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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대북 의료 지원 지지, 비핵화 협상 긍정적 변화 기대 어려워"


지난 1일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서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한 국가품질감독위원회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지난 1일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서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한 국가품질감독위원회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교착 상태에 있는 미-북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태도 변화와 제재 해제라며,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운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무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대북 의료-보건 지원 의사를 밝힌 가운데, 한국 정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북한 방역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의 14일 브리핑입니다.

[녹취: 조혜실 부대변인] “(한국) 정부는 감염병 전파 차단 및 대응을 위한 남북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현재는 우리 측 발생 현황, 북측 동향 및 민간 등 각계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이어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과 관련해서는 지켜보는 단계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만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 부대변인은 한국 내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신청 역시 아직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는 지난 11일 VOA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해 북한 보건성으로부터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중국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시작되자 북-중 국경을 폐쇄하고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등, `국가 존망'까지 거론하며 감염 방지를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적극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활발한 보건-의료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국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인 김신곤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14일 VOA에, 현재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유무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사 장비 자체가 없다는 겁니다.

[녹취: 김신곤 교수] “실제 검사가 안 되고 있거든요. 검사 장비가 없고. 한국도 코로나바이러스 진단하는 PCR 장비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됐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아예 그런 진단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그런 진단할 수 있는 PCR 장비, 방호복 등을 국제사회에서 지원해줬음 좋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에 대한 미국의 일종의 화답이죠.”

김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상관없이 생명을 살리는 차원의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은 지속돼야 한다는 게 유엔의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검사 장비도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의료-보건 지원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인 제스처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지적입니다.

김 교수는 미-북 관계에서 대북 의료보건 지원이라는 명분을 만들면 일종의 모멘텀이 될 수 있겠지만 남측의 의료 지원과 협력은 북한이 일체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계 없이 큰 틀에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북한의 대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위기 의식이 강한 만큼 국제기구의 지원은 받겠지만 미국의 직접적인 지원은 거부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하고 방역하고 이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위협하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는 기본적인 대미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거든요. 비핵화와 관련된 미국의 정책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어떤 지원을 받음으로써 자신들의 입장이 완화됐다는 그런 메시지를 보내고 싶지 않을 거예요. 그런 맥락에서는 미 국무부의 제안이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주기에는 미흡하다고 볼 수밖에 없죠.”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느닷없이 대북 의료 지원에 관한 성명을 발표한 의도가 궁금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기대하는 것은 대북 협상에 대한 미국의 변화된 태도이지, 대북 인도적 협력 의지가 아니라는 겁니다.

[녹취: 김인태 책임연구위원] “한 가지 현안에 해당된 부분이 아니라, 북한이 기대하는 것은 적극적인 대북 협상 의지 또는 변화된 태도잖아요. 그런데 오늘 국무부 성명 자체는 신종 코로나에 국한된 현안이잖아요. 북한이 뭐 반대하거나 그러진 않겠지만 그 한 가지만 가지고 북한이 먼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거나 변화된 태도를 나타낸다든가 그럴 가능성은 낮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김천식 전 한국 통일부 차관도 VOA에, 북한이 미국에 바라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라며 북한이 미 국무부의 이번 성명을 중요한 시그널로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예전부터 열려 있던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장비와 약품을 지원하면 북측이 받겠지만, 미-북 관계에 그 이상의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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