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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직 관리들 “태영호 출마, 북한 엘리트 계층에 중대 메시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지난달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한 관련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지난달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한 관련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의 인권 전문가들은 태 전 공사의 출마가 평양의 엘리트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탈북민의 발언권과 정책 참여 기회를 넓히는 계기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에서 태영호 전 공사를 직접 만났던 미 전직 관리와 인권 전문가들은 그의 한국 총선 출마가 북한 정권에 강력한 신호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의 역할을 대폭 넓히는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태 전 공사의 출마를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 “I think it is a positive sign, chosen interest on the part of the North Koreans who've moved to South Korea to be involved, to participate and be active in South Korean politics.”

킹 전 특사는 태 전 공사의 도전이 “북한에서 한국으로 탈출한 사람들도 한국 정치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월 15일 열리는 한국의 제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태 전 공사는 27일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후보로 확정됐습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1일 지역구 후보 출마를 발표하면서 “북한에 자유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메시지가 평양의 엘리트 계층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I think it is sending a right message to North Korea and North Korean elites who are watching on this development to say that one can defect and you could still have a career and do something positive in South Korea. So I think it is a right message to the North Korean elites who are watching.”

“북한을 탈출해도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고 긍정적인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태 전 공사의 출마를 지켜보는 북한 엘리트들에게 바람직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낸 테리 연구원은 또 “태 전 공사가 탈북민 커뮤니티에 바람직한 정책을 적용하고 대북 정책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그의 출마를 긍정적인 행보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I think Mr. Thae would be able to adopt policies that will be good for the North Korean defector community as well as North Korea policy in general. It might not be in line with a current moon administration's North Korea policy. But I do think it's a positive step.”

미 대북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달라진 인권 기조에 큰 압박감을 느끼는 탈북민들이 정치권 진출 시도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The North Korean escapee community in South Korea has been under great pressure. The ROK government has cut the funding of human rights NGOs run by former North Koreans. Their voices have been muffled. Police protection has been withdrawn, with only three exceptions, including Minister Thae Yong-ho. Two North Korean fishermen were deported to North Korea to face torture and death, in blatant violation of the ROK's own Constitution. All of this just to appease Kim Jong-un, to beg him to return to ever elusive talks.”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가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 지원 예산을 삭감했고, 탈북민들의 목소리는 억눌리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경호 또한 크게 축소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어민들이 고문과 죽임을 당할 수 있는 북한으로 추방됐다”며 “이는 한국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동해상에서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습니다. 이들은 오징어잡이 배로 조업 도중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았던 20대 북한 남성들입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런 환경 아래서 탈북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고 있다”며, “태영호 전 공사 등 상징적인 인물들이 그들 가운데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Under these circumstances, North Korean escapees are taking their destiny into their own hands. They don't have the numbers. They don't have the money. But they have a few courageous, iconic figures in their midst, including Minister Thae Yong-ho, Ji Seong-ho, and Park Sang-hak. They are trying to make their voices heard. A platform is being denied to them, but they are fighting hard to gain access to the best platform possible: The ROK National Assembly.”

이어 “탈북민들에게 도약의 발판이 주어지지 않고 있지만 그들은 가능한 최고의 연단에 서기 위해 힘들게 투쟁하고 있고, 그 자리가 바로 한국 국회”라며 출마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미 전직 관리들은 ‘그 누구보다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는 태 전 공사의 발언과 관련해, 그와 나눈 개인적으로 대화가 북한 지도부와 내부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 “It's been very useful to get his perception of what's going on in the North, and with the sort of the feeling of that he has, the way the regime operates. It's very helpful to get his insight.”

킹 전 특사는 워싱턴에서 태 전 공사와 만났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북한의 상황과 북한 정권의 운영 방식에 대한 그의 인식과 식견을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정보 수집 차원에서도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26일 태 전 공사를 영입한 미래통합당의 결정을 맹비난하면서 “인간쓰레기들을 북남대결의 돌격대로 내몰려는 것은 민족의 통일지향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도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북한 내 엘리트들은 태 전 공사의 출마 소식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북한을 탈출한 전 노동당 고위 관리 A씨는 27일 VOA 기자와 만나 “태 전 공사의 출마는 자유가 있는 세계가 얼마나 우월한 지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정착한 A씨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고, 그 사회의 제도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사실이 북한 엘리트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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