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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총리, 금강산관광지구 자체 개발 언급…"바이든 정부 출범 앞둔 대남 압박"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총리가 금강산관광지구의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했다고 2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이 내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자체 개발 의사를 재확인했습니다.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총리가 금강산관광지구의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했다고 2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총리는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해금강 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을 돌아보며 현지에서 협의회를 열어 관광지구 총개발 계획안이 작성된 데 따라 세계적 수준의 호텔, 골프장, 스키장 등 건설을 위한 대책들을 토의했습니다.

김 총리는 “금강산지구를 현대적이며 종합적인 국제관광문화지구로 훌륭히 꾸리기 위한 개발사업을 밀고 나갈 것”이라며 특히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총리의 발언은 남북 합작사업으로 시작했다가 2008년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이후 장기간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을 금강산 지역의 한국 측 시설들을 철거하고 자체적으로 국제 관광단지화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서면브리핑에서 “남과 북이 금강산 지역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만나 협의해 나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금강산을 시찰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이후 북한은 시설 완전 철거와 이를 위한 문서 협의를 한국 측에 요구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2월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올해 2월까지 금강산의 남측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대남 통지문도 발송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대면협의와 일부 노후시설 정비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북한의 통지문에 회신하지 않았고, 이후 북한이 올해 1월 30일 신종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금강산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한다는 통보문을 한국 측에 보내오면서 협의가 중단된 상황입니다.

김 총리의 이번 행보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방역을 ‘초특급’ 단계까지 올리고 내부적 단기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80일 전투를 강행하는 와중에 이뤄진 겁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내년 1월 개최 예정인 제8차 노동당 대회 때 발표될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금강산관광지구 개발 사업을 포함시키기 위한 사전 점검 차원의 행보로 분석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한국 측에 금강산 지역 시설 철거를 거듭 요구해 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지난번에 날짜를 정해놓고 철거하라, 철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겠다라고 했으니까, 이제 예상을 해보면 지금 코로나 때문에 중지시켰단 말이죠.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잡히면 남쪽에 한 번 짧게라도 기회를 주겠죠. 그런데 지지부진하다, 마냥 기다릴 수 없다 그러면 하루 아침에 금강산 지역을 다 철거할 순 없으니까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등 김정은 위원장의 역점 사업들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로 북한 경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금강산 관광지구의 자체 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김 총리의 행보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조 바이든 새 행정부에 제재 완화 카드를 설득할 것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금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시작이 되니까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가 나서서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구성 과정에서 그 부분을 반드시 입력을 하고 의견을 넣도록 노력을 해라, 그런 메시지로 읽을 수 있거든요. 왜냐하면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대북정책이 검토가 될텐데 상응 조치로 뭘 어떻게 할 건지 그런 부분에 대해선 한국 정부와 논의를 할 것이고, 그러니까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걸 반영을 하라는 그런 메시지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금강산 관광사업은 한국 관광객들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사업이고 재개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북한이 철거 요구를 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을 사업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 그리고 2018년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의지가 담긴 이유이기도 하다는 설명입니다.

조 박사는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관광사업 재개가 힘들다는 점을 잘 아는 북한이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금 코로나인데 뜬금없이 관광 얘기를 할 때가 아니거든요. 그러면 8차 당 대회를 염두에 둔 것 같고, 결국 금강산이라는 얘기는 남북관계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여지는 거고요, 그리고 대북 제재가 유지되면서 금강산 관광을 할 순 없어요. 결국 남북관계 여지와 북-미 관계 여지를 동시에 남겨 둔 행보로 봐야 된다, 이렇게 봐야죠.”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한국 정부가 원하는 보건 방역협력엔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북 제재가 개입돼 있는 금강산 관광지구 문제를 꺼낸 것은 여전히 남북관계보다는 미-북 관계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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