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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스콤, 북한 수익금 반출 사실상 포기"...북한 외자 유치 악영향


이집트의 이동통신업체인 오라스콤(Orascom Telecome)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왼쪽에서 3번째)이 평양에서 북한과 합작으로 '고려링크'를 설립하고 지난 2008년 12월 3세대 이동통신망 개시 행사에 참석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하는 이집트 업체 오라스콤이 6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수익금의 해외 반출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의 비협조로 인한 이런 사례는 북한에 대한 신용을 떨어트려 외자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집트의 이동통신업체인 오라스콤은 지난 2008년 북한과 합작으로 ‘고려링크’를 설립한 뒤 북한에서 휴대전화(손전화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사용자 급증으로 고려링크는 북한 당국이 강성네트와 별 등 경쟁업체를 설립하기 전까지 3~400만 가입자를 확보해 2015년 전후로 6억 달러 상당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라스콤의 옛 재무제표 등에 따르면 고려링크의 지분 75%를 보유한 오라스콤은 2012년부터 수익금을 외화로 환전해 해외로 송금을 시도했지만, 북한 당국의 반대로 여러 차례 무산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국의 ‘조선일보’는 17일 나기브 사위리스 오라스콤 회장이 지난달 홍진욱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와 만나 이런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외교관 출신인 조태용 한국 국회의원 측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와 외교 소식통 등을 인용해 사위리스 회장이 회동에서 “6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는데도 북한 당국의 반대로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반출을 포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오라스콤 측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해외송금이 불가능해 6억 달러를 주고 싶어도 못 주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 외교·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 돈을 수 년 전 여러 경로를 통해 송금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외환을 담당하는 조선무역은행 등에 본격적인 금융 제재를 가한 때는 대북 결의 2371호를 채택한 2017년으로, 북한 당국의 의지가 있었다면 그 전에 송금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비협조와 더불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금융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오라스콤이 합법적 경로를 통해 수익금과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는 사실상 사라진 겁니다.

VOA는 오라스콤 측에 수익금 송금 여부와 북한에서 현재 어떤 사업을 진행하는지 물었지만 17일 현재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라스콤의 마날 압달 하미드 대변인은 2년 전 VOA에, 신규 대북 투자를 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업을 접지는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집트의 이동통신업체 오라스콤(Orascom Telecom)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왼쪽)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의 모처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지난 2011년 1월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이집트의 이동통신업체 오라스콤(Orascom Telecom)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왼쪽)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의 모처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지난 2011년 1월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오라스콤처럼 대규모 투자를 한 뒤 수익은 물론 투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거나 차관 등 돈을 빌려준 뒤 받지 못한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중국의 대기업인 ‘시양그룹’은 지난 2012년 북한 광산업에 3천 700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계약 취소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인터넷 등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북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었습니다.

중국 상무부도 2017년 펴낸 ‘대외투자합작 안내서’에서 중국 기업들이 맹목적인 대북 투자로 손해를 보는 사례들이 있다며, 투자할 때 법령과 규정뿐 아니라 현지 설비 여부, 사회기반시설, 운임, 전력 사정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지난 2003년 북한 명지총회사와 합작으로 광산 개발을 위해 665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회수한 투자금은 25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2000년 이후 북한에 제공한 차관은 10억 달러(1조 1천 198억원)가 넘지만, 북한 당국이 상환한 것은 2008년에 현물로 갚은 250만 달러 상당의 아연괴뿐입니다.

또 스위스 수출신용기관(SERV)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 말 현재 스위스에 2억 900만 달러의 빚이 있으며, 스웨덴에는 2016년 말 현재 3억 1천 800만 달러, 영국과 체코, 핀란드, 루마니아, 호주에도 각각 수 천만 달러의 빚이 있지만 갚지 않고 있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경제특구를 30개 가까이 늘렸지만 투자 유치를 거의 하지 못하는 것도 장기간 축적된 신용 불량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지타운대학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VOA에 오라스콤 사례뿐 아니라 금강산 한국 측 시설에 대한 북한의 일방적인 철거, 지난 6월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은 모두 신용 불량과 직결된다며, 북한의 최대 문제는 제재가 아니라 국가신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big problem for North Korea is even if the sanctions are lifted, they still are. They have no credit…”

대북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북한은 국제신용이 없고 빚을 갚은 적도 없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차관 제공이나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란 겁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신용보험업체의 하나인 아트라디우스는 채무 불이행 등 계약의무 이행 능력 등을 평가하는 국가별 위험지도에서 북한을 매년 다른 10여 개 나라와 함께 투자와 사업 환경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고 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 체제의 고질적 문제가 이런 대외 신용 불량과 직결된다며, 북한이 외자를 유치하려면 국내 사유재산을 순차적으로 인정하고, 국제기구들과 협력해 국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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