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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자들,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불법 노동 계속"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도로 건설 현장. (자료사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도로 건설 현장. (자료사진)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의 극동 지역에서 여전히 불법으로 일하고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전했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노동 실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18일 러시아의 극동 지역 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의 인기 광고 사이트에는 북한 노동자들을 위한 구직 페이지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러시아의 극동 지역이 북한 노동자들과 김정은 정권에 여전히 큰 소득을 안긴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전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주택 건설 관련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는 광고를 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신문은 광고를 실은 한 북한 노동자와 통화한 내용을 소개하며, 이 노동자는 번 돈의 절반 가까이를 김정은 정권에 바쳐야 하지만 북한에서보다 훨씬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문은 안보리 제재가 북한 노동자 체류를 금지한 지 1년 반이 넘었지만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여전히 북한 노동자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러시아 건설회사 관리자들은 북한 노동자들과 계속 일하고 있다며, 다만 유엔 안보리 제재가 발효된 2019년 12월 2일 이후에는 북한 노동자가 줄었다고 신문에 말했습니다.

이들 관리자들은 북한 노동자들이 값싸지만 양질의 노동으로 평판이 높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신문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국에서 일하게 되는 것은 북한 내 가족들의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소중하고 드문 기회지만 통상 외국에서의 노동 환경은 그리 좋지 못하다고 전했습니다.

장시간 근무에 낮은 임금에다 안전 사고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는 겁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중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제대로 예방을 하거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닐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신문은 또 다른 북한 노동자는 학생 비자로 러시아에 입국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러시아 내무부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러시아로 이주한 북한 주민들은 4천 명에 못 미쳤고 이 중 2천 600명이 학생비자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여행 통제에 따라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신문은 러시아는 지난해 3월 유엔 주재 러시아대표부가 제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국경 봉쇄로 511명의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에 잔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최근 발표한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외국에서 자국민을 강제로 노동 현장에 투입했을 수 있다”며 북한 노동자들을 사실상 인신매매 피해자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가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노동에 적극적으로 연루돼 있다며,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의 송환 절차를 밟았다고 하지만 지난 1년 내내 북한 주민들이 입국했으며, 이들은 비공식적으로 노동 활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북한의 노동자들에 대한 신규 노동 허가증 발급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관광 비자나 학생 비자 등을 통해 입국해 노동을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비자로 입국한 북한 노동자들이 불법으로 일하면서 인신매매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무부는 지난해 러시아 당국이 북한 국적자들을 대상으로 3천 건에 달하는 신규 관광비자와 학생비자를 발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러시아 내에서 노동 캠프를 운영하고, 수 천 명의 북한 노동자들을 착취했다는 믿을 만한 보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는 이에 대해 검증하거나 피해자들을 밝혀내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북한 노동자들과 학생들, 관광객들에 대해 더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재무부는 불법 해외 노동자 파견에 연루된 러시아 주재 기업 2곳에 제재를 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북한 국적 기관으로 러시아에서 운영 중인 ‘조선철산종합무역’과 러시아 건설회사인 ‘목란LLC’를 ‘특별지정 제재 대상 명단(SDN List)’에 추가했습니다.

이어 이 기관들이 북한 정부 혹은 노동당을 위한 자금 창출 등을 위해 “강제 노동 수출에 관여하고, 이를 촉진하거나 책임져왔다”며, 제재 단행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정보통신 IT 관련 전문가들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금융과 경제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애런 아놀드 위원은 지난 4월 한 웨비나에서 가상화폐 해킹은 석탄 수출 등 북한의 전통적인 활동과 비교할 때 상당한 수입원이라면서, IT 관련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중국 등에 진출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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