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사전통보 없이 접경지 댐 방류…한국, 장마철 피해 우려


지난 2018년 1월 한국 파주에서 바라본 임진강과 북한 지역.

한반도에 장마로 인한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한국과의 접경지역에 있는 댐 수문을 사전통보 없이 방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분간 장마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북한 측의 추가 방류로 인한 피해 가능성에 한국 측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 경계를 관통하는 임진강 수계의 한국 측 필승교와 군남댐 수위가 3일 급상승했습니다.

3일 오전부터 임진강 상류에 비구름이 머물며 필승교 수위는 한 때 5m 넘게 올라갔습니다. 필승교 수위가 2m를 넘은 것은 올해 들어 처음입니다.

군남댐 수위도 3일 오전 33m를 기록하며 올들어 처음으로 30m를 넘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장마비가 많이 내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진강 상류의 북한 측 황강댐이 수문을 열어 수위가 급상승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김준락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4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사전통보 없이 황강댐을 방류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준락 실장] “최근 북한 지역의 호우로 인해서 황강댐 수문을 개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군은 현재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실시간 유관기관하고 상황을 공유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피해 예방을 위해서 선제적인 조치와 함께 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도 4일 기자들을 만나 “3일을 포함해 북한이 올해 7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방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가운데 북한 측이 사전통보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6월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빌미로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며 남북간 모든 통신선과 연락선을 차단했습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자연재해와 관련한 협력을 못하는 것은 남북간 정치적 주도권 싸움과 분리해 대응하지 못할 만큼 체제가 경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남북관계를 이번에 대적관계로 전환하고 통신선을 다 차단해버렸잖아요. 거기에 얽매여 있는 거죠. 그러니까 큰 틀에서 최고지도자가 대적관계로 하고 통신선 다 차단하고 개성연락사무소까지 다 파괴했다, 그러면 실무적으로 그걸 어길 수 없는 거죠. 이걸 갖고 방류해야 되는데 최고지도자에까지 건의해서 할까요 이렇게까진 안할 거란 말이죠.”

황강댐은 저수 용량 3억5천만t 규모로 갑작스런 방류 시 하류쪽 인명 피해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09년 9월 황강댐 물을 예고 없이 방류하는 바람에 한국 측 경기도 연천군 주민 6명이 사망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같은 해 10월 임진강 수해방지 관련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황강댐 방류 시 한국 측에 사전통보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후 세 차례 황강댐 방류 사실을 한국 측에 알렸지만 2013년 이후론 단 한 차례도 통보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행히 이번 방류로 한국 측에 피해는 없었지만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장마비가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며 필승교 수위는 4일 오전 현재 3m 수준으로 내려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한 기상당국은 앞으로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한반도 중부 지방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평안도와 황해도, 개성시, 강원도 내륙 일부 지역에 5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특급경보를 발령한 상태입니다.

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큰물과 폭우, 비바람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더욱 철저히 세워야 한다”며 “댐의 수문 상태를 철저하게 살피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간 합의사항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며 북한이 황강댐 방류 사전통보 약속을 지킬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했습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에 사전통보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한국의 경우는 명백하게 위험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선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북한에 요청해야 돼요. 지금 현재 비가 많이 오고 이게 남쪽으로 내려왔을 때 큰 피해가 예상이 된다, 따라서 방류할 때 사전에 통보해주기 바란다 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돼요. 그러면 북한에서 내부에서가 아니라 남쪽에서 제기했으니까 검토를 해볼 수 있는 거거든요.”

통일부 당국자는 “정치·군사적 냉각 국면으로 자연재해 협력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남북관계가 복원되면 재난과 재해 분야에서 남북간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