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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위층 부정부패 엄벌 연일 경고…"대북제재·코로나 이중고 속 내부 단속"


북한이 지난달 개최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받아적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개최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받아적고 있다.

북한이 고위층의 부정부패와 같은 일탈 행위를 엄벌하겠다고 연일 경고하며 내부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겹치면서 주민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통제의 고삐를 한층 조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달 올들어 처음 개최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재천명한 가운데 북한 관영매체들은 연일 ‘인민제일주의’를 강조하며 간부들의 일탈 행위를 엄벌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자 사설에서 “인민대중 제일주의와 어긋나는 현상에 대해 즉시에 불을 걸고 사소한 싹도 제때에 짓뭉개버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인민이 부여한 권한을 악용해 특권을 부릴 때는 그가 누구이든 직위와 공로에 관계없이 단호히 칼을 들이대는 당의 투쟁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신문은 이어 간부들에게 “인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심을 틀어쥐는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라”고 주문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애민정신'을 부각시켰습니다.

김 위원장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이만건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농업부장 등 핵심 실세들을 공개 해임하기도 했습니다.

조직지도부는 당 간부에 대한 인사정책을 총괄하는 북한 최고권력기관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당 핵심 실세를 정치국 확대회의라는 공식 절차를 통해 해임한 것은 당 간부 전체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고위층을 겨냥해 강력한 통제의 칼을 꺼내든 것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관측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경제 정면돌파전’을 추진하기 위해 사실상 전 주민을 동원하는 상황에서 간부들의 탈선이 자칫 김 위원장의 지도력까지 흠집을 낼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지난 2년 간 미국과의 파격적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제재 국면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민심이 흉흉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 주민들이 과거와는 달리 경제 상황에 민감해졌다며 대북 제재 해제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까지 막혀 쌀 등 생필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 박사는 특히 북한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장마당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정권 차원의 위기감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상품도 있지만 인적 교류도 다 차단하는 거죠. 중국 쪽에서 강화하는 거죠. 그러면 결과적으론 장마당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죠. 얼마전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 주민 2명 중 한 명꼴로 장마당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오거든요, 직간접적으로. 그렇게 보면 제재 위기 속에서 그나마 경제를 버티는 게 장마당인데 장마당까지 흔들린다면 북한체제, 북한 경제는 근본적 위기 빠질 수밖에 없죠”

조 박사는 북한 당국이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연일 경고하고 있는 데 대해 경제난 심화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부정부패를 빌미로 한 숙청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 사설에서 고위층 부정부패와의 전면전 선포가 내각과 각 경제기관들이 경제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강조한 ‘내각중심의 정면돌파전’을 선전한 대목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제재라는 상황 속에선 내부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내부자원을 잘 관리하고 집중시키고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그 주체가 내각이거든요. 그러니까 내각에 힘을 실어주고 내각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된다고 보는 것이고 그걸 위해선 특권계층을 적절히 통제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야 내각이 좀 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 맥락에서 내각중심제가 강조되고 있는 것이죠”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집권 초부터 애민정신을 내세워 북한 경제를 일으켜 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경제문제를 풀지 못하면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고위층 부정부패에 대한 전쟁 선포와 애민정신을 선전하는 배경엔 미국의 대북 제재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내부 결속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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