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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줄리 정 국무 부차관보 “북한 관리들, 진짜 미국인이냐 물어...미 외교의 힘은 다양성”


줄리 정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수석부차관보가 뉴욕 포린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줄리 정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수석부차관보가 한국계로서 미국을 대표해 외교업무를 담당하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정 부차관보는 북한 관리들을 비롯해 사람들이 자신에게 “진짜 미국인”이냐고 묻던 경험을 소개하며, 미국 외교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줄리 정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수석부차관보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24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정 부차관보의 소회는 미국외교관협회(The American Foreign Service Association)가 발행하는 9월호 저널에 ‘진짜 미국 외교관 되기’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 담겼습니다.

미국 외교관협회는 1만7천여 명의 전현직 미국 외교관들로 구성된 단체입니다.

1996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정 부차관보는 첫 해외 근무를 중국 광저우에서 했습니다. 당시 비자, 즉 입국사증을 발급해 주던 정 부차관보는 비자를 거절당한 중국인들이 자신에게 “진짜 미국인과 얘기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수 백 번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국무부 한국과에 근무할 당시에는 북한을 여러 번 방문했다며, 북한 관리들은 회담 테이블 건너편에서 자신에게 한국어로 “진짜 미국인”이냐고 물었었다고 전했습니다.

정 부차관보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북한 출신이며, 그 손녀가 이제 “북한이 제국주의라 칭하는” 미국 외교관인 것을 북한 관리들이 알고 있을지 궁금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 관리들이 소주를 함께 마시고 노래 기계로 노래하면서 자신에게 “그 미국인들”에 대한 분통을 터트리곤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부차관보의 여러 차례 방북 중 특히 2002년 10월 방문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평양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강석주 제1부상과 회담했을 당시 6년차 외교관이던 정 부차관보도 배석했습니다.

강석주 제1부상이 사실상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한 당시 회담에서 정 부차관보는 데이비드 스트로브 당시 국무부 한국과장과 김동현 국무부 통역과 함께 직접 들은 한국어를 복기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북한 측 통역은 최선희 제1부상이었습니다.

정 부차관보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1기 행정부 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를 담당했었습니다. 태국 주재 경제참사관, 캄보디아 주재 미국대사관 차석대사, 국무부 일본과장을 지내고 2018년 11월 서반구 담당 수석 부차관보에 임명됐습니다.

줄리 정 국무부 서반구 담당 수석부차관보가(왼쪽) 국무부를 방문한 카렌 롱가릭 볼리비아 외무장관과(가운데) 만났다. 출처:국무부 트위터
줄리 정 국무부 서반구 담당 수석부차관보가(왼쪽) 국무부를 방문한 카렌 롱가릭 볼리비아 외무장관과(가운데) 만났다. 출처:국무부 트위터

정 부차관보는 “진짜 미국인이냐”는 질문 외에 “진짜로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캘리포니아 출신이라는 답이 충분하지 않아 가족의 이민 역사를 자세히 설명하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5살이던 해 가족들이 미국으로 이민왔고, 아버지는 엔지니어 공장에서 시간 당 4달러를 받고 일했지만 이제는 그 회사의 대표가 됐으며, 어머니는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접시를 닦다가 도서관 사서가 됐다는 것입니다.

이밖에 정 부차관보는 외교관 생활 중 실속있는 일을 다른 동료들한테 빼았기거나, 회의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 취급을 당한 경험들을 소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국무부를 사랑하고 미국에 헌신한다는 목표를 가졌으며, 기독교 신앙에 의지해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민자 출신인 자신과 다른 동료들이 국무부를 구성하는 다양한 씨줄과 날줄이며, 다양한 생각과 서로 다른 경험을 통해 문제를 더 잘 해결하고 협상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부차관보는 자신의 기고문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미국 외교의 힘은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부차관보는 지난해 10월 조지타운대학의 외교학연구소 간담회에서도 미국 외교관들의 다양성을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나눴습니다.

[녹취:줄리 정 부차관보] “I didn’t take that as an offense I took it as an opportunity... I’m from Korea and not from the U.S. but my family came with nothing. We had no connections, no network and we were able to succeed by hard work and opportunity and that’s what America is.”

정 부차관보는 해외 당국자들은 자신을 ‘기록원’이나 ‘차 따르는 사람’으로 짐작하고, 자신의 실제 직책을 받아들이기까지 몇 분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이런 상황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기회로 여긴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한국 출신이고 미국 출신이 아니며, 우리 가족은 아무 것도 없이, 연고도 없이 미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기회를 잡아 성공했는데, 그것이 진정 미국이라는 나라”라고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입니다.

정 부차관보는 현재 국무부 고위 외교단(senior foreign service)에 속해 있으며 ‘아시아계 미국인 외교협회’, 대학원생들의 국무부 입성 경로인 ‘피커링-랭글 펠로십’의 선임 고문으로 후진 양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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