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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장관 "강제실종은 끔찍한 범죄"…민간단체들, '납북자 문제 알리기' 모금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0일 `국제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강제실종을 “끔찍한 범죄”로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한국 내 민간단체들은 납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나라 안팎에 알리기 위한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국제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하루 앞둔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강제실종이란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 “The United States stands in solidarity with victims of the egregious crime of enforced disappearance and with the loved ones who live with the agony of their absence and the added pain of not knowing their whereabouts or fate.”

미국은 납치 피해자의 빈자리로 인한 극심한 고통과 이들의 행방이나 생사를 알지 못해 더해진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블링컨 장관은 전 세계에서 “해마다 친구와 가족 구성원들이 정부 당국자들이나 그들의 조력자 또는 당국자들의 암묵적인 승인으로 체포, 구금, 또는 납치된 뒤 사라지고 있다”며, “이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자유의 박탈을 인정하지 않거나 피해자의 생사와 행방을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인권옹호자들과 정치인, 환경운동가, 언론인, 자신의 기본적인 자유를 행사하는 사람들이 자주 이런 끔찍한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미국은 모든 강제실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 “The United States strongly condemns all enforced disappearances and calls on governments to facilitate the return of and provide information about all victims of enforced disappearances, and to undertake independent and transparent investigations into all such cases.”

블링컨 장관은 각국 정부가 모든 강제실종 피해자를 돌려보내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모든 관련 사건에 대해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모든 사람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도 성명에서 "강제실종은 본질적으로 실종자, 친인척 등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등 모든 범위의 권리를 침해하는 복잡한 범죄”라며 특히 납치 피해자 가족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국가들이 인권을 존중하며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강제실종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기관 혹은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조직이나 개인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것을 의미하며, 국제사회는 이를 심각한 반인도적 인권범죄로 강력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유엔과 미국 정부는 특히 북한의 김 씨 정권이 3대에 걸쳐 납치 등 강제실종 범죄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6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은 북한 정부가 국제 납치와 강제실종에 관여한 것을 전적으로 규탄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United States absolutely condemns the DPRK government’s involvement in international abductions and forced disappearances. Abducting citizens of Japan and other nations, and forcibly keeping them against their will in North Korea, is simply wrong. It is outrageous. And it cannot continue.”

일본과 다른 나라의 시민들을 납치해 그들의 의지에 반해 북한에 강제로 머물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못되고 잔혹한 일로, 이런 행태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미국은 국제사회와 연대해 북한 정권의 이런 불법 행위에 맞설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납치한 사람들을 모두 풀어주고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이 국가정책이란 명목 하에 다른 나라 국민들을 조직적으로 납치하고 송환하지 않아 대규모 강제실종 사태를 초래했다”며

어린이를 포함해 강제실종 피해자를 20만 명 이상으로 추산했습니다.

유엔 보고서와 한국 정부, 단체들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6·25 한국전쟁 때 민간인 10만 명을 납치했으며, 전후 납북 피해자 3천 835명 중 516명을 송환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지상낙원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간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 10만여 명, 일본인 등 북한 당국에 조직적으로 납치된 여러 외국인 문제도 유엔 보고서에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유엔과 정부, 민간단체 보고서들은 외국인뿐 아니라 북한 정권이 국내에서 적법한 절차 없이 주민들을 체포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하는 등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강제실종 범죄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국무부는 올해 발표한 연례 국가인권 보고서에서 “비정부기구, 연구소, 언론 보도는 북한 정부가 실종 사건에 책임이 있음을 암시했다”며 북한은 탈북민을 납치해 송환하기 위해 국가안전보위성 요원들을 중국 접경 도시로 파견까지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단체 보고서를 인용해 “북-중 접경 지역의 정치범 수용소 폐쇄에 따라 수감자들을 내륙의 시설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수 천 명이 실종됐고 이는 사실상 강제실종에 해당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과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등 민간단체들은 탈북민 면담을 통해 이런 자의적 구금과 납치 등 강제실종 사례, 장소, 피해자 정보를 담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유엔에 자료를 제공하며 북한 당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이영환 대표입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에서는 보위부원, 안전원 또는 군대가 오늘 대낮에도, 한밤중에 들이닥쳐서 사람들을 집에서 끌어내 갑니다. 조사 중에 갑자기 어느 감옥으로 끌려가게 돼서 생사를 알 수 없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조사를 하는 중에 사망을 하는 경우도 벌어지게 되고요. 이런 것들을 사람이 실종됐다라고 얘기하는데 국제사회에선 이걸 강제실종 특히 정부나 국가기관에서 사람들을 함부로 잡아가고 가족들이 알 수 없는 곳으로 끌고 가는 것을 굉장히 심각한 국제범죄로 보고 있습니다.”

유엔도 북한 정권의 이런 방대한 강제실종 자행과 관여에 계속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백태웅 유엔 산하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 의장은 지난 5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관련해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제소가 유엔에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태웅 의장/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북한과 관련해서는 여러 종류의 케이스들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한국전쟁 기간이나 그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주 긴 기간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제소가 들어오고 있고 그 내용들을 북한에도 저희가 통보하고…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 많은 인권 문제가 쌓여있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그런 의미에서 북한 정부에 적극적으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여러 문제를 미루거나 회피하지 말고, 그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전후납북피해자가족연합회가 국제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30일부터 전후 납북자의 심각성을 나라 안팎에 알리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새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두 단체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납북자-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스티커와 배지 판매 모금사업을 다음달 27일까지 진행해 전후 납북자 가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김소희 캠페인팀 선임간사는 VOA에, 납북자 가족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정부의 소극적 대응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해 새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소희 간사] “가족들은 납북 피해자가 북한으로 납치된 뒤 전혀 행방을 모르니까 당연히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감정적 고통을 굉장히 많이 받으셨는데, 거기에 더해 한국에서도 과거에 분위기가 북한에 납치됐다고 하면 잠재적 스파이로 취급해서 남아 있는 가족도 신체적 고문을 받은 경우도 있고, 감시를 한다든가 굉장히 큰 고통을 실질적으로 받으셨기 때문에 2000년 중·후반이 지나서야 내 가족이 납북됐다고 말해도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시고 그때부터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김 간사는 캠페인을 통해 모은 기금은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관련 회의에 지속적인 자료 제공과 참석, 전후 납북자 관련 국제회의 개최와 홍보 동영상 제작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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