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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총선, 여당 압승…“유권자들 ‘코로나 위기’속 안정 선택”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15일 마스크와 보호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15일 마스크와 보호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어제(15일) 한국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집권여당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감이 커진 한국의 유권자들이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안정을 선택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 치러진 한국의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63석,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차지해 총 180석을 획득했습니다.

이는 한국 국회 전체 의석 300석의 60%에 해당하는 의석수로 사실상 압승을 거둔 겁니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각각 84석과 19석을 차지해 총 103석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비례정당은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당선인 수를 정하고 각 정당이 제출한 명부 순으로 당선인을 결정하는, 이번 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따라 만들어진 정당입니다.

한국에서 단일 정당이 전체 의석의 60%를 차지한 것은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입니다.

이로써 집권여당은 재적의원 3분의2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개헌을 제외한 모든 입법 활동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여당은 ‘국난 극복’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보수 성향의 제1야당은 ‘정권 심판’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여당이 압승을 거둔 데 대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유권자들의 위기감과 야당의 대안 부재 등이 표심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입니다.

[녹취: 황태순 정치평론가] “아무래도 이번에 코로나 창궐과 코로나 이후 경제절벽 앞에서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하겠다는 안정 희구적 심리가 작동했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대안정당으로서 비전을 보여야 할 야당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상태에서 내부 혼란과 혼선을 빚으면서 유권자 입장에선 야당에 등을 돌린 것 아닌가 그래서 결과적으로 여당의 대승리로 선거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또 2월 초만 해도 신종 코로나 사태가 마스크 대란 우려 속에서 여당에 악재가 되는 듯 했다가 감염증의 세계적 유행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효율적 대응이 부각되면서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입니다.

이번 선거는 탈북자 2명이 한꺼번에 한국 국회에 입성하는 첫 사례가 됐습니다.

영국주재 북한 공사 출신의 태영호 후보는 태구민으로 개명해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후보로 나서 당선됐습니다.

또 함경북도 탄광촌의 꽃제비 출신으로 지난 2006년 탈북했던 지성호 `나우’ 대표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지 당선인은 14살 때인 1996년 북한에서 먹고 살기 어려워 석탄을 훔치러 갔다가 열차 바퀴에 깔려 팔과 다리가 절단돼 장애인이 됐습니다.

지난 2018년 1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정연설에 목발을 들고 참석해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습니다.

지 당선인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선 소감을 밝혔습니다.

[녹취: 지성호 당선인] “대한민국은 자유가 있는 곳이고 사람을 인격 그 자체를 받아주는 그런 곳이고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이 된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인데 대한민국 국민들이 만들어줬습니다. 앞으로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또 당선인들 가운데 북한 문제와 관련이 깊은 인사로는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조태용 당선인이 있습니다.

조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 당시 북 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외교부 1차관,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을 지냈습니다.

여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선 대북 유화정책인 햇볕정책을 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3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 대북정책 전문가로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한편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금강산 개별관광 추진 등 문재인 정부의 협력지향적인 대북정책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올 연초부터는 남북관계의 운신의 폭을 넓혀서 나름대로 독자성과 자율성을 발휘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좀 더 힘을 갖고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지금 정부의 입지가 좀 강화되지 않았을까 볼 수가 있겠죠.”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그러나 이번 선거가 신종 코로나 사태로 대북정책 등 다른 이슈가 파묻힌 선거였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번 선거 결과를 자신들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로 확대해석해 추진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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