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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암호화폐 자금세탁에 '선불카드' 허점 이용"


미국 워싱턴의 법무부 건물.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 해킹조직이 탈취한 암호화폐의 돈세탁에 연루된 중국인 2명을 기소하면서 이들이 사용한 자금 세탁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뒤섞어 자금 출처를 은폐했고, 인터넷 선불 카드의 허점도 악용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일,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으로 탈취한 암호화폐의 자금세탁을 공모한 혐의로 중국인 2명을 기소했습니다.

법무부 기소 내용에 따르면, ‘라자루스’는 지난 2017년 12부터 2019년 4월 사이 전 세계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모두 2억 5천만 달러를 탈취했고, 피고인들은 이 가운데 약 1억 달러를 암호화폐 거래소 수 백 곳에서 ‘믹싱 방식’을 이용해 자금을 세탁했습니다.

‘믹싱’이란 암호화폐를 특정 수신인에게 전송할 때 출처나 소유자를 감추거나 모호하게 만들어 개인정보가 드러내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거래가 완료되면 새로운 거래 기록이 허위로 생성되기 때문에 본래의 거래 기록을 감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회사에서 만든 다양한 종류의 우유를 한 병 안에 넣고 섞은 뒤 다시 잔에 따르면 어떤 회사의 우유인지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렇게 거래 내역이 뒤섞인 암호화폐가 수 백 번의 믹싱을 거치면 불법으로 취득한 암호화폐가 합법적인 암호화폐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법무부 기소장에 따르면, 이번에 기소된 중국인들은 라자루스가 해킹한 암호화폐를 바로 자신들의 믹싱 계정으로 이체한 뒤 수 백 차례에 걸쳐 넣고 빼기를 반복하면서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선불 카드의 허점도 암호화폐 자금 세탁에 악용됐습니다.

재무부 제재 내용에 따르면, 약 140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가 미국 휴대전화 제조사인 애플 사의 모바일 선불 카드 구매에 사용되는 방식으로 자금 세탁이 이뤄졌습니다.

미국 등에서 물건 구매와 선물 용도로 널리 사용되는 선불 카드는 암호화폐를 사는데도 사용할 수 있으며 반대로 선불 카드 구매에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탈취한 암호화폐로 선불 카드를 구입한 뒤 이 선불 카드로 다시 다른 일반 암호화폐를 사들이면 손쉽게 자금을 세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더우기 선불카드는 개인 인증이나 영수증 없이도 익명으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 세탁에 더 용이한 환경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고객의 신원 확인 없이 익명으로 지불과 저장 기능을 제공하는 선불카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처럼 가상 자산 서비스 업체와 전통적 금융 기관이 불법 거래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활동 감시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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