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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제실종 범죄 디지털화, 국제 관심 높아져"


북한 정권이 나라 안팎에서 저지른 자의적 구금과 납치, 강제실종 기록을 모으는 국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풋프린츠(FOOTPRINTS)' 웹사이트.
북한 정권이 나라 안팎에서 저지른 자의적 구금과 납치, 강제실종 기록을 모으는 국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풋프린츠(FOOTPRINTS)' 웹사이트.

북한 정권에 의한 납치와 자의적 구금, 강제실종 사건들을 조사해 디지털 전산화하는 민간단체의 활동에 유엔과 언론매체 등 국제사회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제실종 등은 심각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북한 당국이 이를 당장 멈추고 국제사회와 진상 규명 등에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이 최근 북한에서 실종된 수많은 사람들을 추적해 관련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단체와 피해자들의 상황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학자와 변호사, 사이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한국의 민간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지난 70년간 북한 정권으로부터 자의적 구금과 납치, 강제실종 피해를 당한 개인들의 정보를 수집해 세계 어디에서나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산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풋프린츠(FOOTPRINTS), ‘발자국’이란 이름의 이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는 10만 명에 달하는 전시납북자와 휴전 후 복귀하지 못한 한국군(국군) 포로 5~7만여 명과 그들의 후손들, 전후납북자 수 백 명, 외국인 납북자뿐 아니라 지금도 적법한 절차 없이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오빠가 지난 2009년 관리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진 탈북민 이한별 씨를 소개하며 북한 정권의 자의적 구금과 납치, 강제실종 범죄가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자손에게 계속 고통을 주는 사연들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이한별 씨는 이 매체에 오빠처럼 사람들에게 잊힌 수많은 실종자의 숫자만이 아니라 이름이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구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오빠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사람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발자국’ 프로젝트가 자신 같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희망의 빛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기금과 여러 민간·공공 지원, 스위스 민간단체의 기술 지원 등으로 운영되는 ‘발자국’ 사이트는 피해자 가족 인터뷰와 위성 정보를 통해 피해 당사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실종 장소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17일 VOA에, 유엔 인권기구도 ‘발자국’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며 관련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인권 서울사무소가 ‘발자국’ 사이트 개설 뒤 단체에 연락해 유엔 조사팀과 화상회의를 가졌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올해 북한 관련 보고서 주제를 ‘강제실종’으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받았다는 겁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해 3월 유엔인권이사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해 3월 유엔인권이사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 대표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올해 초 북한 정권의 강제실종 문제에 대해 국제 형사책임 추궁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납치와 강제실종 등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에서는 보위부원, 안전원 또는 군대가 오늘 대낮에도, 한밤중에 들이닥쳐서 사람들을 집에서 끌어내 갑니다. 조사 중에 갑자기 어느 감옥으로 끌려가게 돼서 생사를 알 수 없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조사를 하는 중에 사망을 하는 경우도 벌어지게 되고요. 이런 것들을 사람이 실종됐다라고 얘기하는데 국제사회에선 이걸 강제실종 특히 정부나 국가기관에서 사람들을 함부로 잡아가고 가족들이 알 수 없는 곳으로 끌고 가는 것을 굉장히 심각한 국제범죄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조직적인 납치, 송환 거부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거나 아직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자유를 박탈하고 실종자들의 운명과 행방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당국자들에게는 비록 그들 자신이 직접 납치나 송환 거부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의 백태웅 의장도 14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강제실종이 광범위할 경우 반인도 범죄로 규정해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가 되기도 한다”며 북한 당국이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해 개방된 태도로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영환 대표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국제사회에 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릴 뿐 아니라 북한 당국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도 있다며, 관리들이 훗날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면 인권 침해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엄청나게 많은 피해자들이 전 세계에 많다는 것들이 이렇게 모여져 있는 기록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록물을 통해서 북한 정권에 대한 압력과 또 북한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런 국제사회의 행동이 강화될 것입니다. 북한 정권으로서는 이런 것들을 당장 근절하지 않으면 또 이 문제들을 빨리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된서리를 맞게 되는 그런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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