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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꺼내든 '대북 지원' 카드…북한 내부 상황, 예전보다 악화


방한 중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3일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북 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하며 대북 인도주의 지원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은 과거에도 대화 여건 마련을 위해 대북 지원 카드를 제시한 바 있는데요, 식량난 등 인도주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됩니다.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2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3일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촉구하며 인도주의 지원 카드를 공개적으로 꺼내 들었습니다.

[녹취: 성 김 대표] “We have discussed possible humanitarian assistance to the DPRK. I reaffirm us support for integrated dialogue and engagement.”

미국은 한국 정부와 가능한 대북 인도지원에 대해 협의했고, 남북 대화와 관여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습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입니다.

[녹취: 노규덕 본부장] “한-미 양국은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및 위생 등 가능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국제기구와 비정부 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지난 5월 미-한 정상회담 공동성명 등을 통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해 일찌감치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왔던 바이든 행정부가 한 걸음 더 나선 겁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이달 들어 외교장관 전화통화, 국장급 협의 등 여러 채널에서 소통하며 “인도주의적 계획을 계속 모색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거듭 일축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대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미국은 긍정적인 대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대북 지원에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한 사례가 있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2018년 12월 말, 당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한국 방문에서 엄격한 제재 이행으로 인해 북한에서 활동하는 지원단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알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민간단체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고 북한여행 금지 조치도 일부 완화할 방침도 확인했습니다.

[녹취: 비건 특별대표] “I understand that many humanitarian aid organizations, operating in the DPRK, are concerned that strict enforcement of international sanctions has an occasionally impeded the…”

이 같은 비건 대표의 이례적인 ‘공항 성명’ 발표는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고도 협상에 소극적인 북한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미-북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지난해 3월에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 대응 관련 지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당시 국제기구와 직접 지원 등 북한에 구체적인 지원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녹취: 폼페오 국무장관] “We’ve done that through the World Food Bank, we’ve done it directly, and we have assisted other countries and made clear that we would do all that we could to make sure that their humanitarian assistance could get into that country as well…”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외부로부터의 어떤 지원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했고, ‘인도주의 지원 카드’는 미-북 관계 변화에 어떤 실질적인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만큼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노력에 호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북한은 대화 복귀의 조건으로 제재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인도적 협력을 ‘비본질적인 문제’로 간주해왔습니다.

다만 과거보다 악화되고 있는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국경 봉쇄, 그리고 자연재해 등 오랫동안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당 전원회의에서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만큼 식량난은 심각합니다.

또 여전히 코로나 감염자 ‘0명’을 주장하며 방역에서도 ‘자력’ 기조를 내세우면서 백신 반입과 접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전격적으로 이뤄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한국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입니다.

[녹취: 박수현 수석]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되었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북한이 대북 전단 문제로 일방적으로 차단한 통신선이 13개월 만에 복원되고 남북 정상 간의 친서 교환 사실이 확인되며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제기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는 통신선 복원에 이어 대북 인도지원 물자 반출을 승인하는 등 남북 협력 재개 의지를 밝혔고, 미국 정부도 통신선 복원을 ‘긍정적 조치’로 평가하며 “남북 대화와 관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움직임이 인도적 지원과 코로나 방역 협력 등을 통한 남북 관계 복원, 또 이를 통한 미-북 대화 재개 등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통신선 복원 닷새 만에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문제 삼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가 나오면서 불확실해졌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달 1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한 군사연습은 북남 관계의 앞길을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라며 훈련 중단을 압박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이 연합훈련을 강행하자 “배신적 처사”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고,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찾은 성 김 대북특별대표는 연합훈련은 순수한 방어적 성격이며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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