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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올해 식량 부족분 최대 135만t…수입 등 고려해도 자체 해결 범위 밖"


지난달 25일 북한 평양 락랑구역 남사협동조합 농민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북한에서 지난해 봄 가뭄과 농자재 부족, 수해 등 여파로 곡물 생산량이 줄면서 올해 식량이 최대 135만t 부족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올해도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지속으로 식량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3일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에 실은 ‘북한의 농업과 식량 상황 2020년 동향과 2021년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이 최대 135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권 원장은 지난해 봄 가뭄과 농자재 부족, 수해 등으로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24만t 감소한 440만t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쌀 생산량은 전년보다 22만t 줄어든 202만t으로 추산했고 감자와 고구마 등의 서류와 옥수수 생산량도 각각 3만t과 1만t 줄어든 54만t과 151만t으로 추정했습니다.

부족분 추산은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와 세계식량계획 WFP가 2019년 추정한 북한의 연간 곡물 소요량 575만t을 기준으로 한 겁니다.

권 원장은 북한의 곡물 수입량을 연간 20만∼30만t,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규모를 10만∼30만t으로 잡더라도 올해 식량 부족분은 70만∼100만t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이미 수입하고 통상적인 지원량을 감안한 상태에서도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에 북한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죠. 김정은 정권 들어서서 올해가 아마 가장 나쁜 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죠.”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통상 봄부터 6월 말까지 전년에 생산한 식량이 거의 떨어지면서 이른바 ‘보릿고개’를 겪어야 합니다.

탈북민 출신 농업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지난달부터 북한의 장마당에서 쌀 가격은 움직이지 않고 옥수수 가격이 오르는, 예년과는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옥수수 가격이 5월부턴가 (킬로그램 당) 1천900원 선에서 2천600원까지 올랐다가 조금 떨어져서 지금 2천500원 정도 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시장이 위축되고 시장에서 소득이 없으니까 주민들이 구매력이 떨어져서 쌀 보다는 옥수수의 수요가 높아지는 게 이상현상이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쌀 생산량만 놓고 보면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와 큰 차이가 없을 만큼 부진하다며, 지난해부터 취약계층 사이에 산으로 들어가 토굴 생활을 하며 화전을 일구는 사람들이 생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대북 제재 지속으로 올해 식량 작황 전망도 어둡습니다.

권태진 원장은 지난해부터 북한은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비료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사를 추진했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고, 지난 3월부터 중국에서 비료 수입을 재개하기 시작했지만 예년보다는 비료 수입량이 현격히 감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상저온 현상으로 올해 벼농사가 시작부터 문제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조충희 소장은 비료와 농약 그리고 다른 영농자재의 공급이 크게 딸리는 상황에서 이상기후까지 겹쳐 북한 당국이 애를 먹고 있고 주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비료나 농약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해서 모판에서 모상태가 나쁜데다가 올해 봄 날씨가 차가워지고 낮과 밤의 기온차로 해서 볏모들이 논판에 나가가지고 모살이가 안돼서 둥둥 떠다니는 현상이 나타나서 제가 알기로는 평안남도 여러 지역 농장들에서 이 문제 때문에 많은 농업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는 현상까지 있다고 합니다.”

권태진 원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북-중 국경 폐쇄로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돼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중국의 대규모 지원이 있기 전에는 북한이 올해를 넘기기 굉장히 힘들다, 특히 그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바로 돌아가기 때문에 당국으로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올해에는 진짜 어려운 사람들 사이에서 굶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런 거죠.”

조한범 박사는 북-중 국경 지역에서 교류 재개 조짐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준비 작업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대기 중인 화물열차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평양의 서포역과 단둥을 오가는 화물열차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게 조중우의교, 압록강대교를 오가는 열차거든요. 그 열차의 양이 상당히 많이 지금 증가해 있어요, 단둥 지역에. 그것은 확인이 됐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미 상당 부분 준비는 된 것 같습니다. 다만 시기만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주 리룡남 북한대사를 만나 “중국 측은 북한의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을 굳건하게 지지하며 힘이 닿는 한 북한 측에 계속해서 도움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혀 대북 지원을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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