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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코로나·수해로 지난해 소비자 물가 17% 상승"


북한 청진의 장마당에서 판매하고 있는 '밀가루'와 '농마(녹말)' 등 식료품. (자료사진)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와 수해 탓에 지난해 농산물을 중심으로 소비자 물가가 큰 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들어 달러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실질적인 물가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지난 2014년에서 지난해까지 북한 시장의 소비자 물가와 환율 변동 추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시장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7.2%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대북 제재가 강화됐던 지난 2017년과 2018년 각각 기록했던 3.3%와 9.4%보다 큰 폭의 상승률입니다. 또 보고서의 조사 대상 기간 중 첫 해인 2014년 이래 최대 상승 폭이기도 합니다.

품목별로 보면 곡물을 제외한 식료품의 가격 상승률이 39.1%로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과일과 채소류 등 신선식품의 경우엔 무려 122.7%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보고서를 낸 최지영 연구위원은 식료품의 경우 밀가루와 콩기름 등 가공식품의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북-중 무역 봉쇄로 크게 올랐고, 신선식품의 폭등은 수해가 원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최지영 연구위원] “신선식품의 공급이 감소해서 가격이 급등한 것 같고요. 자연재해가 있으면 급등락하는 품목 중 하나거든요. 또 하나는 가공식품인데 가공식품은 특히 국경을 봉쇄하면서 식료품 원자재 수입이 많이 중단된 게 일반적으로 가공식품의 가격을 급등시킨 것으로 보여요.”

가전제품 등 기타소비재 가격은 12.2%, 주류와 담배 가격은 5.3% 올랐습니다.

곡물 가격은 3.2%로 제한적 상승에 그쳤습니다.

쌀 가격은 지난해 5월 이후 하향 안정세로 전환했지만, 옥수수와 밀가루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전체 곡물 가격의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북한에서 쌀의 대체재 역할을 하는 옥수수는 식량부족이 심화하면 쌀 대비 상대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북한 청진의 장마당 풍경. (자료사진)
지난 2017년 12월 북한 청진의 장마당 풍경. (자료사진)

반면 석유와 석탄 가격은 각각 18.1%, 12.5% 하락했습니다.

최지영 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 방역을 위한 북한 당국의 이동 통제 강화로 석유 수요가 감소했고 석탄 가격은 2019년 17.3% 상승했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원 달러 환율은 전년 대비 3.2% 하락했습니다.

대북 제재 강화에도 안정세를 유지했던 원 달러 환율은 지난해 1분기 국경 봉쇄가 시작될 때는 전년 동기 대비 4.5% 상승했고, 2분기에도 3.2% 올랐다가 4분기에 19.6% 급락했습니다.

이처럼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단기간 급락한 것은 북한 당국의 외화 사용 통제와 북-중 국경 봉쇄로 무역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입을 위한 달러 수요가 줄어든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최지영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최지영 연구위원] “수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외화 수요가 증가하지 않은 것도 환율 하락의 배경인데 그렇지만 이게 시장요인으로만 설명되는 게 아니고 북한당국이 탈달러화 정책을 펴면서 개입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원화 사용을 정책적으로 강조하면서 외화 수요가 줄어든 게 하락의 배경이 아닌가.”

최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안정세였던 곡물가가 지난해 자연재해로 인한 수확 감소의 영향이 올해 나타나면서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전문 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22일 현재 평양 지역 쌀값은 1kg에 5천200원으로 4천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던 7월 중 가격보다 20% 이상 올랐습니다.

쌀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 온 국경 지역인 혜산은 6천원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환율도 큰폭으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올들어 달러 당 6천원대에서 7천원대였던 게 지난 22일 현재 4천 700원으로 급락했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장마당 활동을 통해 부지런히 달러를 벌어 저축해 온 북한 주민들에게 달러 가치 하락은 실질물가의 상승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달러 사용을 통제하고 원화만 쓰도록 강제함으로써 생계가 어려워진 주민들이 모아놓은 달러를 헐값에 원화로 바꿔 물건을 구매하는 데 쓴다는 설명입니다.

조충희 소장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달러 가격이 지금 4천원대로 내려갔거든요. 이렇게 됨으로써 쌀이나 옥수수 이런 주요 상품들의 실질가격이 달러로 환산되면 두 배로 뛰어올랐습니다. 달러 약세가 진행되면서 상품가격은 상대적으로 계속 올라가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 올해 자연재해가 심각하지 않을 경우 식량 등 생필품 가격의 최대 변수는 국경 봉쇄 해제 여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의 델타 변이 확산으로 중국도 신종 코로나 사태가 다시 악화되면서 국경 봉쇄가 단기간에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지금 중국 상황이 안 좋거든요. 거기다가 시노팜 시노백이 돌파감염률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북한에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8월에 안 열면 정말 죽는다는 불만들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지금 또 나오는 얘기는 금년 내 못 연다, 더 심한 얘기는 내년 이맘 때 돼야 하지 않겠냐,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최지영 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 충격은 대북 제재 강화보다 북한 주민 생활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옥수수 시장가격의 상대적 상승, 원 달러 환율의 하락 등 대북 제재 강화 후에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지표들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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