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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자력갱생 고수, 실패한 노선의 반복…민생 더 어려워질 것"


22일 북한 평양체육관에서 노동당 8차 대회 기념 공연 '당을 노래하노라'가 열렸다.

북한이 최근 8차 당 대회에서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정면돌파 의지를 거듭 천명했습니다. 경제난 심화 속에서 이렇다 할 타개책을 내놓지 못한 가운데 국제사회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이어지면서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최근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자력갱생과 자급자족 등을 강조한 것은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이 경제정책을 보강하고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한 것을 보면 북한이 상당히 견뎌낼 각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대미 관계 교착과 대북 제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등 대외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정면돌파전을 고수하면서 경제난을 최대한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 같은 수세적 전략기조는 북한이 최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확정한 올해 예산 계획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최지영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계획한 올해 예산 수입과 지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각각 0.9%, 1.1%로, 1% 내외의 예산 규모 증가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뿐만 아니라 2002년 이후 최저치”라고 지적했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올해 최고인민회의 발표 내용은 북한의 재정 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며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보건 위기 상황이 조기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 현상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작성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력갱생 기조 유지와 함께 사회주의 계획경제 강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 대회 보고에서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와 관리 밑에 경제를 움직이는 체계와 질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데 당적, 국가적 힘을 넣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급경제로의 회귀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북한 당국의 의도는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민간 부문의 자원을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국고로 흡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대북 제재로 인해서 국가가 갖고 있는 외화가 거의 고갈돼 있어요. 외화는 지금 민간에만 있는 거죠. 그러니까 환율이 이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외화를 못 쓰게 한 다음에 저가의 외화를 흡수하려는 정책의 일환이거든요. 국가 부문에 자원이 없으니까 아주 쉽게 말하면 민간 부문의 자원을 뺏는 형식입니다.”

탈북민 출신인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북한 당국이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상점 등 서비스업 부문에 국가 개입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며 민생의 버팀목인 장마당 사경제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 대표는 북한 당국이 제품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의 물가상승을 억지로 막고 있는 상황이고, 이 과정에서 공포정치를 펴고 있다면서 한국에 있는 탈북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북한 내 가족들이 물가 급등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대표] “올해 도와줘야 돈이 가치가 있지 내년에 도와줘 봐야 가치가 없다. 그 말은 올해 엄청난 인플레가 올 거라는 거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좋아질 일은 하나도 없다, 너무나 어렵다. 8년 동안 아무 소식 없던 사람도 돈 보내달라고 접촉해서 전화가 왔으니까 그 정도로 북한 주민들은 어려운 거죠.”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8차 당 대회에서 경제발전 전략을 놓고 오랜 토론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제시된 게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조 소장은 내부 자원에만 의존해서 국가 경제발전의 새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고 단지 현상유지 전략일뿐이라면서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기 이전과 이후의 북한 주민들의 삶의 격차가 이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2018년에 예를 들어 40달러 소비했다고 하면 지금은 20달러 이하로 떨어지고 그러니까 계속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인데 시장이 어렵게 작동은 하고 있지만 지금 상태가 계속되면 좀 더 어려워지지 않겠나,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죠.”

전문가들은 자력갱생 노선은 장기적 발전전략이 아닌 생존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경제 전문가는 북한도 자력갱생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그나마 경제난을 완화하려면 현 경제운영 시스템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내부 구조의 문제점부터 손을 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 대회에서 현 단계 경제전략이라며 강조한 정비와 보강 전략은 생산성을 기준으로 한 국영기업의 솎아내기와 자금 조달이나 운영의 효율성 제고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대미 또는 대남 관계 개선에서 경제난 타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북한이 거꾸로 핵 무력 강화를 내세우면서 실패한 경제노선을 거듭 답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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