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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대 전염병 취약, 코로나 퍼지면 최악의 시나리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인민군 부대의 합동 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9일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 뒤에 선 군인들이 이례적으로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인민군 부대의 합동 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9일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 뒤에 선 군인들이 이례적으로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북한에서는 군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곳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집단생활과 열악한 의료환경, 면역력 부족 등으로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고, 이는 북한 정권의 체제 유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존 에버라드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는 최근 한국의 한 언론(중앙일보) 기고에서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C-19)가 크게 퍼지면 체제 위기까지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의료환경은 최근 평양의 외국인조차 열악한 격리시설에 수용될 정도로 형편없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에버라드 전 대사는 관리들의 은폐, 진단시약 부족 등으로 확진이 힘들기 때문에 환자가 없다는 북한 당국의 발표도 믿기 힘들다며, 감염이 확산되면 심각한 정치적·경제적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염병 확산이 군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식량 부족과 척박한 환경, 집단생활 등으로 “감염자가 발생하면 확산을 차단하기 매우 어렵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의 전직 군인들도 VOA에, 군대가 전염병에 매우 취약하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청진 출신으로 2000년대 중반 북한 특수부대인 `폭풍군단’에 복무했던 이웅길 씨는 2일 VOA에, 전염병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가장 큰 우려는 주민이 아니라 군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웅길 씨] “엄청나게 취약한 곳입니다. 왜냐하면 군인들은 다 집단생활 아닙니까? 다 한데 모여 있기 때문에 전파될 확률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이번 코로나를 보니까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사망 비율은 모르겠지만, 전파력은 엄청나더라고요. 아마 김정은이 제일 두려워할 게 주민 보다 북한군에 들어가는 건데, 만약 진짜 북한군에 전파된다면 막을 수 없을 만큼 무너질 수 있죠.”

이 씨는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때도 군인들은 진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유도 모른 채 숨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웅길 씨] “사스라는 진단도 내릴 수 없었어요. 당신 북한군에서는. 진단하려면 총국이나 군단 병원까지 가야 하는데, 올라가다 보면 가다가 죽는 확률이 더 많았으니까. 그래서 여단 군의소에서 자체로 치료받다가 그냥 죽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사스라고 확증을 짓지 못하고 진단 키트가 없으니까 그냥 영양실조로 죽었다.”

고열과 설사란 증상만 보고 장티푸스, 파라푸티스 정도로 추측해 시약하고, 약효가 없어 죽으면 영양실조로 인한 합병증으로 결론을 내리는 게 흔했다는 겁니다.

몇 년 전 남북 군사분계선을 통해 한국에 망명한 정하늘 씨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군대환경이 다소 개선됐지만, 의료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부대는 최전방에 있어서 후방보다 대우가 좋은 편이었지만, 병사들에게 약품이나 마스크를 제대로 보급할 형편은 아니라는 겁니다.

[녹취: 정하늘 씨] “코로나바이러스가 돈다고 하면 북한군은 진짜 초비상일 겁니다. 최대한 사택마을, 군관 사택마을에 못 나가게 할 거고. 주민들과의 접촉을 일체 자제할 거고. 마스크는 당연히 보급이 안 되는 거고. 전염병이 돌면 가장 유행했던 게 소금 양치질입니다.”

정 씨는 정부의 지원이 넉넉한 한국군이나 미군의 잣대로 북한군의 의료환경을 비교하는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하늘 씨] “마스크를 보급할 돈이 없는 거죠. 우리 한국은 개인이 다 사서 쓰고 군은 당연히 보급되니까 괜찮은데, 북한군은 마스크 보급이 안 됩니다. 그걸 사서 쓸 돈도 없고 민간요법으로 해결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 씨는 과거 옴이 신병대대에 크게 확산됐지만 약이 아니라 유황을 태워 연기로 치료해 크게 고생했다며, 부대 안에서는 한국군이 퍼뜨렸다는 유언비어까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전직 북한 군인들은 또 격리시설이나 군의소는 식량 사정이 소속 부대보다 열악해 병사들이 가기를 꺼린다며,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될 더 큰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군대의 부정부패로 약품 등 보급품이 중도에서 장마당으로 가는 사례가 많다며, 당국이 이를 철저히 검열하는 게 그나마 병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버라드 전 대사는 “북한 군인들이 앓거나 사망하면 군사력도 약화하지만, 무엇보다 군인들의 분노를 사게 돼 정권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거듭 군대 전염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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