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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억류됐던 호주인 "외국인 유학생들 엄격한 통제와 감시 받아...폭넓은 경험 기회도"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호주인 알렉 시글리 씨.

북한 김일성대학에서 유학 중 억류됐다 풀려난 호주 유학생이 북한 내 외국인 유학생 실태에 대한 글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당국의 통제를 받기는 하지만 시내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현지 학생들과 교류하는 등 북한을 폭넓게 경험할 기회를 얻는다고 밝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9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호주 유학생 알렉 시글리 씨는 북한 내 외국인 유학생들이 당국의 통제를 받지만,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일반 관광객보다는 북한을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밝혔습니다.

시글리 씨는 이번 달에 발간된 학술지 ‘아시아태평양 인류학 저널’에 ‘낙원에서의 체류: 북한의 외국인 학생들의 경험’이라는 글에서 북한 내 외국인 유학생들의 삶을 분석했습니다.

시글리 씨는 북한 김일성대학에서 유학할 당시인 2018년과 2019년 러시아 유학생 1명과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1명, 그리고 중국인 유학생 2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시글리 씨는 북한 당국이 엄격한 사회적 통제를 자국민들과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가한다며, 따라서 북한 주민과 외국인 사이의 교류가 제한되고 북한의 선전선동에 해로운 정보의 흐름도 억제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내 외국인 유학생들도 이러한 사회적 통제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외국인 학생들은 도시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현지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교수들과도 심층적으로 소통하면서 북한을 포괄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얻는다고 시글리 씨는 말했습니다.

시글리 씨는 27일 교육 전문지 ‘타임즈 하이어 에듀케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겪는 통제와 현지인들과의 교류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은 학교에서 북한의 선전선동에 호응하는 글을 쓰고 발언을 하며 사상적 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속마음과는 달리 겉으로는 북한 당국을 따르는 척 한다는 것입니다.

시글리 씨는 한 학생은 “북한의 개인 숭배에 참여하면서 내 양심에 거슬리는 글을 너무 많이 썼다”고 밝혔고, 또 다른 학생은 북한의 과장된 글을 읽으면서 “웃음을 참고 무표정을 지키느라 애썼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은 북한인 학생들과 교수들과 교류하지만 감시를 받고 친밀해 지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은 ‘동숙생’이라고 불리는 북한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이들이 북한 당국의 ‘정보원’ 역할을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시글리 씨는 밝혔습니다.

‘동숙생’들은 외국인 학생들의 소지품을 뒤지고 휴대폰 기록을 살피며 이동을 감시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북한 학생들은 자신이 정보원 임을 절대로 시인하지 않으며 외국인 학생들이 그 점을 지적하면 불화가 일어나고 체면이 손상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시글리 씨는 덧붙였습니다.

또 외국인 학생들은 북한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한 북한 학생이 외국인 학생에게 집에서 만든 간식을 가져오고 북한말 숙제를 도와주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아프다며 학교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외국인 학생들과 너무 친해진 동숙생들에 대해서는 학교를 조기에 떠나는 조치가 취해진다고 시글리 씨는 설명했습니다. 또 동숙생에게 수영복, 티셔츠, 로션 등을 선물하면 외국인 학생이 북한을 떠날 때 공항에서 다시 전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외국인 학생이 북한을 떠나기 전 다정하게 대해줬던 북한 교수에게 식사 신청을 하면 교수는 ‘규칙’을 언급하며 거절했다고 시글리 씨는 전했습니다.

시글리 씨는 북한 체제가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만난 많은 북한인들이 사랑이 많은 보통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게 됐으며, 그들이 극도로 억압적인 정권 아래 살고 있지만 결국 사람은 다 같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겁니다.

한편 시글리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하기 전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과 김형직사범대학에 각각 100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있었으며 대부분 중국인들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시글리 씨는 2018년과 2019년 김일성대학에서 조선문학 석사과정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2019년 6월 유학생 신분을 이용해 간첩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가 9일만에 석방됐습니다.

시글리 씨는 현재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현대 사상과 문학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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