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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략무기 담은 대외용 화보 발간…"존재감 과시 의도"


북한이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북극성-4ㅅ(시옷)'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북한이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북극성-4ㅅ(시옷)'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는 북한이 핵 무력을 포함한 자신들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대외홍보용 화보를 만들었습니다. 대내 결속은 물론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추후 협상을 염두에 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내 대외용 출판물을 발간하는 기관인 외국문출판사가 ‘국가 방위력 강화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비정기 화보를 24일 발간했습니다.

120쪽 분량의 이 화보집은 지난 2011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군사 지도와 무기 개발 역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화보집은 김 위원장이 2012년 2월 행한 해병전술훈련 지도부터 지난달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까지의 현장 컬러사진들을 담았습니다.

특히 화보의 절반은 북한이 이례적으로 야간에 진행한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사진들로 채워졌습니다.

화보에는 김정은 시대 들어 공개된 핵과 미사일 모습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 장면과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사진이 들어있고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당시 처음 공개한 신형 SLBM인 ‘북극성-4ㅅ’과 새 ICBM 사진도 큼직하게 실렸습니다.

화보집은 북한이 장기간에 걸친 최악의 도전과 봉쇄 속에 있었다며, 김 위원장의 비상한 결단과 의지로 제국주의자의 핵전쟁

위협으로부터 조선반도의 평화를 수호할 수 있도록 국가 방위력이 강화됐다고 무기 개발의 당위성을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그리고 지난 여름 수해 등 3중고로 경제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김 위원장이 달리 내세울 업적이 없는 상황에서 국방 분야 성과를 부각시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조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8일 승리 연설을 한 이후 보름 넘게 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던 북한이 우회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핵 협상을 염두에 두고 북 핵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면서 대북 압박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이런 걸 내보냄으로써 우리는 김정은이 말했듯이 핵 억제력을 그동안 충분히 강화해왔고 누구든지 우리를 건드리면 좌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역량은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우리에게 압박일변도로 해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다음에 우리에 대한 관심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그런 의지도 있을 겁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제작 기간을 감안할 때 북한이 화보 출간을 결정한 시점은 미 대선 전이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을 겨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보집이 기존에 공개된 무기들을 실었다는 점에서 도발성 메시지는 없었다고 평가하면서 미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기 전까지 대미 메시지 발신에 신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황일도 교수는 실무 협상을 중시하는 바이든 당선인이 차기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지명하면서 북한도 협상전략 수립에 고민이 한층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 교수는 북한으로서도 1990년대 초중반 제네바 합의 때부터 미국과의 핵 협상을 전담했던 이른바 ‘핵상무조’라는 외교관료 라인이 중용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그동안의 프로세스가 정상회담 프로세스였으니까 최고 결정권자의 비중이 크게 높았다면 바이든 정부는 아시다시피 실무협상을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다들 예상을 하고 있고 평양도 그것을 모르지 않을텐데 그렇게 놓고 본다면 역시나 외무성의 실무협상 관료 라인들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형국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되겠죠.”

문성묵 센터장도 3중고에 따른 경제난 심화로 위기에 몰리고 있는 북한 정권으로선 미국의 새 외교안보팀에 대한 평가나 대미 압박성 메시지를 내놓는 데 신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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