인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 같은 김 차관보 대행의 활발한 대북 외교는 2015년 비밀해제된 국무부의 문건을 통해서도 잘 드러납니다.

비공개로 직접 북한 측 인사들과 만나면서 당시 국무장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제이크 설리번 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한 사실이 비밀이 해제된 이메일 교신 등에 나타난 겁니다.

이를 테면 지난 2010년 유엔 안보리가 한국 해군의 천안함을 폭침한 북한을 비난하는 의장 성명을 낼 당시 김 대행은 설리번 보좌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북한 측과 뉴욕에서 한 시간가량 만났다는 사실을 보고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북한 측에게 안보리 의장성명에 반응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당시 만남에 대해 흥미로운 몇몇 코멘트 외에는 특별히 놀랄 만한 일은 없었다면서도, 천안함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의장성명을 반박하는 성명을 낼 것이지만 상황을 악화시키진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또 2010년 3월에는 설리번 보좌관에게 김계관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으로 추정되는 ‘KKG’의 방문과 관련해 익명의 인사를 만났다며, 양측이 방문에 대해 의견 차이를 좁히고 있으며 그 해 4월 중순 방문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김계관 부상의 방미 추진과 관련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국무부가 비자 발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한 바 있는데, 결과적으로 김 전 부상의 방미는 당시 천안함 사건 등으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었습니다.

성 김 차관보 대행이 북한의 선적물 혹은 선박과 관련한 내용을 제이크 설리번 당시 국무장관 부비서실장에게 보고한 내용.
성 김 차관보 대행이 북한의 선적물 혹은 선박과 관련한 내용을 제이크 설리번 당시 국무장관 부비서실장에게 보고한 내용.

그 밖에 김 대행은 2010년 11월 설리번 보좌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북한 측과 40분간 미 대표부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으며, 2011년 5월29일에는 ‘선박(ship∙혹은 선적물)에 대한 평양(의 답변)’을 제목으로 한 이메일에서 “선박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선박과 관련한 이메일은 본문 상당부분이 가려진 채 공개돼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김 대행은 게리 세이모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 조정관과 시드니 사일러 NSC 한국 담당관, 커트 캠벨 당시 동아태차관보,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한반도 관련 인사 여러 명을 수신인으로 한 별도의 이메일에서 “흥미롭고, 어느 정도 고무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처럼 국무부의 비밀 해제 문건에는 김 대행이 현직에 있을 당시 뉴욕채널로 불리는 북한 측 당국자들과 비공식적으로 자주 만나 교류했다는 사실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통상 국무부의 기밀 해제는 30년 뒤에 이뤄지지만,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 사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2015년 관련 이메일들이 대거 공개됐었습니다.

이로 인해 김 대행을 비롯한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의 북한 관련 활동도 일부 확인된 겁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전반적으로 김 대행은 설리번 보좌관에게 북한 측과의 만남에 대해 보고를 하고, 설리번 보좌관은 이를 다시 클린턴 전 장관에게 전달한 뒤 결정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됐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해 5월, 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2010년 방북 기간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2천 개 등을 목격했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김 대행에게 보낼 당시의 상황을 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런 내용을 설리번 보좌관에게 전달받은 클린턴 당시 장관은 “매우 불편하다”며, 관련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답신을 보냈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이 종종 직접 북한과 관련한 사안을 직접 챙겨 클린턴 전 장관에게 보고한 모습도 관측됐습니다.

특히 2011년 4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을 하고 돌아왔을 당시, 설리번 보좌관은 카터 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클린턴 전 장관에게 이메일로 전달하면서 “정말 충격이다”라는 논평을 했습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첨부한 카터 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에는 정권의 정책과 관련이 있는 인권 문제가 있고, 이는 외부 어느 누구도 바꾸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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