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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식 경제개혁, 일부 성과 냈지만 소유권 문제 봉착...제재 상황 자력갱생 한계"


지난해 10월 북한 강원도 원산의 신발공장.
지난해 10월 북한 강원도 원산의 신발공장.

집권 10년차에 접어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제개혁이 계속 이어질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업과 협동농장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경제관리방법을 집권 직후부터 추진해 왔는데요, 성과도 있었지만 기업과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됩니다. 또, 제재에 직면한 상황에서 ‘자력갱생’의 선택지가 좁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직후인 2012년 4월 첫 공개연설에서 강성국가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약속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여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김 위원장은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경제체제 운영 방법을 시장친화적으로 개선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으로 불리는 이 전략은 2014년 5월 30일 담화로 공식 발표됐고, 2013년 3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언급됐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현실 발전의 요구와 맞게 우리 식의 경제관리 방법을 연구, 완성해야 합니다.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 소유를 확고히 고수하면서, 국가의 통일적 지도 밑에 모든 기업들이 경영활동을 독자적으로 창발적으로 해 나감으로서 생산자 대중이 생산과 관리에서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 하도록 하는 사회주의 기업 관리 방법으로 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핵심은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통해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으로, 경영 활동과 수익 배분 결정권이 커졌습니다.

공장과 기업소가 직접 대외무역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고, 협동 농장에는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해 농민들이 일정 부분 생산물을 처분하고 분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은 2016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도 담겼으며,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는 2019년 4월 개정된 북한 헌법에 명시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연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연설했다.

'김정은식 경제개혁' 일부 성과... 소유권 문제 봉착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8일 VOA에 ‘김정은식 경제개혁’은 이미 일어나고 있던 시장화 움직임을 합법화하는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t’s an ongoing effort to try to push down the responsibility of producing things, working smartly to a lower level, which is a very smart thing to do. Generally in economics, we find that large enterprises, monopoly-kind of enterprises become very slovenly.”

브라운 교수는 “생산의 책임을 하급 단계로 넘겨 근로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경제학에서 대기업들, 독점 기업들의 근무가 태만하다는 점을 비춰볼 때 매우 현명한 정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이러한 김정은식 개혁 조치가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무역 장려 정책으로 작은 기업소들이 석탄을 수출해 외화를 벌고, 시장 활동이 더 활성화 됐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의 물가가 안정화되고, 달러와 위안화 등 외화 사용도 허용돼 시장 활동에 상당한 자극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지난 10년 기간 중 2013년에서 2015년 기간에 북한 경제가 가장 좋았었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하지만 김정은식 개혁 조치 이후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사경제와 공식 경제 간 격차가 커졌고, ‘소유권’ 문제라는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biggest legal constraint is the ownership issue, ownership of factories, land, farm, all ownership is associated with capitalism, so they don’t move further to allowing the firms to privatize.”

브라운 교수는 “가장 큰 법적 제약은 소유권 문제로, 공장, 토지, 농장 등 모든 것의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소유권은 자본주의와 연계됐기에 기업 민영화까지 진척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리인들이 수익을 늘릴 수는 있지만 기업을 소유할 수는 없기에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고, 결국 돈이 사경제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이것이 북한이 직면한 이념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대북 제재 상황…“자력갱생의 선택지 좁아”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개발을 위한 혁신적인 방법들을 모색해 왔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뱁슨 고문] “He’s got some high marks for trying to prioritize economic development, trying to seek innovative ways to make it work better in a very constrained situation with the sanctions, and being so reliant on China...”

중국 경제에 의존하고 제재에 직면한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경제 발전을 우선시하고 혁신적인 방법들을 추진한 것을 일부 높이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또 경제활동에 있어 군보다 관료들에게 권한을 더 주고, 기술관료들의 능력을 신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뱁슨 고문] “So there are things that he’s doing which is in the right direction but he’s still constrained and the limits of what he can do, I think becoming more obvious right now.”

뱁슨 고문은 김 위원장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실행할 수 있는 일들은 제한돼 있다는 점이 점점 더 자명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식으로 한다”는 것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다른 나라들의 경험을 북한의 상황에 접목해야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뱁슨 고문은 앞서 스팀슨 센터가 운영하는 북한전문 웹사이트 38 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북한의 도전은 과거와 같다”며 “국가와 주민 사이의 사회적 계약을 수정하고, 경제 발전과 정권 생존 사이의 균형을 찾으며, 제재의 무거운 장막 아래에서도 무역과 경제 활동을 늘리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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