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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경봉쇄 이후 탈북민 대북송금 거의 막혀"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해외 거주 탈북민들이 북한 내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통로가 거의 막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은 해외 이주민들이 본국에 보내는 송금이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한다고 강조하지만, 북한 당국은 오히려 이를 불법으로 규정해 처벌까지 강화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이 16일 `세계 가족 송금의 날'을 맞아 가족간 송금의 긍정적 역할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녹취: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동영상] “Every year over 200 million migrant workers, send remittances to support over 800 million relatives in low and middle-income countries. Family remittances directly impact the lives of more than 1 billion people on Earth, with over half a trillion dollars every year,”

유엔은 이 동영상에서 전 세계 2억 명의 이주 노동자가 중저소득 국가 내 8억 명이 넘는 그들의 가족에게 연간 5천여억 달러를 송금해 10억 명 이상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특히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이주 노동자들의 송금액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5천 400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1.6% 감소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의 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 송금했고, 코로나로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진 저소득 국가들은 이런 송금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과 해외 다른 나라에 사는 탈북민들도 상당수가 북한 내 가족과 친지들에게 송금해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코로나 여파로 17개월 가까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최근 들어 탈북민들의 송금이 거의 막혔다고 탈북 단체들은 지적합니다.

북-중 국경 지역 송금 현황에 밝은 대북 민간단체 ‘노 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16일 VOA에, 북한 내부에서 돈을 대신 지급할 중국계 북한 주민들(화교)의 예치금이 바닥나 송금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돈은 보낼 수 있는데, 북한에서 지급을 못 합니다. 작년부터 1년 넘게 갇히다 보니까 북한에 있는 예치금이 없어진 거예요. 작년 말까지는 여윳돈이 있어서 설마설마 열리겠지 하다가 올해 2~3월부터는 스톱됐습니다.”

탈북민이 중국 내 중개인에게 송금하면 중국 중개인과 연결된 북한 내 중개인이 예치금을 통해 의뢰인 가족에게 돈을 지급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국경이 장기간 봉쇄되면서 통행이 끊겨 예치금이 거의 바닥이 났다는 겁니다.

정 대표는 송금을 담당하는 북한 내 화교들이 국경 봉쇄로 중국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2만 달러까지 치솟은 도강비와 목숨을 걸고 중국으로 나올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북한 내 환율 변동이 심하고 물가도 크게 오르면서 외상도 줄 수 없어 대부분의 중개인들이 몸을 사리는 형편이라고 정 대표는 밝혔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국경 봉쇄 이후 혜산 등 접경 도시들에 대한 감시와 단속, 관련자 처벌까지 강화한 게 송금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에서 탈북민들의 송금 활동을 돕고 있는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입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돈 조금 벌려다가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 지금은. 예전에는 돈을 조금 주면 나왔어요. 잡혔어도. 지금은 전혀 용서가 없답니다.”

지난해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탈북민 관련 경고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접경 도시 단속과 관련자 처벌 기준이 대폭 강화돼 송금도 계속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김 목사는 그러나 안정적 통로를 유지하는 극소수 중개인들은 계속 송금에 관여하고 있다며, 문제는 과거처럼 전화로 수령 여부를 검증하기 힘들어 배달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배달 사고가 잦고 수수료도 최대 50%까지 치솟으면서 많은 탈북민들이 송금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내 탈북민은 16일 VOA에, 지난해 북한에 송금한 돈이 7개월만인 최근에야 가족에게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탈북민은 올해 1월 중개인으로부터 송금 액수가 작아 더 보내라는 요구를 받고 추가 송금한 뒤에야 돈이 가족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 내 브로커들은 환율 변동 등으로 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보험용으로 송금액의 15%를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와 엔케이소셜리서치는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탈북민 414명을 대상으로 대북 송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26%인 110명이 지난해 북한 내 가족에게 송금했고, 1회 평균 송금액은 1천 300 달러로 전년보다 줄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는 서비스업 등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많은 탈북민이 코로나 여파로 타격을 받아 대북 송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예전에 100만원을 보냈다면 지금은 50만원도 못 보내고 있어요. 과거 열흘을 일했다면 지금은 5일 밖에 못 하는 사정. 그래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10년 넘게 돈을 보냈는데, 정말 한국에서 뼈 빠지게 벌어서 보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그러니까 목사님 차라리 가족을 데려올 수 없나요? 제발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지쳤어요. 이런 이메일도 오고 해서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탈북민들은 송금을 불법으로 규정해 관련자를 처벌하는 북한 지도부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비판합니다.

탈북 난민 출신으로 미국의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조갈렙 씨는 16일 VOA에, 송금 수수료를 낮춰 이주민들의 송금을 장려해 경제발전의 기틀로 삼는 많은 나라와 달리 북한 지도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갈렙 씨] “아이러니한 게 탈북민들이 해외에서 송금하는 것이 북한의 경제 활성화라든가 서민들의 생계 유지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이 제도적 조치를 통해 이것을 불법으로 규정해서 보내는 사람도 고통스럽고 받는 사람도 고통스럽게 합니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전혀 도움이 안 되죠. 이것을 참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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