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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싱가포르 정상합의 여전히 유효"…북한에 대화 재개 촉구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10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10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미-북 정상 간 싱가포르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북한에 대화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미-한 동맹에 대해선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10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대북특별대표를 맡아 지난 2년여간 북한과의 협상을 이끈 비건 부장관이 다음 달 미국의 정권교체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대북 메시지를 내놓는 자리였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강연에서 지난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첫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싱가포르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합의 내용을 진전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싱가포르 정상합의의 잠재력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했습니다.

싱가포르 정상합의는 미-북 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참전 유해 송환 등 4개 항으로 구성됐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2년간 후퇴와 실망, 놓친 기회들에도 불구하고 대북특별대표를 맡은 첫날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공유한 한반도를 위한 비전이 가능하다고 믿으며 우리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의 아쉬움도 피력했습니다.

[녹취: 비건 부장관] “Regrettably, much opportunity has been squandered by our North Korean counterparts over the past two years…”

비건 부장관은 “안타깝게도 북한의 협상 상대는 지난 2년간 너무 많은 기회를 낭비했다”면서 “북한은 대화의 기회를 움켜쥐는 대신 협상 장애물을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하노이 때 문제점은 북한 측 협상 상대가 비핵화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교훈으로 꼽으면서 “북한도 이를 배우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동안 미-북 정상이 주도하는 하향식 협상이 진행됐지만, 권한을 위임받은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비건 부장관은 그러나 “우리의 노력은 끝나지 않았고 그래서는 안 된다”며 “외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비건 부장관] “The war is over. The time for conflict has ended and the time for peace has arrived…”

비건 부장관은 “이미 전쟁은 끝났고, 갈등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는 데 성공하려면 미국과 한국 그리고 북한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특히 내년 1월 개최가 예고된 북한의 8차 노동당 대회를 거론하며 북한이 지금부터 그때까지의 시간을 외교를 재개하기 위한 방향을 설정하는 데 사용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미국과 북한이 지속적인 관여와 힘든 거래를 수반하지만 엄청난 보상이 따르는 진지한 외교를 결국 하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두 국가가 앞으로 나아갈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비건 부장관이 강연을 통해 새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국은 대화에 열려있다는 대북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금 인수인계를 책임지고 있는 비건의 입장에선 본인의 의견만을 얘기한 건 아닐 것이고요, 어느 정도 바이든 새 행정부팀들과도 소통했을 가능성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 이후 연속 선상에서도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최소한 미국은 열어놓는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판단이 됩니다.”

비건 부장관은 미-한 동맹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견해도 밝혔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양국 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난 70년간 한반도의 상황은 분명히 바뀌었으며 동맹도 진화해야 한다”면서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둔 동맹을 확장해 새 활력을 불어넣으면 양국 모두에 막대한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 동맹은 인도·태평양 평화시대, 즉 평화롭고 보호받으며 인도·태평양을 구성하는 이들 모두에게 번영을 가져오는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한 양국을 ‘인도·태평양 지역 민주주의의 닻(anchor)’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강연에 앞서 이날 오전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과 서울 모처에서 조찬 회동을 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한반도 평화 구축에 있어 남북관계와 한국 정부의 역할과 중요성이 크다”며 “인도주의 협력을 포함한 남북협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그동안 비건 부장관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노력해온 부분을 평가하며 “정세변화에 있어 중요한 시기에 양국 간 긴밀한 정책적 조율과 공조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에 있어 실질적 진전을 이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두 사람은 한반도 비핵화에 있어 지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양국 공조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고 통일부는 전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11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 만찬을 끝으로 3박 4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 뒤 12일 오전 한국을 출국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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