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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전 대변인 회고록…싱가포르 정상회담 ‘뒷얘기’ 공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백악관에서 사임하눈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을 격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백악관에서 사임하눈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 일화들이 공개됐습니다. 당시 회담에 참석했던 백악관 전 대변인이 최근 회고록을 통해 정상회담 등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전했는데요, 박형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세라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이 8일, 지난해 7월까지 약 2년여 동안 백악관에서 근무하며 목격한 일화와 자신의 생각을 담은 회고록 ‘나의 의견(Speaking for Myself)’을 출간했습니다.

특히 12장 중 제6장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서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과 자신이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평창동계올림픽에 얽힌 비화 등을 소개했습니다.

앞서 발간된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The Room Where It Happened)이 정상 간 대화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된 것과는 달리 이 책은 비교적 부수적인 뒷이야기들을 소개한 것이 특징입니다.

샌더스 전 대변인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 앞서 자신보다 먼저 북한 지도자를 만난 싱가포르 총리로부터 회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중 등을 청취했습니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에 대해“말이 많으며(chatty) 합의를 맺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고, 샌더스 전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또 리 총리가 “김 위원장이 국제 제재가 북한 정권을 약화시켰다는 인식에 민감했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정상회담 오찬 당시 두 정상 간의 일화도 일부 공개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찬장에서 김 위원장에게 민트 사탕(틱택)을 건네자 김 위원장이 처음엔 주저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몇 개를 먹고 난 뒤에야 비로소 사탕을 받아 들었다고, 샌더스 전 대변인은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독살 시도를 우려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정상들이 공동성명에 서명하기 직전, 흰색 장갑을 낀 북한 관리가 김 위원장이 서명에 사용할 펜에 ‘암살 무기’관련 장치는 없는지 확인했다는 내용도 회고록에 포함됐습니다.

샌더스 전 대변인은 두 정상이 비핵화 관련 논의에 앞서 스포츠 등 서로의 관심사를 주제로도 환담했다고 밝혔습니다.

골프와 여자 축구, 미 프로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과 데니스 로드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주도했다는 겁니다.

회고록에는 또 싱가포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못마땅해했던 볼튼 전 보좌관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공동합의문 서명식에 입장하고 있다.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공동합의문 서명식에 입장하고 있다.

샌더스 전 대변인은 당시 볼튼 전 보좌관이 화나 있었고 공동성명 서명식에도 참석하길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미국 측의 누구도 북한을 신뢰하지 않았지만,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면전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 대화가 낫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서명식에서 공동성명에 대해“매우 포괄적이며 양측 모두 결과에 매우 만족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서명식 현장/트럼프 대통령] “The letter we’re signing is very comprehensive, and I think both sides are going to be very impressed with the result”

회고록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정상회담에 앞서 2018년 5월 북한을 방문해 장기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을 미국으로 데려왔을 당시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보고를 하면서 김 위원장이 미 프로농구 ‘마애애미 히트’의 팬이라면서 “믿거나 말거나 김 위원장이 마이애미에 오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는 겁니다.

또 2018년 3월, 한국 특사단이 백악관을 방문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미-북 정상회담을 수락한 배경도 소개됐습니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미-한 안보팀 회의에 참석할 계획이 없었지만 관련 내용을 청취하기 위해 회의장을 찾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국 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에 열려 있으며,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서 ‘동의’했다는 겁니다.

샌더스 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대표단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발표할 수 있도록 소개해 줄 것을 자신에게 요청했지만, 백악관 방문객의 회견 관례에 따라 백악관 웨스트윙 바깥에서 발표하도록 건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샌더스 전 대변인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찾은 것은 “동맹국인 한국에 약속을 재확인하고 북한에 강하게 맞서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부통령의 방문은 “미국은 최대 압박을 유지할 것이고 북한이 올림픽을 선전에 이용하도록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 하나의 메시지를 발신하도록 계획돼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7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백악관 대변인을 역임한 샌더스 전 대변인은 현재 2022년 아칸소 주지사 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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