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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1년] "북한 국경 봉쇄...통제 강화로 주민 생활, 인권 상황 악화"


지난 12월 북한 평양 제2백화점에서 영업 시작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요원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팬데믹, 즉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북한은 이 기간 국경을 철저히 봉쇄해 사회,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입었고 주민들에 대한 통제도 강화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살펴봅니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11일,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WHO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전염병 최고 등급인 팬데믹을 선언했습니다.

[녹취: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 “We’re deeply concerned both by the alarming levels of spread and severity and by the alarming levels of inaction. We have therefore made the assessment that COVID-19 can be characterized as a pandemic.”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당시 선언과 함께, 심상치 않은 코로나 확산 속도와 심각성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중국이 2019년 12월 31일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뒤늦게 WHO에 보고한 지 70여일 만에 나온 것입니다.

북한은 WHO의 팬데믹 선언에 앞서 2020년 1월 31일 전 세계 나라 가운데 최초로 코로나 대응의 일환으로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최선의 선택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해 바이러스가 침습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선제 차단, 봉쇄해 감염 통로를 완전히 막는 것입니다.”

“북-중 무역 역대 최저 수준”

북한이 국경을 닫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이 전무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중국에서 약 4억 9천 105만 달러 상당의 물품을 수입했고, 약 4천 800만 달러 상당을 수출했습니다. 전년 대비 대중 수입액은 80%, 대중 수출액은 7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11일 VOA에, 특히 중국산 소비재 수입이 끊긴 것이 주민생활에 큰 타격을 줬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impact of the sanctions before the virus was mostly hitting the state industry, big state enterprises. But in the last year, it’s also had a big impact on local markets, because they would trade a lot of Chinese products in the markets.”

코로나 발생 전에는 대북 제재의 영향으로 국영산업과 대형 국영기업들이 주로 타격을 입었는데, 국경 봉쇄 이후에는 시장들도 국경 무역 중단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7년 9월 중국 단둥 세관에서 공안들이 북한에서 돌아오는 화물차를 검사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중국 단둥 세관에서 공안들이 북한에서 돌아오는 화물차를 검사하고 있다.

브라운 교수는 국경 봉쇄가 북한 경제에 ‘어마어마한 골칫거리’(phenomenally troublesome)를 만들었다며, 공장들은 기계류 부품을 수입할 수 없고, 전기와 물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난해 당국이 북한 원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걷었고, 주민들이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환율과 물가 불안 심화”

국경 봉쇄 여파로 북한의 환율과 물가 불안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말 국회 보고에서 북한 내 설탕과 조미료 가격이 급등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원화의 가치가 오르는 기현상도 포착됐습니다. 경제가 악화되면 달러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가 하락해야 하는데 반대 현상을 보인 것입니다. 이는 당국이 외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개입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지난 10월 페이스북을 통해 “평양 소매점에서 달러화나 (전자 외화 선불카드인) 나래카드를 받지 않고 대금을 원화로 요구한다”고 전했습니다.

“돈주 단속”... “사상 통제 강화”

대외무역이 막힌 상황에서 지난해 북한 당국은 돈주 단속에도 나선 것으로 탈북민들이 전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영국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박지현 씨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0월 속도전인 ‘80일 전투’가 시작되면서 북한 당국이 돈주 단속에 나섰다고 VOA에 전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80일 전투가 시작되면서 정부가 평양 시의 개인 장사하는 사람들의 재산을 추적했거든요. 고리대금 업자들,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 있잖아요. 돈주들에 대한 전면 숙청 방침도 내놨고요.”

지난 2013년 7월 평양의 한 가게에서 점원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3년 7월 평양의 한 가게에서 점원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이 단속으로 평양에서 개인 장사를 하던 사람이 당국에 65만 달러를 바쳤다고, 박 씨는 주장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였던 아버지와 함께 탈북한 이현승 씨는 북한 당국이 외화 충당을 위해 개인자금을 몰수하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북한 정권이 외화 충당을 위해 개인들을 타겟을 하는 것입니다. 장마당 돈주들, 돈 좀 번 사람들을 타겟을 해서 그 사람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거죠. 자기 월급 외에 불로소득으로 돼서 불법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언제라도 몰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사상통제도 강화했습니다.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전원회의에서 외부 문화를 접하는 주민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담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해 한국 영상물 유포자는 사형,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코로나를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 활용”... “인권 상황 악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의 극단적인 코로나 대응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더 열악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경 봉쇄로 인한 식량난, 북한 내 수감 시설의 환경 악화, 탈북자 수 급감 등을 꼽았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11일 VOA에 “북한 정권은 코로나를 공중 보건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사상적 문제로 취급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스칼라튜 사무총장] “The N Korean regime refuses that international cooperation, has put in place draconian measures, has been trying hard to crack down on the gray and black markets of N Korea, has been trying very hard to crack down on information entering N Korea from the outside world…”

북한이 코로나 대응에 있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거부하고, 매우 엄격한 통제 조치들을 도입했으며, 시장활동과 정보 유입을 단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도주의 지원 중단”... “구호요원 대부분 떠나”

한편 국경이 봉쇄되고 북한 내 활동이 크게 제한되자 평양 주재 외교관들과 구호요원들이 거의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 감염증 사태 초기에는 일부 구호품을 반입했지만 여름에 홍수와 태풍 피해가 일어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외부 지원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니얼 재스퍼 미국친우봉사회 아시아 담당관은 11일 VOA에 현재 미국 구호단체들의 대북 지원이 모두 중단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재스퍼 담당관] “It’s paused our programs for the last year. We have not been able to send aid nor have we been able to visit the country... We’re waiting until the borders reopen for us to get our shipments together and send them.”

재스퍼 담당관은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을 방문하지도, 구호품을 보내지도 못했다며, 국경이 다시 열려 지원품을 다시 모으고 보낼 수 있게 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기구들의 대북 지원품이 중국 국경 곳곳의 항구에 묶여 있는 가운데,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은 최근 ‘국가 전략계획 수정’ 문서에서 “대북 식량 반입이 가능하지 않으면 2021년에 활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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